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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평강 Oct 24. 2023

[독서산책] 완벽주의, 성공한 실패작

완벽주의의 늪 『몸에 밴 어린 시절』'완벽주의' 편 

☑︎W. 휴 미실다인의『몸에 밴 어린 시절』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저자 소개>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와 미국 정신 신경 의학회 전문의를 지냈다. 또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 소재한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수련을 쌓았다. 9년 동안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 어린이 정신 건강 센터의 책임자로 일했으며, 이곳에서 성인의 정서적인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 내 수천 명의 의사들에게 매달 배포되는 잡지인 〈감정과 그 의학적 중요성〉의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개념들을 자주 발표했다.


마음이 자주 공허한가요?

편안함이 어색하고 거북스러운가요?

머릿속으로는 나는 지금 불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공허한가요? 

어떤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완벽주의의 늪'에 빠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평화로워 보였다. 몇 달 동안 내 삶에 어떤 불행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격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평안함만큼 곧 불행이 닥쳐올 것 같았다. 교회 목사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제 삶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이상해요.."


잔잔한 파도 하나 없는 바다 물결 같은 삶이 어색했다. 목사님은 별소리 다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지만, 나는 불안했다. 나는 이 불안의 원인을  한 참 후에 알게 되었다. 『몸에 밴 어린 시절』읽으며 나의 마음의 병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몸에 밴 어린 시절』은 내가 집단상담을 하며 읽은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당신의 현재 성격과 심리 상태의 원인은 현재가 아니라 '어린 시절'이라는 과거에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저자의 중요한 개념이 '내재과거아(inner child of the past)'이다. 내재과거아는 당신 안에 사라지지 않은 어린 시절의 모습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자아가 성숙하지 못한 채 마음 한구석에 유기되거나 방치되거나 업악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내재과거안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점이다. 내재과거아는 나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원치 않는 순간에 나타나 현재의 삶을 망칠 수 있다.


『몸에 밴 어린 시절』에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받은 양육의 특성에 따라 성격과 기질,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양육의 형태를 9가지로 분류한다. 9가지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양육 유형이 '완벽주의'다. 


#완벽주의 부모


완벽주의 부모는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 칭찬, 격려'등을 유보한다. 부모가 원하는 모습의 자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끝없이 성장을 요구한다. 완벽주의 부모에게서 자란 사람들의 내면에서 들리는 가장 흔한 말이 '더 잘해야 한다'이다. 완벽주의는 성공주의와는 또 다르다. 저자에 따르면 주부가 지칠 때까지 집안 청소에 매달리는 경우도 완벽주의 성향일 수 있다.


"완벽주의자는 성공을 거두었어도 불행한 사람이고, 자기가 성취한 일은 무엇이든 과소평가하면서 더 잘하려고 밤낮없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다. (중략) 그들은 자기와 관계된다고 여기는 어떠한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칙도, 심지어는 그런 변칙에 대한 고려마저도 용납하지 못한다. 그것이 자녀의 행동이든, 한 점의 티끌이든, 자신의 일거리이든지 말이다." 


완벽주의자는 '더'라는 늪에 빠져 모든 것을 유보한다. 행복도 조금 더 성취한 뒤에, 쉼도 조금만 더 애써본 뒤에, 사랑도 조금 더 성공한 뒤에... 하지만 자신이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면 다시 이런 말이 들려온다. 


'진짜 조금만 더....'


완벽주의자에게 '더'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이 속삭임에 넘어가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과 만족감, 기쁨 들을 미래로 이월시킨다. 그래서 완벽주의자의 현재는 언제나 불만족스럽고 공허하다. 휴 미실다인이 말하는 완벽주의자의 특징이다. 


"어느 면에서 보면, 완벽주의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 매우 경쟁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끈질긴 노력은 어떤 일 자체를 성취하려는 열망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를 나타내는 척도일 뿐이다. 좀처럼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는 스스로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더 잘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받기 때문에 경쟁 자체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끈질기게 노력하다 보면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 독립적으로 일하는 지적이거나 창의적인 분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완벽주의자는 자신과 경쟁하고 자신을 다그치는 사람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자신에 대한 지나친 요구를 자신에게조차 숨기려 한다." 


완벽주의자들은 사회성을 결여한 일중독자가 되기 쉽다. 




#완벽주의자의 사랑 


완벽주의자들에겐 사랑이 어렵다. 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몹시 어려워한다." 완벽주의자의 정체성은 '자기 비하'다. 내면에서 들리는 '더 잘해야 한다'를 다른 말로 하면 '지금은 충분하지 않다'이다. 완벽주의자들은 충분하지 않은 본인의 진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과 만날 때 가면을 쓴다. 부모로부터 완전한 수용을 받아본 적이 없는 완벽주의자들은 타인을 경계한다. 부모도 해주지 못한 수용을 타인이 할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관계 대신 "일, 운동 경기, 사회적 지위와 같이 성취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한다." 


완벽주의자는 타인에게도 완벽함을 요구할 확률이 높다. 결국 완벽주의자의 파트너는 상대의 완벽주의에 부응하려고 하다 지쳐서 떠나간다. 완벽주의자들은 사랑마저도 자신의 만족감을 채워 줄 하나의 시합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실패하면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중압감을 크게 느낀다. 완벽주의자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자기 비하' 뿐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격려하고 칭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완벽주의라는 늪에 빠져 있었다. 4년제 지방 국립대를 나오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나이 또래에 비해 일찍 자리도 잡았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 유명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면서도, 나는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어딘가 끝없이 공허했다. 7년 전 집단 상담에서 완벽주의자 진단을 받았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완벽주의를 끊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비하라는 늪에 빠져 있었다. 


완벽주의를 고치기 어려운 이유는 현대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개인의 성취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완벽주의가 미덕처럼 보인다. 가정이 파괴되고, 친구가 떠나가고, 동료가 그의 스타일을 못 견뎌서 회사를 떠나지만, 일단 그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면 완벽주의는 미덕이 된다. '나는야 갓생러!'를 외친다. 


매일 갓생러를 외친들, 그것이 근본 동기와 뿌리가 '자기비하'에서 시작된다면 갓생을 살며 얻는 성취들은 무의미하다.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성장 동기가 건강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휴 미실다인은 말한다. 완벽주의자들의 끝은 "성공한 실패작"이다.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은 밑 빠진 독과 같다. 더, 더, 더, 더, 많은 성취를 요구하다가 기쁨과 행복을 채우지 못한다. 




#완벽주의자 솔루션 


공허함에 지쳤다면, 이제 완벽주의를 벗어나야 할 시기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친밀감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면 완벽주의를 벗어날 때다. 저자가 소개하는 설루션은 세 가지다. 


1. 삶에서 자신을 과소평과하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내재과거아가 드러나는 국면을 관찰하고, 

필요 이상의 노력을 줄일 것


2. 내 안에 남아 있는 부모의 태도 대신에 나만의 기준에 따라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할 것


3.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을 비하하는 태도에 맞서 싸울 것. 


이 일은 쉽지 않다. 저자도 그렇게 말하고, 내 경험상도 그렇다. 

'습관성 자기 비하'는 한순간에 끊어지지 않는다. 


나의 경우엔 노트 왼편에 내가 최근 성취한 일들을 적는다. 그리고 오른편에 성취한 일들에 어떻게 반응했는가를 적고, 적절한 칭찬과 격려가 없었다면 밑에 성취한 일들에 합당한 칭찬과 격려를 적어 넣는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평가해 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썼음에도, 자기 비하가 끊이지 않는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지나가는 4살 꼬마 아이가 공들여 만든 어설픈 로봇을 당신에게 보여주었다.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해주겠는가? 


"어설프지만 봐줄 만은 하네. 다음에 더 잘 만들어야 겠다."라고 말하는 어른이고 싶은가?

"우와, 정말 최선을 다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구나!"라고 감탄해 주는 어른이고 싶은가? 


나도 당신도, 완벽주의의 늪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성숙해 가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고, 건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길. 

자기비하보다 기쁨과 만족이 익숙한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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