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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심 Jul 24. 2022

2화. 회의마다 기 빨리는 초보 PM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 일대기

얼떨결에 맡게 된 PM이라는 감투.

내가 신청했기에 변명이나 투덜댈 거리도 없었다.


이왕 시작하는  한번 해보


회사를 다니는 이상 앞으로 오래 하게 될 PM이니, 미리 연습하자고 생각하며 팀원들과 슬랙 방에서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 글을 쓰고, 회의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진행하게   회의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안녕하세요, 우리 팀의 PM 맡은 OOO입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날은 2월의 한 겨울이었다.

집에 난방을 해놨어도 추운 계절인데, 회의 끝나고 나서 본 내 얼굴은 발그레하다 못해 시뻘게져 있었다. 온라인에서 봤기로서니 망정이지, 오프라인에서 봤다면 누군가 선풍기라도 틀어줬을 거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후로도 나는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내가 가지고 있던 PM 역할의 무게가  그랬던  같다. 들고 있으면 왠지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무게.


 매칭은 됐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팀원들과 같이 논의해야 했다. 팀원들도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아젠다를 내가 세팅해야 했고, 회의를 시작하면 팀원들은 해바라기처럼 나만 바라보았다.


회사에서는 이미 특정한 아젠다가 수립된 회의만 진행해 보았던 터라, 나는 일정에 따라 직접 0 to 1으로 아젠다를 세팅하는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다. 초반이었기에 팀원 개개인의 성향도  몰랐을뿐더러, 부끄럽지만 회의를 진행할  준비 없이 무작정 회의에 들어갔던 적도 몇 번 있었다.




초보 PM 진행하는 회의는 팀원을 지치게 했다.

회의 시간 점점 길어지팀원들의 진이 빠지는 게 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조금씩 멘붕이 왔다.

모두를 위해  이상 이런 피곤한 회의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 빨리는 회의를   하고 나니 나름의 특징이 였고, 이런 현상을 마주치지 않도록 나름의 예방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난  특징을 정리해서 회의 진행 중간마다 이런 전조현상이 포착되면 바로 잡자 다짐했다.




내가 포착한 기 빨리는 회의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기 빨리는 회의의 특징

1. 아젠다(이야기)를 마무리짓지 않는다.

모든 회의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어야 하고, 회의에서 하나의 아젠다를 논의했다면,  아젠다에 대한 명확한 액션이 도출되어야 한다.  특정 다음 액션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특정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아젠다에 대한 명확한 결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 빨리는 회의의 PM 이야기의 결말을 짓지 않는다. 그래서 그걸 듣고 있자면, "그래서 우리 어떻게  하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결론이 뭐예요?

회의란 끝이 없다. '' 논의 과정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PM 이야기의 결말을 '정리' 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 스스로 '정의' 내리는 것이다.


2. 이야기가 갑자기 딴 길로 새면 계속 새 버린다.

회의는  길로 새기 일쑤다. 왜냐면 회의도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고, 대화는 생각과 의식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우리는 항상 하나의 생각에 수많은 곁다리 생각을 동시에 하지 않나.  길로 새는  일체 막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중요한  잘못됨을 인식했을  바로 잡는 것이다. 내가  길이 아닌 다른 길이라면 원래의 방향으로 바로 잡아야 하는데, 기빠지는 회의의 PM 이런 의식의 흐름을 그냥 냅둔다. 결국 정리할  있는 문제도 정리하기 어렵다.


이건 지금 얘기 마무리하고, 조금 이따 이야기하죠!


다른 길로  이야기가 재밌다고 계속 함께 얘기하면 의식의 흐름에 스스로 말리는 꼴이 된다. PM 회의 진행의 기세를 몰아야 하는 사람이지, 이야기의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이 되어서는  된다.


3. 쿨타임이 없다.

나는 회의가 정신노동의 끝장판이라고 생각한다. 회의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내 주장의 근거를 생각하고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하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주장도 '잘 들어야' 한다. 이건 개인이 혼자 방문 닫고 몰입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과 비교할 때, 훠~얼씬 더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노동 후에는 쿨타임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회의는 결말을 스스로 지어야 하고, 이야기가  길로 새기 일쑤며, 이를 막을  없기에 결국 가끔씩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조금이라도 얘기가 길어진다는  감지했다면?


우리 5분만 쉴까요?


한마디 던져보자. 가끔 5분 쉬어도 결론이 안 날 것 같다면 그냥 서로 생각 정리 좀 해보고 다음 회의 때 논의하자고 말하는 것도 나는 좋았다.


급할 건 없다.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지 회사가 아니지 않나. 어차피 우리끼리 만드는 일정 아닌가? 초반부터 쿨타임 없이 달리는 회의는 모두에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두 볼의 발그레함과 땀의 양도 조금씩 줄일 수 있었던 배경은 회의를 점점 진행하며 이런 기빠지는 회의를 최대한 피하려는 노력에 있었다.


기 빨리는 회의를 피하기 위한 노력

1. 회의의 목적과 논의할 아젠다를 미리 준비한다.

2. 하나의 아젠다를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마다 결론을 내린다.

3. 다른 길로 샐 때면 원래의 방향을 팀원들에게 계속 상기시킨다.

4. 회의가 길어진다 싶으면 쿨타임을 가진다.

+ (플러스) 다음 회의의 이야깃거리를 위해 액션 아이템을 정리한다.



내 부담감의 가장 큰 원인은 '긴장'이었다.

'긴장' 스스로 뭔가 '모르는 구석' 있어 두려울  느끼는 감정이다. 회의란 정신노동의 끝장판이라는  인식하고, 회의 중간마다 팀원들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관리해보자. 회의의 기세를 몰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을 것이다.


지금 긴장하고 있는 초보 PM, 당신의 명쾌한 회의 진행을 응원한다!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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