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에 개봉한 따끈따끈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뜨거운 흥행을 하고 있다. 많은 공감을 얻은 이 시리즈는 현재 14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달리며 흥행가도를 달린다고.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달고나 뽑기' 세트는 아마존에서 36불에 팔고, 이정재가 입고 나왔던 티셔츠가 한 장에 얼마라더라...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게임으로도 나왔단다.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은 영화는 그렇게 여러 방식으로 경험이 재탄생되며 확장된다. 근데 다른 영화들도 흥행 성공을 했다 해서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던가? 오징어 게임은 사람들의 그 무엇을 건드렸길래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즐기는 걸까?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의 메인이 '우리네 어렸을 적 하던 추억의 게임'이고 어린아이들이 뽀통령에 열광하는 것처럼 어른이들의 추억의 게임들을 건드린 동시에 한국의 전통놀이에 대한 호기심도 같이 불러일으킨 것 같다.
작가가 아마 이 재미의 발견 책에 '오징어 게임'시리즈를 넣었다면 어떻게 특전격을 찾았을지 응용해보는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적어도 재미의 증폭 파트의 네 가지 키워드는 이 시리즈가 제대로 섭렵한 것 같다.
연관성 - 나와의 공감대, 연관 정도. 오징어 게임은 우리네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을 소재로 했다
공감 - 눈높이를 맞추어 가장 손쉽게 말하는 것. 그러면서도 예술성을 지니는 것. 대중성과 예술성. 오징어 게임은 단순 추억놀이의 다큐멘터리 가 아니다. 화려한 색감과 긴장감을 선사하며 단순한 게임을 벗어난 인생 스토리를 가미하면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맛있는 라면스프 같은 자극적인 맛이 나게 된다. 게다가 주인공 이정재는 시리즈 중 제일 평범하며 정이 많고 큰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을 대할 때 편견이 없는 인물로 나온다. 끝까지 인간성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공감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가진 인물인 것이다. 평범을 가장한 비범한 인물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불러일으킨다. 공감되는 동시에 내가 마치 이정재가 된 것 같은 착각.
불안정성- 뭐 말할 필요가 있나. 한 게임 끝날 때마다 사람 목숨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목숨을 건 게임 그 자체가 긴장감을 더하며 큰 특징 없는 주인공이 각 게임마다 갈등에 처하면서 불안에 불안을 더한다.
결핍 - 오징어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1화에서 자발적으로 게임을 중도 포기한 사람들의 93%가 다시 제 발로 게임에 다시 참가한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삼을 만큼 경제적으로 극도의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 금전적인 결핍만큼 대다수의 공감을 자아내는 소재도 없을 것이다. 그놈의 돈이 대체 뭔지. 현실로 돌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 2화의 제목은 '지옥'이다. 지옥 같은 현실.
음, 사실 이 넷플릭스 시리즈를 나는 신랑과 추석기간 동안 이틀 만에 다 보고 말았다. 아들을 일찍 재워놓고, 친정도 시댁에서도 볼 수 없었기에 근처 호텔을 잡아서. 한국에서의 우리는 머물집이 따로 없어서 시댁과 친정을 전전했고 추석은 하루 종일 친척들과 가족들과 부대껴야 하기 때문에 잠이라도 편하게 자자라는 심정으로 잡은 호텔이었다.
거의 두 달간의 한국 일정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지금 상해로 돌아왔다. 상해에서는 2주간의 집중시설 격리를 해야 해서 공항에서 바로 격리 호텔로 들어온지도 엿새째.
좁은 호텔 방안에서 어린 아들과 남편과 셋이 2주를 보내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 게다가 일은 해야 하고 말이다. 총 2주의 격리와 1주의 모니터링 기간 동안 여섯 차례의 핵산 검사는 덤이다.
그리고 그 험난한 상해 입국길에 앞서 나를 덮친 사건이 있으니, 업무가 바뀐 지 반년도 되기 전에 일본에서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일본어도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러나 2022년이면 끝나는 지금 본사 프로젝트에 비해 안정성 측면에서는 확실히 더 길게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회사의 커리어만 생각한다면 힘들어도 도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말이 유독 늦는 아들을 보며 내가 이 모든 걸 자초한 게 아닌가 라는 자책도 한다. 지금 아들에게는 한국에 있는 게 모국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일 테지. 한국으로 이직을 해야 되는 걸까 고민스럽다. 주변에서는 네가 싱글이었으면 도전하면 좋을 커리어일 수도 있지만 일이 전부는 아니지 않냐며 가족을 생각하면 한국에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사실 아들뿐만 아니라 나도 변화가 너무 빨라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과연 지금 이 일본이라는 기회를 잡는 것이 용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들이 언어적인 감각이 빨랐다면 이런 환경은 오히려 더 다국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사실 중국을 나갈 때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내 아이의 현실을 이해하고 거기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이제는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보다는 이 선택이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 될까 두렵다. 일본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해서 또 집요한 반문들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헤집기 시작한다. 그럼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어쨌든 일자리가 있어야 하잖아. 구직사이트를 기웃거리며 한국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봐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재미있는가와 별개로 지금의 내 인생은 재미의 증폭 네 가지 키워드를 다 가지고 있다.
연관성과 공감은 나 자신의 인생이니 말할 것도 없고, 불안정성과 결핍 (앞으로의 커리어, 자녀에 대한 걱정) 등이 최고조로 달해있다. 일본에서 온 기회는 중국에서처럼 로컬 언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면 이래저래 생활이나 회사나 모든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기회인지 시련인지 모를 사건을 이 더해지고, 계속되는 변화로 인한 불안정성과 그로 인한 결핍도 더해가면 그건 분명 재미의 완성과 증폭의 공식인데.
과연 내 인생의 객관화를 하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탄생할까. 내 이번 생의 삶의 기획의도는 뭘까. 수년이 지난 어느 날 지금 이 순간의 고민을 보며 나는 무슨 회고를 하게 될까. 그때 그 시절이 참, 내 인생 그래프 클라이맥스나 다름없는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시간들이었지.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내 인생의 재미는 증폭되고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아니, 완성은 무슨 완성. 더하기는 아직도 진행중이고, 기획의도는 아직 밝혀지지않은, 진행형이어서 더 생생한, 내 인생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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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인지 책리뷰인지 헷갈리는 재미의 발견 독후감은 여기까지입니다. 재미있는 책이 재미없는 독자를 만나 인생 진지한 얘기를 하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콘텐츠들의 재미의 공식이 사실 인생에도 맞닿아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렇게 재미난 콘텐츠를 소화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김승일 저자님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