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들이 결혼하기까지는 그로부터도 약 1년 반이 더 지난 후였다. 총 4년의 연애기간, C가 프러포즈 한지 2년 만이었다.
그사이 C는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혼수 자금과 신혼여행까지 결혼 자금을 좀 더 모을 수 있었고, 그녀는 가랑비에 옷 적시듯 그녀의 엄마를 세 번의 명절에 걸쳐 선물과 부탁과 협박?!(엄마 딸 C 아니면 그렇게 받아줄 남자 많지 않다?! 엄마 딸 생각보다 몰래 연애 이미 많이 해봤다며)의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엄마를 설득했다. 결국세 번째 되는 명절날 그녀의 엄마는 할 수없이 C와 같이 오라고 허락해주었고 사람 엄청 가리는 그녀 본가의 막내, 고양이 랑이가(집에 낯선 사람만 오면 온 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고슴도치처럼 으르렁대다가 숨는?! 녀석이다. 집 지키는 데는 1도 소용이 없고 생긴 걸로 먹고사는 귀여운 녀석, 허 씨 집안 막내 허랑이다.) 난데없이 처음 본 C에게 앞발을 턱 올리며 부비부비를 시전 하면서 엄마의 경계심도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건 가족 인증이라나 뭐라나. 거 참. 그 간의 설득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정작 인사 온 C를 엄마는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 이후에도 결혼 전에 흔히들 겪는다는?! 싸움의 불쏘시개들은 많았다. 가톨릭 신자였던 시어머니는 무교였던 그녀에게 성당에서 결혼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세례를 받고 혼배성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냐고 넌지시 C를 통해 얘기를 전해왔고, 그 말을 들은 친정 엄마는 그게 바로 결혼 전부터 그녀의 주말을 차지할 시어머니의 속셈이며, 반대로 생각하면 마치 이건 C에게 결혼을 빌미로 불교로 개종을 하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지 않냐며 무교도 나름 신념이 있는 건데 종교를 강요한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들은 결국 각자의 부모는 각자 처리하기로?! 합의를 보았고 그가 결국 냉담자의 길을 받아들이겠다고 시부모님을 설득했다.
양 가의 장남 장녀였던 그들의 개혼(양가의 첫 결혼식)은 절대 둘만의 결혼식이 아니었다. 그들이 결혼식에 들일 돈도 없거니와 양 가 부모님들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너무 성의가 없는 장소?! 는 또 곤란했다. 양가 부모님들의 지인 친척만으로도 문전성시가 될 판이었는데 양가집 부모님들의 축의금에 대한 견해도 달라 또 애를 먹었고 그들은 또 한 번 각자의 부모는 각자 알아서 설득하기로 했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많이 부족해도 양가의 지원은 일절 받지 않고 시작하기로 했다. 그것이 독립적인 한 가정의 탄생이고 부부의 생애주기를 본인들이 결정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집 문제에 있어서 영혼을 끌어모은 각종 대출이 필요하긴 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각자의 부모는 각자가 알아서 설득하는 걸로. 그리고 결혼식과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는 간소하게, 신혼여행은 좀 길게 가기로 논의했다. 신혼여행은 그들만의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그녀를 꽤나 유혹했던 그의 유럽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혼여행은 전 적으로 C가 일정을 짜기로 했고, 상대적으로 여성이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은(일단 스드메부터) 결혼 준비는 그녀가 주도적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조건 상대방의 의견에 물개박수치며 환호해주기로 말이다. 설령 나중에 변경될지라도 먼저 상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기로.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하나부터 끝까지 같이 결정하는 것보다 그렇게 쿨하게 분담하는 것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었다. 상대방의 물개 박수는 그와 그녀가 춤추듯 그 힘든 과정 과정들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스튜디오는 그녀의 남동생이 찍어주기로 해서카메라까지 대여해 셀프 스튜디오에서 대여한복을 입고 진행하고, 청첩장은 친한 친구가 그려준 컬러링 그림을 초대받은 하객이 색칠해서 보내주는 것으로 하였다. 사회는 홈쇼핑 쇼호스트를 하는 C의 남동생이 해주기로 했고 주례 없이 동시입장으로, 양 가의 아버님들이 편지를 읽어주는 것으로 주례를 대신했다. (C는 남동생의 재치 있는 사회?! 덕에 그들의 결혼식날 밤이 첫날밤이 아닌 것을 만세삼창을 부르며 만천하에 공개해야 했다) 결혼식장은 퇴임하신 그녀의 아버지 직장에서 직원 및 직원 자녀들에게 결혼식장으로 대여해주는 곳을 빌려 식대만 지불하고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의 결혼이 또 그들만의 결혼이 아니게 된 또 다른 사연이다. 감사하며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어디 이것뿐일까.
그녀는 가만히 그녀의 사랑의 여정을 돌이켜본다.
연애가 가볍고 쉬웠던 그 시절, 자신에게 호감을 보여주는 이를 상대로 연애의 갑질을 하던 어리고 이기적이었던 시절을 지나, 어느새 한 사람과 감정을 깊게 주고받고, 그 사람에게서 그녀 자신의 부족했던 무언가를 채우려던 그 시절도 지났다. 이제 그녀는 혼자가 두렵지 않지만, 그와 함께 인생을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들어볼 작정이다.
완벽한 사랑의 조건은, 완벽한 본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완벽한 사람은 타인에게 줄 틈이 없다. 나 스스로 완벽해서 남에게 아무것도 내 걸지 않은 이는 사랑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사랑은 어디까지나 상호작용이다. 내 본연의 모습 그 자체로 사랑받고, 상대방의 못나고 어리숙한 면도 그 자체로 보듬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서로 나누고 기대며 기쁘거나 슬프거나 힘들 때나 행복할 때나 언제든 함께 하는 것.(쓰다 보니 무슨 주례사 같다) 그리고 누구 한 사람의 생이 다른 누구를 위해 희생하거나 의존하거나 기대지 않아도 두 독립된 인격체가 따로 각자의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가 성립될 때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이 되는 것이 아닐까.
에필로그
재이와 C가 상견례를 마치고 마치 처음 사고 친 그날처럼 얼큰하게 서로 취해 행복한 결혼을 향해 축배를 들었던 그날 밤, 새로운 축복이 찾아들었다.
사고로 시작된 커플이 결국 또 결혼 전에 사고를 치고야 만 것이다. 그렇게 결혼식 전에 귀한 혼수를 장만한 그들은 결국 임신 4개월의 몸으로 식장에 서고 말았다. 이미 둘 다 나이도 있겠다 양가 부모님들은 기왕 낳을 거 빨리 가지면 좋지 않느냐고 함께 축복해 주셨지만, 재이는 신혼여행 후 배가 불러 돌아간 탓에 직장에서 다시 한번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이번엔 휴먼도 아닌 씨버(Cyber) 러버랑 결혼식도 전에 애를 만들었다"며 다시 한번 화제의 인물로 등극했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사람들은 같이 동감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사실 출산과 육아는 '완벽'이란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건 감히 말하건대 '위대하다'라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그래서 결론은?! 얼떨결에 위대해질 기회를 얻은 그들의 출산과 육아 스토리는 이번 이야기로는 담기 힘들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글을 마무리 짓는다는 이야기.^^
그동안 길고 긴 재이의 이야기 함께해주신 멋진 라이킷 부대들과 한분 두 분 늘어난 구독자 분들덕분에 연재를 여기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