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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효 Dec 29. 2024

미국 대학원 박사과정(Ph.D.) 광탈기 2

실패 일지 #1

1. 들어가며: 미국 박사과정 준비 이유
2. 미국 박사과정 준비기 ✅
3. 나가며: 돌아보지 않을 용기


불광불급의 현현이랄까.. 반 미친 상태로 퇴근 후 학원 다니기 신공을 보여준 듯하다. 중간 내용은 창피하니까 가림.




2. 미국 박사과정 준비기

 A. 미국 박사과정 지원 준비


사실 나도 비슷한 길을 먼저 간 선배가 있다거나 가족 중에 이미 미국 대학원에 붙은 사람이 있다는 등 좋은 선례가 있어서 그 수순을 밟았던 건 아니니 내 방식이 정답도 아니다. 정답이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브런치니까 내가 내 방식대로 맨땅에 헤딩을 한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틀렸다면 이렇게 안 하면 되는 거니까.


먼저, 나는 크게 아래의 다섯 가지 방법을 골자로 준비를 진행했다.

가고 싶은 학교 목록 만들기

가고 싶은 학교 최저기준 확인하기

GRE 시험 준비하기

SOP, CV, PS 준비하기

교수님 컨택하기


여기서 가고 싶은 학교란, 학교의 이름과 지역, 분위기 등등 모두 중요하겠지만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의 지도교수가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나에게 미국 대학원 도전은 "모 아니면 도"였다. 어쩌면 이러한 태도 때문에 실패(?)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짧지 않은 기간을 해외에서, 30대라는 황금 같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진정'으로 가고 싶은 학교와 커리큘럼이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할 마음가짐도 갖고 있었다. (절박함이 부족했던 걸까?)


그래서 다소 당황스럽게도 정말 나의 실력과 무관하게 유수의 대학들을 선정하여 지원해 보기로 결심했다.



1) 가장 먼저 선망하는 대학들을 골라보고, 그 학교에 내가 원하는 수업, 전공, 비슷한 연구를 했거나 하고 있는 지도교수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최대치로 목록을 만들어두고, 현실적인 옵션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2) 그렇게 목록을 만든 뒤, 각 학교별로 입학 최저 기준을 찾아내었다.


정보가 너무 산발적이라 나는 습관적으로 엑셀부터 켜서 목록을 만들었다.

A. 학교별 지원 마감 기한

B.  필요 서류들(성적표, 졸업증명서, 토플 점수, GRE 점수 등) (a.k.a. 공통서류)

C. SOP(Statement of Academic Purpose)

D. PS(Personal Statement)

E. WS(Writing Sample)


특히 C~E는 학교마다 요구하는 내용이나 분량이 달라서 유심히 살펴보고 놓치는 바가 없도록 엑셀에 차곡차곡 정리해 두었다.

보통 공통서류는 학교마다 동일하게 들어가니까 찾는데 시간 낭비 안 하려고 한 폴더에 잘 정리해 두었다.


3) GRE 시험 준비는 정석대로 진행했다.


사실 GRE에 대해 잘 모르고, 이미 시험을 본 사람에게 물어본다 한들 내 점수가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2월에 2개의 성적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 10,11월 해커스 수업을 등록했었다.


줏대 있게 살아야지 암암


GRE는 크게 단어시험(Verbal Reasoning), 수학시험(Quantitative Reasoning), 작문시험(Analytical Writing)으로 구성된다. GRE의 구성과 방식, 요령 등은 나보다 더 고수가 많을 테니 이 부분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도 있고, 내 성적도 안 좋은데 따로 더 상술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GRE를 시작했을 때는 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도 안 됐다.


굳이 내 요령이 있었다면, 아무것도 모를 때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학원 등록해서 같이 시험 보는 사람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GRE 시험을 많이 쳐보고 정보가 많은 선생님의 노하우를 어깨 너머 배웠다는 점 정도다. 그렇게 1-2개월 하고 나면 대충 시험의 가닥은 잡히니까.


4) SOP, PS, WS 준비는 Chat GPT와 함께


ㅎ..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은 '실패 일지'이다. 그 말인즉슨 GPT와 함께한 것이 내 실패의 큰 부분을 차지한 게 아닌가 싶다는 이야기와 같다. 사실 나는 영어로 글 쓰는 일에 아직까지도 큰 자신감은 없다. 문법적 오류가 있을까 봐, 영어적(?) 표현이 아니고 한국식 문장의 직역일까 봐, 기타 등등 여러 이유로 내가 온전히 내 힘으로 쓴 글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원서는 최대한 잘 쓰고 싶고 완벽하고 싶지 않은가? 또 때마침 윤문의 귀재 GPT가 유행이더라.


늘 내 글쓰기 방식이 그렇듯이, 크게 골자를 만들고 가이드라인에 맞춰 내용에 살을 채워 넣은 뒤 2-3번 더 읽고 논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근거가 빈약하지는 않은지, 글의 흐름이 시작부터 끝까지 잘 이어지는지 검토했다. (브런치는 보통 이런 식으로까지 글을 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두서가 없다.)


내용적으로 만족이 되었을 때, 영어 표현에 문제가 없는지 GPT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유료 GPT를 사용해서 '문법적 오류가 없는지 검사해 줘', '전체적인 흐름에 모순이 없는지 검토해 줘', '조금 더 아카데믹한 느낌이 나게 수정해 줘' 등등의 명령어를 넣어서 내 글을 윤택(?)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글 자체에서 나의 목소리와 문체가 사라지고 어딘가 모르게 건조하고 팍팍한 글이 되었던 것 같다.


확실치는 않지만 GPT가 손댄 글은 표현력이나 문체가 비슷해서 그걸 검수하고 잡아내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투박하더라도 내 손과 머리로 써서 완성한 글이 더 효력이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글은 잘 쓰되 GPT의 도움은 최소한으로만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단어 외우겠다고 정말 이만 저만 난리도 아니었던 것 같다. 외로운 독학의 길..



5) 교수님 컨택은 부지런히


처음은 부끄럽지만 몇 번 해보고 나면 일면식도 없는 외국 교수에게 이메일 보내는 일이 제법 재미있어진다. 왜냐하면 대체로 답장을 안 하지만 한 둘 씩 답장을 해주고 그 내용을 보고 나면 파이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빠죽겠는 와중에도 희망을 갖고 꿈을 키워가는(?) 해외의 한 학생을 위해 시간을 내서 답장까지 해주는 정성이 고맙기도 하다.


나는 지원할 학교의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 나는 누구이며 (현 소속)

- 어떤 분야와 주제로 연구를 하고 싶고

- 이전까지는 어떤 주제로 연구를 해왔는지

- 특히 교수님의 어떠한 접근 방식을 더 수학하고 싶은지


위 네 가지를 잘 정리해서 본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첨부파일로 Writing Sample을 붙여 넣었다. 물론 그들은 내 본문에서 Hook(?)을 당하지 않으면 첨부파일도 안 열어보겠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었다.


아무튼 대체로 모든 교수님들이 답장을 해주었고,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도 해주셨다.



6) 번외: 추천서


그렇게 다섯 가지 단계를 거쳐 모든 자료가 준비되었을 때는 추천서(Letter of Recommendation)도 받아야 한다. 이 부분도 녹록지 않은데, 수업을 직접 들었던 교수님이면서 해외 경험도 있어서 괜찮은 추천서를 작성해 주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행히 석사 시절에 학과 조교를 하며 여러 교수님과 교류하고 수업도 다양하게 들었어서 어렵지 않게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었다. 꼭 학계 교수님이 아니어도 업무적으로 연관이 있던 분의 추천서를 받을 수도 있다.


학교마다 기한이 다르고 따로 안내된 이메일을 교수님들이 직접 챙길 수 없으니 내가 꼭 기민하게 마감 기한과 학교별 필요 추천서 목록을 작성해서 전달드릴 필요가 있다. 대가도 없이 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 주시는데, 감사의 마음을 넘어 누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노티스를 드리고 감사인사를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교수님들 제출 이력을 2-3일에 한 번씩 내가 잘 관리하곤 했다. 독촉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이렇게 글로만 써두니 간단명료한 작업 같지만 사실은 6-7개월가량 걸린 지난한 과정이었다. 남들보다 짧게 준비했고, 마음가짐도 달랐기 때문에 어쩌면 결과는 당연지사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과정이 없었더라면 미국에 대한 선망과 환상을 갖고 있는 내가 두고두고 "그때 해볼걸", "난 갈 수 있었는데 도전하지 않아서 못 간 것뿐이야. 난 대단해"라는 후회와 자기 합리화, 망상 속에 빠져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과정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다음 내용에서는 실패를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현생(?)을 사는 디딤판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이 실패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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