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깜짝 놀라게 할 TO BE를 제안하고 싶다면
UX 디자이너를 위한 [냅다 피그마부터 열지 말고] 매거진은, 단순히 ‘멋진 디자인’이 아니라 심도 깊은 ‘User eXperience’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여러 디자인 개념과 이론,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해외 아티클부터 제가 직접 느낀 사례까지, 여러 자료를 특정 주제로 묶어 정리해 한 편씩 발행돼요.
❶ 소제목 “ㅡ를 디자인하고 싶다면”을 확인해요.
❷ 공감되는 제목이라면 가볍게 읽어보세요.
❸ 다 읽었다면, 이제 피그마로 돌아가 디자인에 적용해 봐요.
많은 브랜드와 서비스가 종종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합니다. 꽤 지난 사례지만 카카오웹툰, X(구: 트위터), 최근에는 Apple iOS 18와 피그마까지. BX를 보면 해외 금융 브랜드 paypal, 국내 도시 브랜딩 I seoul you도 있었죠. 보통 리디자인의 목적은 사용자들이 플랫폼을 더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한 때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국내 서비스 <카카오웹툰> UI는 파격적인 다크모드에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션, 면적인 로고 형태를 살린 썸네일까지 여느 웹툰 서비스들과는 확연히 다른 UX로 호불호가 크게 갈렸습니다. 당시의 반응은 '불호'가 거의 지배적이었지요.
국외라고 다르지 않아요. 트위터가 X로 바뀔 때도, 스포티파이도, 인스타그램이 새로운 기능과 인터페이스로 A/B 베타 테스트를 돌릴 때도! 기존 서비스 유저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SNS나 앱스토어 후기를 보면 '새로운 폰트가 못생겼다'거나, '이게 도대체 무슨 디자인이냐'는 혹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비단 UI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경험인가요. 브랜드 로고, 제품 디자인까지 사용자들은 '디자인의 변화'에 회의적이고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여요. 안타깝지만 아무리 잘 기획하고 설계된 변화더라도, 당신의 사용자는 새로운 디자인을 싫어할게 분명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I hate ‘new, improved’ anything. Just make a completely NEW PRODUCT INSTEAD and LEAVE the old one alone." — Andy Warhol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내가 선택한 것들이 바뀌는 게 싫습니다. 나는 '새롭고 개선된new, improved’ 모든 것이 싫습니다. 차라리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기존 것을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반쪽짜리 옛 제품 대신 두 가지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친숙성 편향은 사람들이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익숙한 선택지를 선호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 뇌가 익숙한 경험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휴리스틱(심리적 지름길)으로, 과거의 경험은 처리하는데 에너지를 덜 소모하기 때문에 익숙한 선택지를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대안으로 인식해요. 이러한 편향은 특히 변화나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나타나며, 기존의 구조와 패턴에 강하게 의존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소유 효과는 경제학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해 그렇지 않은 물건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이는 물리적인 소유뿐만 아니라 익숙한 경험이나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제품이나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용자가 ‘소유한’ 대상으로 인식돼요. 그래서 사용자에게 리디자인은 ‘지금까지 소유해 온 것’을 잃었다는 심리적 손실감을 느끼게 만들죠.
"People just don’t like spending their time learning, they like to spend their time doing." — Jakob Nielsen
사람들은 배우는데 시간 쓰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냥 ‘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사용자는 본인이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인터페이스에서 생각이 아닌, '자동'적인 탐색을 수행합니다. 이는 일종의 습관과도 같기 때문에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변경되면 사용자의 굳어진 사용 습관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데요. 문제는 한 번 형성된 습관은 변화시키기 어렵고, 많은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늘 하단에 있던 플로팅 버튼이 상단 네비게이션으로 이동하고, 홈 화면에서 바로 진입하던 기능이 햄버거 메뉴에 숨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더 이상 무의식적으로 누르던 위치, 흐르던 시선, 손에 익었던 제스쳐가 아닌 '생각'을 하면서 기능을 '찾아야'겠죠.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큰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길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의 행동학적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기 결정 이론은 사용자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자율성 상실을, 동기 이론은 즉각적인 보상 부족을, 그리고 실패 경험의 회피는 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강조하는데요. 이론을 바탕으로 요약하자면 '사용자는 익숙한 환경(구 버전 인터페이스)을 벗어날 때 큰 두려움과 좌절을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것(리디자인 인터페이스)을 배우는데 높은 저항감과 동기저하를 느낀다'는 겁니다.
*각각의 이론이 궁금신 분은 아래 간략히 정리해 두었으니 읽어보세요.
(1) 자기 결정 이론
인간이 행동을 자율적으로, 즉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행동할 때 가장 큰 동기가 부여된다는 이론입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잘 배우고, 높은 성과를 낸다는 건데요, 리디자인된 인터페이스는 그렇게 사용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만듭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능과 변경 사항을 배우는 사용자는 통제감을 상실하고 자율성을 제한받는다고 느끼며, 궁극적으로 사용 동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2) 동기 이론
'사람들은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한다'는 개념을 중요시해요. 즉,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변화가 유발하는 불편함이나 추가적인 학습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따라서 리디자인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용성이 개선되는 등의 보상을 제공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새롭게 배워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손해’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3) 실패 회피 성향
사람은 본능적으로 실패를 피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실패 또한 두려워하는 성향을 가집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새롭게 바뀐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때, 이전에 쉽게 찾았던 기능이나 정보를 다시 찾지 못할까 봐 불안을 느끼고 기존의 익숙하고 안정적인 방법(구버전)을 선호하게 됩니다.
"지금껏 가장 똑똑하고, 개성 넘치는 iOS 18. 완전히 새로워진 사용자화 옵션, 대대적으로 개편한 사진 앱,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강력한 업데이트.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디자인 변화, 앱 아이콘의 새로운 변신, 제어 센터의 대규모 업데이트." ㅡ Apple iOS 18 update 소개글
마지막 이유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리디자인이란, 결국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하고 그들의 '온보딩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에요. 물론 기존 유저의 사용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은 매력적인 기능과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함으로써 신규 유저를 가입시켜야만 합니다.
올해 애플 WWDC2024에서 선보인 커스텀 옵션 OS 업데이트, 'Biggest Change Ever' 문구를 내세운 스포티파이의 신규 기능과 그에 맞는 디자인 변화.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리디자인은 보통 급진적인 경우가 많았어요. 프로모션 문구에 주로 사용되는 단어만 봐도 알 수 있지요.
* (Apple) Completely new customization options, a significantly revamped Photos app, powerful updates for seamless communication, and the largest design change ever.
* (Spotify) New brand direction: The platform is proving it doesn’t care about music anymore. Meet newly updated spotify. Biggest. Change, Ever!
신규 유저에게는 어차피 처음 보는 인터페이스고 온보딩 과정이겠거니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존 유저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재적응해야되니 머리가 아픕니다. 이들 입장에서는 리디자인이 새로운 장벽인 거예요. 그러니 "업데이트 취소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방어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 거죠.
자, 그럼 왜 사용자들이 Redesign을 싫어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수적인 사용자를 바라보는 혁신적인 디자이너.
"그럼에도 사용자를 놀라게 만드는 TO BE를 제안하고 싶다면"의 인사이트가 되어줄 구체적인 How to 가이드와 대처 방법은 분량 이슈로 다음 편 [보수적인 사용자: 그렇다면 어떤 Redesign을 해야 할까(下)]에서 이어집니다. 과연 사용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Redesign이란게 있을까요?
* 올해 브런치를 시작한 뒤 이런저런 글을 깔짝거려 봤는데, 2025년을 앞둔 지금 새로운 마음으로 복귀(..) 하고자 약간의 매거진 리모델링 공사를 했습니다. 글들이 중구난방 분산되는 게 신경 쓰여 [피그마부터 열지 말고]라는 컨셉의 UX디자인 시리즈를 만들어보았어요. 일도 꽤나 적응했겠다. 25년부터는 체계적으로 글을 적어보겠단 의지. 차근차근 쌓아갈 테니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라며(읽어줘잉) 그럼 안녕, 다음 편에서 만나요!
** 매거진 1편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greening/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