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8
내 된장에 애벌레가 살고 있었다고 말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사람이 좋아하는 거랑 곤충이 좋아하는 것이 겹친대. 사람한테 좋은 건 벌레한테도 좋다는 얘기지. 벌레 먹은 사과가 더 맛있잖아.ㅋㅋ"
친구는 엄마가 젓가락으로 한 마리씩 집어 올리던 걸 본 적도 있다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된장이 아까워서 숟가락으로 팍팍 퍼내시지 않고 한 마리씩 낚시하듯... 우리 엄마도 친구 엄마처럼 걷어내셨을까? 반드시 그러셨을 거라고 믿고 싶다.ㅎㅎ
파리가 알을 낳아 자기 새끼들을 키우고 싶을 만큼 내 된장이 건강하고 맛있다는 쪽으로 생각하라는 얘기다. 파리의 새끼들이랑 나눠 먹고 싶진 않지만, 만약 내 된장에 방부제가 가득하고, 화학첨가물도 들어가고, 재료로 좋은 걸 쓰지 않았더라면 파리가 알을 낳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애벌레의 출현에 당황하는 내게 매주 며느리가 보내온 톡 내용이다.
'내 손으로 해서 잡수시는 것이 깨끗하고 위생적인 겁니다.
이름난 곳 음식 뒤꼍 항아리에 파리들 죽어있는 거 보시면 음식 맛있겠어요? 그런데 보이더라고요.
계속 일주일 정도 걷어내시면 없을 겁니다. 저대로 두시면 안 됩니다.
걷어내시고 매일 살피세요.
아주 깊숙이까지 들어가 있지 않답니다.
설마 하실 텐데요, 그 짠 간장에서도 살아있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