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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pr 01. 2024

서브컬처와 오타쿠 '이해'하기


《오타쿠의 욕망을 읽다》마이너리뷰갤러리 지음 l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l 가격 1만9800원



서브컬처를 비평하는 유튜버 ‘마이너 리뷰 갤러리’의 책이에요. 17만 5000여 명이 구독(2024년 3월 28일 현재)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이지요.


서브컬처 비평 유튜버가 쓴 책인 만큼 이 책 역시 일본의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문화 트렌드를 예측해요.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를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관점에서 살피며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작품을 11가지 키워드로 분석, 이러한 작품들이 문화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오타쿠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지요.


1부에서는 서브컬처와 오타쿠의 개념과 역사를 다루며 일본의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시작해요. 소수자 문화였던 서브컬처가 대중문화로 성장하는 과정과 오타쿠라는 집단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배경을 설명하지요. ‘오타쿠’라는 용어는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에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에요. 1960년대 일본은 학생운동이 가장 격렬한 나라 중 하나였어요. 그러나 ‘일본판 68운동’(1968년, 군 독재정부나 권위주의적 정권에 맞서 정치적 압력을 받던 이들이 일으킨 사회 운동)이라고 불렸던 ‘전공투 운동’(전학공투회의全學共鬪會議의 약칭, 1960년대 말 일련의 학생운동)이 1970년대 들어 저물어가며 젊은이들은 정치보다는 조금 더 생활 밀착적인 일에 집중하게 돼요. 이때 집에 틀어박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된 학생들이 ‘오타쿠’라는 집단을 형성했지요('오타쿠オタク'는 본래 '집'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오타쿠들만 즐기던 일본의 서브컬처가 점차 소수자들의 문화에서 벗어나 대중문화만큼 유명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2부에서는 일본의 전쟁과 서브컬처의 관계를 살펴요. <마징가 Z>, <철완 아톰>, <기동전사 건담> 등 거대로봇물을 통해 반전의 메시지를 읽어내고,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나온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그 시대상과 사회적 문제를 읽어내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3부에서는 오타쿠 문화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각 장르에서 나타나는 오타쿠의 욕망을 읽어냅니다. 여성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통해 그들의 욕망을 살펴보고, 소년들의 미소녀에 대한 꿈을 분석하면서 이러한 욕망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려줘요. 저자는 책에서 일본 서브컬처 작품을 68개나 다뤄요. 그중에서도 <리본의 기사>, <꽃보다 남자> 등의 작품을 통해서는 여성 오타쿠의 욕망을,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물 등을 통해서는 남성 오타쿠의 욕망을 분석하죠. 여성 오타쿠들은 사랑을 원했고, 남성 오타쿠들은 노력, 우정, 승리, 사랑을 원했다고 하네요. 또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예로 들며 ‘세카이계’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외부에 존재하는 객관적 실체’에 맞서는 주인공의 서사는 ‘구하지 못하면 세계가 멸망한다’였지만, <신세계 에반게리온>에서는 주인공이 세계의 존망을 ‘선택한다’에 가까운 스토리로 변했어요. 이런 스타일은 유행이 되어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끼쳤는데, 이것을 이른바 ‘세카이계’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일본어로 ‘세카이’(セカイ)는 ‘세계’라는 뜻이지요.  


4부에서는 서브컬처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다뤄요. 게임과 2차 창작, 아이돌과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서브컬처가 대중화되고, 참여하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지요.


일본의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 책은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을 다룸으로써 이 문화들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줘요. 서브컬처가 비단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서브컬처와 오타쿠 문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화콘텐츠와 소비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요.


심지어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대중문화가 머지않아 끝날 거라고 봐요. 그 자리는 수많은 마이너한 문화들이 차지할 것이고, 그중 오타쿠 문화는 대중문화를 대체할 핵심 문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요. 현재 대중문화 시장에서 서브컬처가 차지하는 빈도만 봐도 이미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만약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중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 장부터 먼저 읽어도 좋아요. 좋아하는 작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4월 1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3/31/20240331020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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