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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Mar 23. 2024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이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 기억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한나 모니어·마르틴 게스만 지음 l 전대호 옮김 l 출판사 문예출판사 l 가격 1만6000원



철학자와 뇌과학자가 협업해 기억의 본질을 탐구하고, 기억이 우리의 삶과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기술 발전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철학적·과학적으로 탐구한 과학서입니다.


공저자 중 한나 모니어는 루마니아 출신으로, 현재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의과대학 교수이자 독일 암연구센터에서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뇌과학자입니다. 2004년, ‘독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이프니츠상’을 받기도 했어요. 독일 과학재단이 독일 최고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신성 로마 제국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했던 라이프니츠(Leibniz)의 이름을 따 설립된 상이지요.


또 다른 저자 마르틴 게스만은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문화·기술 이론을, 오펜바흐 조형 대학교에서 미학을 가르치고 있는 철학가입니다.


최신 기술의 발전으로 기억 보조 도구가 등장함에 따라 우리의 기억은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이나 온라인 지도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택시 운전사는 도시의 복잡한 길을 모두 기억해야 했지요.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으로써 이제 택시 운전사뿐만 아니라 우리 중 누구도 더 이상 도로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기술의 이러한 변화는 기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기억이 더 이상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소’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 거지요. 저자들은 말해요. 이제 기억은 실생활에서의 실용적인 능력이라고요. 즉, 우리가 길을 찾을 때,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가는 방법을 기억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오히려, B 지점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진 거지요. 최근 개봉한 영화 <듄: 파트 2>에는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대사가 나와요 이 책의 핵심 주제와도 연결되는데, 한마디로 이제는 기억이 경로 계획보다 ‘행동 계획’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됐다는 뜻이에요. 이를 생각하고 책을 보면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온라인 백과사전 덕분에 우리는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채널을 갖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지식의 수집이 아니라 우리 앞에 있는 지식을 해석하는 일이지요.


이러한 이야기들을 저자들은 총 8장에 걸쳐 풀어놓고 있어요. 제1장 '기억의 혁명'에서는 기억에 관한 이전 연구 결과가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지 살펴요. 제2장 '꿈과 수면 중의 학습'에서는 수면과 꿈이 학습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해요. 제3장 '꿈을 통한 능력 향상'에서는 개인의 능력 향상 가능성을 예측하고 꿈에 개입하여 그것을 이룰 수 있는지 탐구하고요. 제4장 '상상과 거짓 기억'에서는 기억이 고의적으로 조작될 수 있는지 들여다봐요. 제5장 '감정 기억'에서는 감정이 우리 기억에 남는 방식을 다루며 제6장 '기억과 노화'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기억력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제7장 '집단 기억'에서는 개인들이 서로의 기억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검토합니다. 제8장 '인간 뇌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현재 뇌 과학의 놀라운 미래 잠재력과 이를 합리적으로 다루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며 마칩니다.


이 책은 기억이 단순히 경험을 서랍 속에 보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항상 미래에 유용하도록 경험을 재가공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기억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도와줘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수집하는 것보다는 그 지식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지요.


청소년 시기는 자아를 형성하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선택과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 책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3월 4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3/03/20240303014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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