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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Oct 01. 2022

나를 보물처럼 대하기

'셀프 쓰담쓰담'의 방법

"엄마, 오늘은 차 문 왜 안 열어줘?"


며칠 전 일곱 살 딸아이를 태우고 출근하는 아침, 자동차 문을 열어주며 "자, 타시지요. 공주님"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의자에 앉았고 문을 천천히 닫아주었다. 보통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다급하게 출발하곤 하는데, 재미있고도 여유롭게 출발하니 아이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며칠 동안 그렇게 하다가 오늘 깜빡 잊고 "얼른 타자"라고 말하니 아이가 그 놀이 또 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였다. 오케이, 기꺼이 하지요. 아이는 활짝 웃었다.


비단 우리 딸만 그럴까. 누구나 자기를 공주처럼 왕자처럼 챙겨주면 좋아한다. 특히 어린 시절 경험한 충만함은 평생의 듬직한 정서가 되어준다. 그래서 김혜자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꽃으로도 때리지 말고, 오은영 박사님도 애들을 금쪽같이 여기며 최고의 것을 주라고 한다. 내 아이에게는 그럴진대, 나에게는?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야박하다. 나를 낮추는 겸손의 미덕을 넘어 스스로 부족하다 여긴다. 그래서 남 칭찬은 잘해도 누군가 자기를 칭찬하면 "아니에요"라는 부정어부터 자동반사나온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부모교육 강사님께서 고백하셨다. 가정환경이 불우하여 어린 시절부터 충만히 채워져 본 경험이 없었다고, 그게 없으면 타인을 향한 마음에도 가식이 섞이게 된다고. 발달의 어느 시점에 형성하지 못한 과업은 딱 그 시기로 돌아가 열심히 갈고닦아야 하기에, 이제는 물질이든 마음이든 스스로를 충만히 채우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다. 당신은 어떠하냐고 질문을 던지셨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하고 갖고 싶은 것을 흡족할 만큼 가져본 경험이 없었다. 어린 시절에야 돈이 없고 부모님이 바빠서 그랬다 치더라도, 취업을 하고 월급을 타서도 나는 나를 가꾸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서툴렀다. 월급날이 되면 아울렛 매대나 서성거렸을까, 내 취향이 무엇인지, 좋은 물건은 어떻게 사야 하는지 몰라 돈 벌면서도 찌질했다. 명품으로 치장하자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할인에 추가 할인이 붙지 않은 물건은 간 떨려서 사지를 못 했다. 그러다 짜증이 나면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에 성급한 소비를 해버렸다. 나는 좋은 물건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심리적 결핍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으리라.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왔고 글을 쓸 때 편안함을 느꼈다. 나 홀로 일기는 꾸준히 써왔는데, 어른이 된 어느 시점부터 읽히는 글을 써야지 결심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것은 '설마, 나까짓 게'라는 극심한 자기 비하였다. 몇 년 동안 '셀프 쓰담쓰담'의 시간을 쌓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의 글도 쓰지 못하고 마음속 깊이 묻어만 뒀을 것이다.

나 자신을 보물처럼 대하면
나는 강해질 것이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책의 한 구절이다. 제대로 총족해본 적 없는 나에게 저 구절은 하나의 주문으로 다가왔다. 다이어리에 표지에 붙여놓고 매일 읽었다. 나를 찌질이가 아니라, 보물로 바라보기! 운전대를 서서히 틀었다.



내가 채워지지 못하면 심지어 내 뱃속으로 낳은 아이에게도 질투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는 내 부모한테 이것밖에 못 받았는데, 너는 이런 환경에 이 정도까지 받네.' 아이를 향한 이유 없는 짜증에는 이런 심리가 숨어있단다. 두려웠다. 나도 제대로 충족되고 싶었다.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끝없이 한없이.


내가 사용한 '셀프 쓰담쓰담'의 방법 중 좋았던 것을 추천해본다.


1. 내가 좋아하는 것 살피고 챙기기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챙기는 시간도 의도적으로 가진다. <아티스트 데이> 책에서 추천하는 '아티스트 데이트'의 시간이다. 육아하는 워킹맘에겐 따로 시간을 빼놓지 않으면 안 되는 국룰이다. 카페에 가면 진짜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돈에 맞춰 대충 먹던 습관을 내려놓고 '뭐 먹고 싶어? 네가 정말 좋아하는 건 뭐야?' 스스로 물어본다. "블랙 글래이즈드 라테, 아이스로요." 조금 긴 이름의 음료를 주문하고 천천히 맛있게 마신다. 내 취향을 물어주고 챙겨줄 누군가를 찾는 대신, 셀프로 충족한다.


2. '아니에요' 대신에 '고마워요'

누군가 나의 장점을 칭찬한다. 습관적으로 아니라고 부정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키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쿨하게 'thank you'라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상대의 장점과 재능도 같이 칭찬해준다. 너도 잘 살고 있고, 나도 잘 살고 있다의 컨셉으로 나아간다.


3. 충분히 잠자기

채워지지 못한 마음은 나를 닦달하며 끊임없는 채찍질을 가한다. 열심히 살면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을 받을 것 같은 내면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열심히 살려고 한다. 자기 계발을 좋아하는 1인이지만 결핍감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 이제 하루 7~8시간은 충분히 자려고 한다. 나만의 시간이 주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밤중이나 새벽에 주어져서 그 시간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잠을 너무 줄여가면서까지 뭔가를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잠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심리적 고3 생활은 청산하기.




주변에 멋진 분들이 많다. 글을 쓰시는 분, 자기 계발을 하는 분, 공부를 이어가는 분들. 특히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엄마들이 많다. 딸로 태어나 대학공부까지 마치고 직장생활까지 순탄하게 이어진 첫 세대지만,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하거나, 일을 하더라도 살림과 육아의 짐을 과하게 짊어지고 는 과도기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육아하고 자기만의 세계도 가꾸며 열심히 살지만, 그게 선을 조금 넘어 자기 자신을 무섭게 채찍질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그래서 나를 채우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의 방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충만함을 경험해보자.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합니다'라는 주문으로, 스스로에게는 '나는 나 자신을 보물로 여깁니다'라는 주문을 걸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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