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효 Dec 25. 2024

다시 시작하기

처음부터 제대로 밟아보는 걸음 (a.k.a. 실패일지 Prelude)

너무 깊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나만의 채널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나의 브런치 공간이었지만 관성에 젖은 글 싸지르기(?)의 결과는 본질은 잃어버린 채 누적된 영혼 없는 발행글들이었다.


내가 미술사를 시작한 계기와 그렇게 미워하고 싫어하면서도 떠날 수 없을 만큼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를 다시 짚어보기로 했다. 




나는 한동안 사회가 요하는 것들에 휩쓸려 나를 돌아보지 못했다. 취업, 결혼, 출산, 승진.. 등등. 오롯이 내 두 발로 서 있을 때 그려본 적 없는 미래의 요소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나에게 파도처럼 밀려왔다. 애당초 평범한 길을 걸으려 했다면 지금 이 길을 걷지도 않았을 텐데.. 나는 왜 초심을 잃고 그토록 방황했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길을 걸어보려고 흔들리는 사이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잃었다. 학교는 휴학했고, 그려본 적 없는 결혼이라는 미래를 그리려고 많은 시간을 고민해 왔다. 불행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이었기에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지난 2-3년이 마치 실패로 점철된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2024년 9월, 다시 1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시시콜콜하지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시간들은 마음속 공허함을 다시 설렘으로 채워주었다. 그래서 브런치에도 다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우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나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실패의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에게 취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본 적 없는 내게 현실에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정말 좋아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정신과 에너지가 바깥으로 향해 있으니 내가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쩌면 남들이 볼 때 '멋진 내 모습'이기를 바라며 바라왔던 것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숱하게 많은 실패는 사실 타인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나의 노력들이었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그리하여 2024년을 정리하고 끝을 내면서 지난날 나의 실패를 돌아보고자 한다. 미술사의 길을 꿋꿋하게 걸으며 이런저런 실패를 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보고자 한다. 원래 글을 장황한 계획을 세워서 쓰는 타입은 아닌지라, 어떻게,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할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시작해 봐야겠다. 


시작이 반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5년은 벌써 반이나 시작한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