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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n 24. 2024

미래 세상에서 유행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상점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곽재식 지음 l 출판사 다른 l 가격 1만4500원


미래의 상점에서 우리가 만날 물건들과 그로 인해 변화할 세상에 대해 예측해 보는 책이에요. 저자가 미래 세상에서 유행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3층짜리 상점에 가서, 그 상점을 구경했다는 상황을 가정해 쓴 거예요. 상점을 돌아다니며 미래에는 어떤 물건이 생겼는지, 그 물건들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설명을 덧붙인 책이지요. 저자는 물리학, 화학, 전기전자공학 등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을 통해 3년에서 30년 후의 미래 기술의 발전을 예측하며 우리가 맞이할 미래와 제품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미래에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좀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되면서 인간의 삶이 크게 변화할 거예요. 1층 가전 코너에서 사람보다 편안한 로봇 점원을 만날 수 있어요. 불편한 호객행위도 하지 않고 꼭 물건을 사야 한다는 눈치 볼 필요 없이 매장을 둘러볼 수 있게 도와줘요. 가전 코너에선 다양한 로봇들도 판매하고 있어요. 이들 로봇들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친근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는 같이 잡담을 나눌 수 있어요. 부담 없이 로봇을 집에 두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오히려 편견, 시기, 질투심을 줄이고 대인관계를 개선하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죠.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옷도 1층 가전 코너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미래의 옷은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게 될 거라는 게 저자의 예측이에요. 이는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입니다. 저자는 “스마트폰 같은 기계가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저 프로그래머가 열심히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반도체 기술자만 애를 써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가 아니”라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모든 미래 기술의 아래에는 배터리가 있다고 말해요. 2020년에 이미 구부러질 수 있는 배터리가 등장했기에 이런 배터리를 아주 얇게 만든 옷도 나올 수 있었던 거죠.

 

기후 변화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육 기술은 큰 역할을 할 거예요. 인공육이 발전하면 고기를 만들어 파는 나라들이 꼭 땅이 넓고 농작물이 풍부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2층 식료품 코너에서는 이러한 인공육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인공육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식재료를 가공학 조합해서 만든 ‘식물육’, 생명공학 장비를 이용해 동물 고기를 이루고 있는 세포만 따로 떨어진 상태로 자라나게 한 뒤에 그걸 모아 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식재료로 사용하는 ‘배양육’이 있어요. 인공육을 통해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지요.


3층 잡화 코너에는 바이오 연료 매장, 녹색 창문 필름 매장도 있고 자동차 관련 제품 매장도 있어 전시된 무인 택시를 볼 수 있었어요. 저자는 미래의 도로에선 자율주행차와 무인 택시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운전대를 잡는 셈이지요. 이런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하는 게 힘들거나 위험할 수밖에 없는 노인, 장애인들이 자동차를 타고 좀 더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줘요.


장난감 매장에 가니 해킹 키보드도 보였어요. ‘학교에서 해킹하는 법을 배운다니?’ 고개를 갸웃하게 되죠. 미래 학교에서 해킹을 가르치는 건 컴퓨터를 이용해 다른 컴퓨터를 공격하고 통신을 방해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 해킹을 예방하고 지키는 방법까지 배우라는 뜻이에요. 이처럼 미래 교육의 새로운 모습은 흥미로울 거예요.


이제 상점을 다 둘러봤습니다. 출구에 특별 판매 코너가 보이네요. 모듈화 건축입니다. ‘모듈화 건축’이란 공장에서 건물의 필요한 부분을 만들어 현장에선 조립만 하는 건축 방식을 말해요. 이때 미리 만들어 온 부분을 ‘모듈’이라고 하지요. 저자는 미래에는 모듈화 건축을 통해 누구나 쉽게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말해요. 이는 건축 비용을 줄이고, 건설 속도를 높이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거예요. 청소년들이 이러한 기술을 통해 미래의 주거 환경을 상상하고 계획하게 할 것입니다.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책이에요. 2024년 현재, 2020년에 출간된 이 책 속 저자의 예측을 평가해 보면 일부 기술은 저자의 예측대로 발전을 이루었지만 다른 기술은 여전히 개념적 또는 초기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저자의 모든 시나리오가 4년 이내에 결실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얘기한 것들의 지속적인 발전은 향후 30년에 대한 그의 비전이 여전히 타당하고 통찰력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대 과학기술의 최전선을 넘나들며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미래를 꿈꾸며 준비할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6월 21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6/23/20240623015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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