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이 Aug 08. 2022

주식을 시작했다 2

2화 - 주식의 맛

도박장에서도 원래 처음엔 돈을 따게 해 주고 점점 늪에 발을 담그듯 빠져들게 하는 게 타짜들의 수법이라고 했던가.


누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미국 주식을 사고 난 그녀에게 미국 주식시장은 잠시나마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을 남겨주었고, 일주일도 안새는 새에 몇십만 원의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은행 계좌에 들어왔다 찍힌 돈도 아니건만 그녀는 자기의 결정이 마치 맞다는 확인 도장을 꽝꽝 받은 것만 같아 싱글벙글했다. 그리고 더 담대해진 그녀는 테슬라도 담고 넷플릭스도 담고 마소도 담았다.


당시 테슬라는 천슬라라는 닉네임을 갖고 우주 끝까지 치솟을 기세로 주가가 연일 하늘을 찌르던 시절, 그녀의 당시 구매 단가는 주당 1036불. 마이크로소프트 335불. 넷플릭스 615불이었다. 그렇게 겁도 없이 6~7천의 돈을 쏟아붓고 나니 조금 제정신이 돌아왔다.


'나.. 너무 질렀나? 아는 것도 너무 없고 기사 몇 개 가지고 어떻게 앞날을 안다고.. 그렇지만 주식 차트는 너무 어려워 보이고, 소위 차트 전문가들도 주식시장 예측에 종종 실패하던데, 이러나저러나 맞고 틀리는 건 매한가지 아니야? 소가 뒷걸음질로 쥐를 잡던, 앞걸음질로 쥐를 잡던, 잡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사실, 그녀의 성격은 원래 발을 담그며 배우는 성격이긴 하다. 뭘 준비하고 알아보고, 한참 둘러보고 뛰어드는 건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일단 부딪혀보며 일을 저질러가며 배워야 제대로 배운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녀였다. 그리고 사실 그녀의 그러한 방식은 아직까지 운 좋게도 아주 큰 실패를 하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까지 또 무모하다 생각되는 도전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


마이너스통장 한계선까지 지른 그녀 머릿속의 패닉 몬스터 가 경고음을 날렸다. '너 지금 상한선이야~ 지를 만큼 질렀다고 더 지를 돈은 없어, 멈추라고!'


더 지를 돈이 없긴 없었다. 이미 주식에 넣은 시드마저도 빚이긴 했다. 잠시 멈칫하며 주식 쇼핑을 그만 하고 좀 관망할까 망설이는 그녀의 앞에 티큐( TQQQ)와 스큐(SQQQ) 쌍둥이 홀짝 형제가 나타났다.


"내가 좀 더 쉬워 보이지 않아요? 거시경제 흐름만 좀 알면 될 것 같고. 게다가 수익률은 QQQ 세배라고~"


그렇게 쌍둥이 형제가 쌍으로 유혹했다. 그들의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아찔한 그래프는 그녀를 유혹하기 충분했다. 그녀의 눈에 치솟는 그래프와 사람들의 수익률 인증샷만 보이고, 그만큼 벼랑에서 수직 낙하하는 그래프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저자는 여전히 주린이입니다. 이 글은 저 같은 주식 초보들을 위한 공감 에세이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주식을 시작했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