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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젤리 Nov 23. 2023

이-팔 전쟁이 일어난 후, 가자지구에서 '사라진' 것들

데이터 시각화로 알아보는 가자 지구의 전쟁 피해

데이터로 보는 가자 지구의 모습은 어떨까요?


미사일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출처 : AP 연합뉴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200여 명의 이스라엘인이 인질로 납치되었는데요. 이에 대응하여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에 보복 공습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봉쇄하고, 식량과 연료 공급을 모두 중단했어요.


전쟁이 일어난 후 10일 뒤인 10월 17일, 가자 지구의 핵심 지역인 가자 시티의 한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제 인도법에 따르면 전쟁 지역에서 병원을 공격하는 일은 금지되어 있는데요. 이 사건으로 국제 사회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습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출처 : AFP)

오늘의 글에서는 이번 전쟁의 중심이 된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사라진’ 것들에 대해 데이터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현재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위 사진처럼 많은 건물이 파괴되었는데요. 전쟁이 앗아간 것은 비단 건축물뿐만이 아니겠죠. 사람들부터 전기와 같은 자원까지, 전쟁 이후 ‘사라진’ 많은 것들을 데이터 시각화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사라진 '사람들'

가장 먼저 전쟁에서 사라진 것은 ‘사람들’입니다.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전쟁 이후 정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안타깝게도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인명 피해 지도 (출처 : Land of Tears)

위 이미지는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의 윤신영 에디터가 제작한 인터랙티브 데이터 시각화 사이트 ‘눈물의 땅 (Land Of Tears)’입니다. 2020년 11월 16일부터 2023년 11월 10일까지의 기간 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우측 상단의 메뉴를 열면 나라별, 사건 종류별, 민간인 대상 여부별 사망자 수 데이터를 지도 위에 시각화해 볼 수 있습니다. 피해의 규모는 피해 지역마다 원의 크기로 나타냈는데요. 원의 크기가 클수록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도 하단의 차트는 상단 필터에서 설정한 기간 내 일자별 사망자 수를 나타낸 것으로, 어떤 시점에 사망자가 많았는지 알 수 있는데요. 이번 전쟁 기간의 민간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민간인 대상 여부별 사망자 수’를 조회하여 차트를 자세히 해석해 보겠습니다.


10월 7일부터 11월 10일까지 민간인 대상 공격 여부에 따른 사망자 수 (출처 : Land of Tears)

이번 전쟁 발생일인 2023년 10월 7일부터 11월 10일까지 민간인 대상 공격 여부에 따른 사망자 수를 조회해 보았습니다.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원들이 밀집해 있는데요. 노란색 원은 민간인 대상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 보라색 원은 민간인 대상이 아닌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입니다.


가자 지구 내부에 그려진 원들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이 노란색으로, 그것도 크기가 작지 않은 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민간인 대상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인데요. 이 피해들이 언제, 얼마나 발생한 것인지 하단 2개의 그래프로 더 알아보겠습니다.


하단의 그래프를 보면 왼쪽은 이스라엘, 오른쪽은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대상 여부별 사망자 수를 일자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x축은 날짜, y축은 사망자 수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해당 일자에 그려진 원의 개수가 많을수록 공격 횟수가 많고, 원의 크기가 클수록 사망자 수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그래프와 상단 지도를 함께 보면 가자 지구의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이스라엘과 달리 가자 지구에서는 가장 최근인 11월 10일까지 하루에 몇백 명씩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가자 지구 북부를 중심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민간인의 피해가 더욱 증가했습니다. 11월 20일 기준,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 지구의 누적 사망자 수는 무려 1만 2,300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희생자 중 상당수가 민간인이며, 수천 명의 어린이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2. 사라진 '전기'

두 번째는 사라진 ‘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10월 9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전면적으로 봉쇄했습니다. 사실 가자 지구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한 이후부터 주민들의 이동과 물자 반입이 일부 제한된 상태였는데요. 이번 봉쇄로 인해 연료 공급이 모두 중단되면서, 전기를 필요한 만큼 충분하게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자 지구의 전력 공급 상황을 일자별로 나타낸 라인 차트 (출처: The Washington Post)

위 사진은 가자 지구의 전력 공급 상황을 일자별로 나타낸 라인 차트입니다. x축은 날짜, y축은 가자 지구의 평균 야간 밝기를 나타내는데요! 10월 7일을 기준으로 전력 평균 야간 밝기가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쟁 시작 후 약 10일만에 전쟁 전날인 10월 6일에 비해 가자 지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력 가용성이 90% 감소했다고 합니다. 


가자 지구 전면 봉쇄 이전과 이후의 조명 차이 (출처: The Washington Post)

전기와 관련한 또 다른 사례를 볼까요? 위 두 지도는 미국 신문사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가 발행한 ‘이스라엘의 포위 공격이 가자 지구를 어떻게 어둠과 고립에 빠뜨렸는지 알아보세요(See how Israel’s siege has plunged Gaza into darkness and isolation)’ 콘텐츠에 언급된 시각화입니다. 가자 지구 전면 봉쇄 이전과 이후의 조명 차이를 나타낸 것인데요. 중국 국제 빅데이터 연구 센터가 제공하는 인공 위성 사진을 활용해 지도 시각화로 나타냈습니다. 노랗게 반짝이는 조명의 분포로 가자 지구의 봉쇄 전후 전력 차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요왼쪽의 전면 봉쇄 이전, 9월 14일을 보면 가자 지구 대부분의 지역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의 전면 봉쇄 이후 10월 11일의 지도를 보면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칠흑같이 어두운 모습이에요.


이렇게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사람들의 생명에 큰 위협이 되는데요. 병원의 중요한 의료 장비가 작동을 멈춰 환자들이 위중해지고, 담수 시설 및 하수 처리 시설이 가동되지 못해 사람들이 오염된 물에 노출됩니다. 통신 설비 또한 이용할 수 없어 외부와 단절된 고립 상태에 빠지기도 하죠.


다행스럽게도 11월 17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이틀에 한 번씩 14만 리터의 연료를 반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단됐던 휴대전화나 인터넷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UNRRWA)에 따르면 기초적인 구호 활동을 위해서는 최소한 하루에 16만 리터의 연료가 필요하다고 해요. 여전히 가자 지구에는 전기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3. 사라진 '병원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사라진 ‘병원들’입니다. 전쟁 상황에서 병원은 부상자들과 갈 곳 없는 민간인들이 폭격을 피해 모여 있는 장소인데요. 전쟁은 가자 지구에서 병원마저 앗아 가고 있었습니다. 


먼저 10월 12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북부에서의 전면전을 위해 북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부로의 대피 명령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주민들은 북부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가자 지구 북부는 병원을 비롯한 의료 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주민들이 비교적 쉽게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요. 반면 남부는 그렇지 못해 많은 주민들이 남부 지역으로 대피할 경우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 우려되었습니다. 즉, 가자 지구의 주민들로부터 병원이 ‘사라지는’ 것이죠.


가자 지구 대피 전후의 인구 밀도와 의료 시설 접근성을 나타낸 히트 맵 (출처 : Bloomberg)

위 시각화는 대피 전후의 인구 밀도와 의료 시설 접근성을 표현한 히트 맵입니다. 상단 우측의 범례 또한 히트 맵으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짙은 붉은 색, 병원 접근성이 좋을수록 짙은 파란색으로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구 밀도와 접근성이 모두 높다면 붉은 색과 파란 색이 섞인 어두운 보라색으로 표현되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지도를 해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왼쪽의 지도는 대피 전의 가자 지구인데요. 이스라엘이 대피 명령을 내린 북부를 보면 중심부가 모두 어두운 보라색입니다. 인구 밀도도 높고, 의료 시설에 대한 접근성 또한 좋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실제로 가자 지구의 북부에는 병원과 의료 시설의 3분의 2가 밀집해 있다고 합니다.


오른쪽의 지도는 대피 후 예상되는 가자 지구의 모습인데요. 북부의 인구가 감소하고 남부에 인구가 분포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빨간색으로 표현된 부분이 증가했다는 점이에요. 범례를 참고하면 빨간색으로 표현된 지역은 인구 밀도는 높지만 의료 접근성은 좋지 않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남부로 대피할 경우 의료 지원을 북부보다 제대로 받지 못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어요.


폭발이 발생한 가자 지구의 병원 (출처 : AP 연합뉴스)

최근 가자 지구의 상황은 어떨까요? 영국의 통신사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11월 14일 기준 가자 지구의 병원 35개 중 25개는 연료 부족, 공습 등의 문제로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심지어 가자 지구 북부는 유일하게 남아 있던 알 시파 병원이 잇따른 공격으로 폐쇄되면서, 모든 병원이 기능을 잃은 상태라고 해요. 거동이 어려운 중상자들과 신생아 등은 생명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에디터의 한마디

지금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가자 지구에서 ‘사라진’ 3가지를 데이터 시각화로 알아보았습니다. 저마다 사라진 이유와 피해 상황은 달랐지만 가자 지구의 처참해진 환경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어요. 또, 사라진 것들은 모두 민간인의 피해와 직결된다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현장과 관련된 정말 많은 사진 자료와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담은 사진을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번 전쟁은 특히 민간인, 그중 어린이 사상자가 많다고 해요. 한 언론사에서는 “10분에 한 명씩 어린 생명이 꺼져 간다”고 표현했는데요. 무고한 어린이들이 줄줄이 병원에 실려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침통한 심정이었습니다. 


글을 발행하는 11월 22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시적이지만 나흘간은 교전을 중지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붙잡힌 인질을 석방하기로 합의했어요. 또, 다행스럽게도 가자 지구에 연료 공급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합의된 휴전 기간이 지나면 다시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어요.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한 가자 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끊이지 않을 텐데요. 이번 휴전을 계기로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참고 자료> 

  - “Hostilities in the Gaza Strip and Israel”, reliefweb, 2023-11-06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한달, 세계 곳곳서 휴전 촉구·이스라엘 규탄 시위”, 연합뉴스, 2023-11-06

- 신기섭, “가자지구 병원 폭발에 세계인 분노…팔레스타인 항의 시위”, 한겨례, 2023-10-18

- 이지선, “전쟁 한 달… 가자지구 사망자 1만 명 넘었다”, mbc뉴스, 2023-11-07

- 윤신영, “숫자와 지도로 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alookso, 2023-10-25

“이스라엘 조만간 남부 진격 ‘어디로 가란 말이냐’... 비싼 이자에 전쟁 비용 조달”, 서울신문, 2023-11-19

- 유한주, “가자지구 북부 병원 1곳만 남았다… 미숙아 살리려 사투”, 연합뉴스, 2023-11-15

“가자 북부 장악한 이스라엘… 남부로 지상작전 확대 임박”, 에너지경제신문, 2023-11-19

“32 babies in critical condition among patients left at Gaza’s main hospital, UN team says”, The hindu, 2023-11-19

“이스라엘-가자: 알-시파 병원장 ‘물과 산소가 고갈됐다’”, BBC NEWS 코리아, 2023-11-17

- 안희, “유엔 ‘가자지구 병원, 연료 부족에 3분의 1 문닫아’”, 연합뉴스, 2023-10-30

- 임세흠, “가자지구 병원 35곳 중 16곳 운영 중단… 재앙적 보건 상황”, KBS 뉴스, 2023-11-02

- Nadeen Ebrahim&Abeer Salman, “Surgery without drugs, patients piling up: Gaza’s hospitals overwhelmed amid Israeli strikes and fuel shortages”, CNN, 2023-11-02

- Najib Jobain, “Thousands at risk of dying in Gaza hospitals, cut off by Israel from fuel, water and supplies”, PBS NewsHour, 2023-10-15

- 이윤정,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가자지구에 300명 남아… 눈앞서 구급차 폭발에 참담”, 경향신문, 2023-11-07

- 김예슬, “가자지구 병원 70% 운영 중단… 하마스, 병원 군사 기지로 삼아”, 뉴스1, 2023-11-15

- Fan Wei, “Exclusive: Satellite images show Gaza in complete darkness after power supply cutoff, indicating worsening humanitarian crisis”, Global Times, 2023-10-14

- 박강수, “이스라엘, 국제사회 압박에 ‘가자지구 연료 공급’ 합의”, 한겨례, 2023-11-18

- Ali Abbas Ahmadi, “Israel says it will allow two trucks of fuel a day into Gaza”, BBC NEWS, 2023-11-18

“가자지구 통신 부분 복구…연료 반입”, VOA 뉴스, 2023-11-18

- 서희원, “이스라엘, 가자 주민 110만명에 ‘24시간 내 대피하라’ 경고”, ETNEWS, 2023-10-13

- 유현주, “240만명 갇혔다… 가자지구 전면봉쇄에 참사 먹구름”, 연합뉴스,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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