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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24. 2023

신용불량자입니다.

어쩌다보니

전업주부 8년차.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고

남편은 승진을 하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차를 바꾸고

그런데 이상하게 허전하더라. 

유튜브 쇼츠처럼 인생은 훅훅 지나가는데 나만 제자리이더라. 허전했다.

아침이 되어 남편과 아이가 모두 사회로 로그인 하고 텅 빈 집에 있기 싫어

백화점 마트 이케아 코스트코 아울렛을 할일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건 죄다 사고싶어져 언젠가부터인가 물욕을 참지 못하게 됐다.

가방, 내 옷, 아이 옷, 어쩌다 남편 옷, 가전제품, 쓸데없는 외식...

돈은 어디서 났냐고? 참고로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의 월급쟁이고 게다가 외벌이이다.

처음엔 카드 할부로 야금야금 긁었고

또 다른 카드를 만들어 또 할부 족쇄를 끊지 못했고

그 할부가 턱끝까지 차올랐을때는 카드론을 써서 돌려막기 했고

보험 약관대출을 최대까지 끌어쓰고 

아이 돌반지며 결혼할때 받은 다이아반지까지 다 팔아치웠다.

남은 건... 매지도 않는 가방과 입지도 못하는 옷들. 그리고 빚더미.

나는 돈 한푼 못버는 인간인데 이걸 어떻게 한담.

카드값이 연체되고 하루이틀이 멀다하고 카드사에서 전화가 왔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부동산 가압류가 들어간다는 통보를 받고 비로소 남편에게 이실직고를 했다. 이건 우울증 허전함의 콜라보인 미친 정신병이 빚어낸 추한 자화상이었다. 

남편에게 볼 면목이 없어 이혼하자고 했다. 사랑했던 사람이 같이 비참해지는 것 같아 미안했다. 


여보 나 사고쳤는데 내 자신이..내가 더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어. 이혼하자.

어디가서 굶어죽던 아르바이트를 하던 입에 풀칠하며 살겠지. 

나 신경쓰지말고 살아. 미안해. 


아이는 남편이 잘 키울 것 같았다. 자식도 버린 독한 년이라고 세상이 날 욕하겠지.

하지만 막상 남편의 덤덤한 말에 무너지고 말았다.


빚은 갚으면 돼. 이혼은 정말 네가 원하는 바라면 그렇게 하자. 아이는 내가 키울게.


막상 아이를 못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비록 내가 쓰레기 일지라도 이렇게 부끄러운 엄마로 남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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