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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Mar 11. 2024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배우는  대한민국의 역사

《역사를 품은 역 역세권》박은주 지음 l 출판사 미디어샘 l 가격 1만7800원



서울 시내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구석구석 풀어내는 역사 에세이입니다. 역사를 딱딱하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역 근처의 역사적인 공간을 탐방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지요.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역사적인 공간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책에서 소개된 장소는 모두 지하철에서 도보로 가깝게 갈 수 있는 곳이자 역사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요. 한국인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 책에 담긴 우리 역사의 17개 정거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우리가 방문하는 곳에 아름다운 깊이를 더합니다.


저자는 건축과 책, 교육과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로, 지하철역 근처에 자리 잡은 역사가 깃든 공간을 찾아 숨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직접 취재하고 만났던 전문가들과 증언자들의 인터뷰를 더했어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구성된 책이기 때문에 더욱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어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종각역 3-1 출구 근방에 위치해 있어요. 조선 한양에서부터 근대 경성에 이르기까지, 종로의 골목길과 건물터 등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에요. 종로 일대 재개발 과정에서 발굴조사 중에 나온 유적들을 통째로 보존하고 있어요. 조선시대 500년 역사가 묻힌 땅 종로였기에 어디를 파도 유적은 나왔어요. 그래서 모두 보존할 수 없을 거란 현실적 벽에 부딪혔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하여 사업 시행자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받아들이는 ‘기부채납’이 성사되면서 지하에 있는 발굴 유적이 전부 전시관이 되었고, 도시유적전시관이 만들어졌지요.


안국역 2번 출구로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북촌에선 1898년 9월 1일, 이 지역 양반가 규수를 중심으로 한 기생, 첩 등 40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우리나라 최초 여성 인권 선언서를 발표했어요.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2킬로미터쯤 가면 윤동주문학관을, 가산디지털단지역 1번 출구로 나와 가산동 뒷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구로공단노동자 생활체험관을 둘러볼 수 있지요.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나와 뒷골목으로 100여 미터 걷다 보면 1847년부터 무려 180여 년 세월 동안 명맥을 이어 온 춘원당한방병원을 만날 수 있어요. 조용한 곳에서 환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부러 골목 깊숙한 곳에 터를 잡았지요. 병원 맞은편에는 춘원당한의약박물관이 있어요. 우리나라 한방 역사의 큰 줄거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황두진 건축가가 설계했지요. 통창으로 설계돼 훤히 들여다보이는 탕전실은 기계적인 동시에 성스러움을 자아내 박물관 관람객들의 주요 코스가 됐답니다.


이 책은 서울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서울에 촘촘하게 설치된 지하철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역사의 현장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하며 서울의 역사를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요. 또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우리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고, 미래에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지요.


“한 사회를 지탱하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어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의 역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건 그래서 중요해요. 우리 개개인이 오늘의 역사를 더 “단단하고 현명하게 쌓아올”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를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껴보세요.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지하철 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3월 11일(화) <조선일보> - 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3/11/20240311000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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