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방장 Nov 08. 2024

내 피를 말리는 300만 원

이제는 할 수 있는 이야기 

올해 연초, 카페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고 나서 그 길이 너무나 힘들었고, 몸과 마음은 최악의 상태였다. 수면 부족, 불안을 동반한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 버텨내는 삶을 살았다. 


점포 양도 광고를 여러 부동산에 올렸지만, 연결되는 사람은 없었고, 급한 마음에 300만 원을 유료 광고에 썼다. 그 돈을 생각할 때마다 사기당한 기분이 든다. 왜 이렇게 쉽게 사기당한 기분이 드는지, 급한 마음에서 비용을 정산했던 과거의 내 모습에 일종의 허탈함까지 느낀다. 광고 비용 이체 후 점포 양도 에이전시 담당자 S의 뜨뜨 미지근한 태도에서 나는 담당자 S의 두 눈 속 나를 이따금씩 상상했다. 내 얼굴에 혹시 호구라는 단어가 적혀있는 게 아닐까?


결국 임대 계약 2년 만기까지 카페를 운영하다 정리하게 되었고, 폐업과 철거도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집기류와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C업체와 협력하게 된 이유는 C업체 대표 B가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공감해 주고, 코로나 시기 웨딩홀 11개 정리하게 되면서 집기류 수거를 포함한 폐업 과정을 돕는 업체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자기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응원해 준 덕분이었다. 그때 나는 심신 미약의 상태에서 B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서를 다시 돌이켜 보면, 내가 지나치게 신뢰한 부분도 있었다. 집기류 보증금액 300만 원에 집기류를 청소하고 더 비싸게 팔면 그 차액을 내게 주겠다는 제안에, 그 당시 나는 검토할 생각도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일이 진행될수록 그 사람의 태도는 달라졌고, 일방적으로 보증금액을 250만 원으로 깎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당황스러웠다. 계약서에 분명히 적혀 있던 내용인데도, 그 사람은 자신이 마음대로 값을 조정하려 했다.


사실 그때는 너무 취약한 상태에서 결정했기에 이성적인 판단이 부족했다. 이후 연락이 끊기고, 두 달이 지나서야 집기류가 팔렸다고(집기류가 얼마에 팔렸고, 어디서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았고, 물었지만 대답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300만 원까지는 못 주겠다고 연락 온 B에게 나는 계약서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자기가 대표가 아니라는 둥, 보증금액을 250만으로 깎는 것을 합의 한 통화 녹음 파일이 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늘어놓는 B. 단호하게 계약서대로 300만 원을 요구하자, 결국 300만 원을 정산해 주기로 했지만 300만 원을 나누어 정산하는 조건이 붙었다. 2주 나눠서 150만 원씩 정산하기로 했다. 1차 150만 원 주기로 한 날, 연락이 안 되었다. 초저녁이 되어서 연락이 닿았는데, 150만 원을 이틀로 나눠서 주면 안 되냐고 구구절절 자기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B. 너무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약해져서 150만 원을 110만 원, 40만 원씩 이틀로 나눠 받았다. 다만 2차 150만 원은 무조건 한 번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2차 150만 원 받기로 한 날도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고, 상의 없이 나에게 70만 원 이체하고 다음날 차액을 이체하겠다고 일방적 문자통보를 받았다. 다시 전화 연락하자, 또 구구절절 자신의 상황을 늘어놓길래 B의 말을 끊고 남은 돈 당장 정산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자기 돈으로 먼저 회사 돈 채워야 할 상황이라고... (내가 알바는 아니잖아?) 너무 화가 나지만 끝까지 존중하는 태도로 단호하고 이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30분도 지나지 않아 마지막 80만 원을 받았다. 계약서가 있는 이 돈을 이렇게 힘들게 받아낼 줄은 몰랐다. 


돈 300만 원 때문에 8월부터 10월까지 세 달간 매일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300만 원에 피가 마를 수도 있구나 싶었다. 돈을 받아 냈으니 망정이지, 못 받아 냈으면 아직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 과정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지는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