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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Dec 14. 2023

강화도에 땅 사고 집 짓는 꿈

퇴사자의 겨울여행

"제가 꿈꾸던 바로 그곳이에요"


하트모양으로 다듬어진 잔디마당에 예쁘게 지어진 집 2동. 얼마 전 꿈지도에 그렸던 내가 살고 싶은 곳과 딱 닮아있었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3달에 한번 장애인단기거주시설 '캠프힐 마을' 시설운영위 회의에 참여한다. '캠프힐(Camphill)은 발도르프교육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 철학을 기반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실현하는 곳으로, 전 세계 200여 곳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캠프힐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양평에서 아름답게 실현 중이다. 이곳이 과거 근무했던 발도르프 학교였고 지금도 시설운영위원으로 꾸준히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위원들은 다양한 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원장님께서는 자폐인 자녀를 키우시면서 장애인단기거주시설 대표로 오랜 기간 공적으로 살아오신 분이셨다. 장애인 정책 수립 및 한국 시설장애인 협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데, 가지고 계신 능력과 정보력으로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신다. 몇 년 전 시설 대표직에서 물러나신 후에도 여러 단체들에게 자문의 역할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계시는데, 무엇보다 넘치는 에너지의 소유자셨다.



"어떻게 이런 집을 지으셨어요?"


십수 년 전 강화도에 땅을 마련하셨고, 올해 세컨드 하우스를 지으셨다고 초대해 주셔서 이번 회의는 강화도에서 열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외곽 시골동네도 워낙 예쁜 전원주택들이 많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위원장님의 별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너무 크기도 너무 작지도 않은 딱 알맞은 틀에 찌꺼기는 뺀 정수만 딱 자리 잡은 모습. 20평의 집에는 침실 두 개와 큰 거실 및 부엌이 자리 잡고 있었고, 별도로 떨어진 7평의 티룸은 세미나나 모임을 하기에 딱 맞도록 작은 부엌과 예쁜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예쁜 찻잔과 소품까지 꿈에 그리던 공간이었다.


바쁜 일정 사이에 서초동에서 꽃차 블랜딩 자격증까지 따셨다는 위원장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맛있는 차를 만들어주셨다. 말린 꽃과 허브를 맛있게 블랜딩 하셔서 뜨거운 물을 붓자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가 우러났다. 미리 준비해놓으신 과일과 케이크를 꺼내주시며 따뜻한 환대를 보여주셨다. 나눌 수 있는 분의 여유가 아름다웠다. 


이 공간에서 장애학생들의 차 만들기 수업도 이뤄지고, 지역 선생님들의 회의도 열린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은은하게 활동하고 계시고 자신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실현하고 계신 모습에 감동했다. 교사 시절 가정방문을 하고오면 그 아이가 입체적으로 보여 교육활동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 위원장님의 집을 방문하고 나니 더더욱 멋진 분을 곁에 두었다는 자각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며 '꿈지도'를 그리고 있는데,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시각화하여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이다. 제일 윗 쪽에 캔바(canva)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시골 전원주택 이미지를 붙여놓고 아래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세미나실 딸린 예쁜 주택을 가진다'. 그 지도를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꿈에 그리던 공간에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역시 꿈을 시각화하면 끌어당겨진다. 롤모델을 찾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여쭈어볼 수 있는 분이 계셔서 감사하고도 기쁘다.



인도카페에서 4시의 짜이를 만들며 글 쓰고 여행하는 나.

내가 살고 싶은 최종의 삶을 한 줄로 만들면 위와 같다. 인도 배낭여행에서 누렸던 유유자적 산책하고 카페에 앉아 여유를 누리는 시간을 살며, 사람들과 차 한 잔 나누며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세상이라는 무대를 호기심 어리게 여행하는 삶을 사는 것. 이미 그 꿈을 이룬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풍요와 여유, 사랑과 자유를 충만히 느끼면서.


강화도에서 인도카페의 모델을 보게 될 줄이야. 마음 가득 품은 꿈을 시각화하며, 좋은 분들을 곁에 두면서, 차근차근 꿈을 현실화하리라. 잘 될 거라 믿는다.


꿈지도에 이 집을 붙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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