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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LAB Jan 18. 2019

4. 수고는 했는데 성공은 아닐 때

지금 지친 당신에게 김창옥이 왔다갔다

안녕하세요, 소통 전문가 김창옥 교수입니다.


월드비전 오렌지LAB과 이번에는 스리랑카를 왔는데, 저번에는 아프리카 우간다도 갔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아프리카를 가봤고, 이 후로 강연 프로그램을 하면서 해외를 많이 다녔는데 '정말 힘들다'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거리를 이동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이번 오렌지LAB과 함께 온 스리랑카를 예로 들어 볼까요?


첫 번째 거리 이동은 한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오는 거예요. 스리랑카의 경우에는 8시간 비행이죠.

그리고 공항에서 월드비전이 사업을 하는 사업장으로 들어옵니다. 보통은 공항이 수도나 수도 인근에 있는데, 월드비전 사업장은 도심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요. 예를 들면 서울에서 광주로 갔다가, 광주에서 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8시간을 비행기 타고 와서, 도심으로 도심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또 더 깊숙한 곳으로 최종 목적지로.. 이 3-4단계를 거치면서 사람을 엄청 힘들게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도로의 이동이에요. 한국은 도로가 좋죠. 비포장도로나, 바윗길이 거의 없잖아요. 스리랑카의 도로를 달리는 것이 또 저를 힘들게 하더라고요.


세 번째는 NGO 차량과의 이동입니다. 월드비전 같은 NGO단체의 차량이 좋을 수가 없잖아요. 그나마 나은 차량 한 대와 구린 차량 한 대, 2대로 움직이는데.. 차가 절벽에서 떨어지면 우리 다 같이 뒤지는 거예요. (좋은 단어를 쓰고 싶지 않아요 ㅋㅋ 정말 그냥 뒤지는 거예요) 또 안전벨트도 3점 식이 아니라 아니라 비행기처럼 2 점식이에요. 특이하죠. 사고 나면 접혀서 날아가겠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스리랑카의 험난한 지형에 자연스레 몸이 긴장돼서 일행끼리 많이 말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일 하러 온 것이니까 말은 못 했지만..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느꼈죠.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거리가 먼 것이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구나-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인간이 실질적으로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인간의 몸에 피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강의를 하기 위해서 1년에 4만-5만 KM를 움직이는 데요, KM로 보면 1년에 지구 한 바퀴를 차로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러니까 몸이 진액이 빠진 게 있어요. 운전이 직업이신 분들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시내 운전이 더 힘들어요! 머리를 계속 써야 하니까..

 

그런데 인간이 정말 필요한 것은 '여기서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기 같이 온 포프리 사장님도 스리랑카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면서 낙후된 것에서 발전된 것으로 이동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드신 것 같아요. 


한국도 전쟁이 나고 70년 동안 엄청난 거리를 이동했어요.

저도 강연을 강연을 18년 동안 하면서 엄청난 거리를 이동했고, 포프리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도 2명이서 세운 회사에서 500명의 직원이 잇는 회사로, 공장도 세우고 농장도 제2, 제3 농장까지 세우고.. 차도 처음 타던 차에서 좋은 차 타고, 엄청난 거리를 오신 거죠.


우리는 정말 그 엄청난 거리를 왔다고요. 몇 만 킬로. 한국도 개인도, 월드비전 같은 기관도 이런 엄청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온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흔히 말해서 성공적으로. '환경적 성공'을 한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엄청 먼 거리를 와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분명히 성장은 했지만.. 건강하지는 않게 된 거예요. 내가 성장한 만큼 내 삶의 질이 윤택해 보이지 않는 거예요. 


BBC에서 남태평양섬의 원주민들이 영국에 홈스테이를 간 다큐멘터리가 있는데요. 홈스테이를 하며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데, 하루는 원주민들이 영국 가정의 설거지를 도와줬어요. 영국에 비싸고 좋은 접시가 많잖아요. 원주만 남자 4~5명이 도와줘도 설거지가 너무 많은 거예요.


원주민들이 "이 영국 여자는 접시가 너무 많아!"라면서 불평을 하면서,  "너네는 왜 이렇게 접시가 많나요?"라고 물어봤더니 영국 부인이 "우리는 밥 먹을 때 식기도 여러 가지, 포크도 여러 가지를 써서 그래요. 당신들은 어떻게 설거지 하나요?"라고 되물어봤대요.


그랬더니 원주민들이 "우리는 바나나 잎에 싸 먹어요. 그러고 그냥 그 잎을 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설거지할 거리가 없어요. 그 시간에 사람들끼리 모여서 놀죠.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요."라고 딱 말하더라고요. 


이런 에피소드가 다큐에 몇 가지 반복적으로 보이고, 마지막 날에는 원주민, 영국인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원주민 추장이 3분 스피치를 하는데 이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여러분, 영국하고 우리 남태평양 섬하고는 사는 방식이 너무 다릅니다. 우리는 그것을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여러분, 그렇지만 여러분 행복하십시오. 우리들처럼"


원주민들이 그때, 영국인들을 어떻게 보냐면 - 약간 페라리 타는 사람들이 경차 타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 그렇지만 거만함이 빠진 프라이드를 가진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고요.


우리는 이 원주민들처럼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나처럼 행복하라고? 


서구 유럽이 발전된 속도가 약 1,000~2,000년이었고 미국이 발전된 속도는 200~300년이었는데 

한국은 무려 전쟁 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70년 만에 여기까지 와있습니다. 


자, 엄청난 거리를 엄청 빠른 속도로 온 거잖아요. 

근데 그 끝에서 원주민 추장처럼 말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 행복하세요. 우리들처럼." 이렇게 저 개인적으로는 말할 수 없더라고요.


어느 날 어떤 어머니가 아이에게 제 강연을 계속 보여주고, 토크쇼에도 데리고 와서 "야, 선생님 강의 어떻니?"물어봤대요. 그랬더니 아이가 "음..강의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저 사람이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요"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 저노무 XX 네가 뭘 알아. 어른의 삶에 대해서 뭘 알아. 인생은 심히 복잡하고.. 등등 여러 생각이 나면서 일주일동안 제가 화가 났어요.


왜 화가 난 거냐면 행복하지 않은 나를 마주치기 싫으니까요. 


이 이야기의 결론은 이 말인 것 같아요. 


인간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사는 게 재미없을 수 있다. 


하지만 난 행복하지 않은지 매우 오래됐다. 

그렇다면 이건 문제가 된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본질의 문젤 직면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멀리 온 삶을, 성장만을 자랑할 것인가요? 

언제까지 우리는 본질의 문제를 마주치지 않으면서, 그 속도로 그 기간에 이 거리를 왔다고 계속 본질과 마주치지 않는 방패를 칠 것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최근에 가장 먼 거리를 간 곳은 어디인가요?
행복하지 않은 나를 마주한 적이 있나요?


지금 브런치에서 읽은 글은 YOUTUBE에서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남태평양섬 원주민들 이야기 더 생생히 들으러 가기 https://goo.gl/iUZW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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