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보다 전기에 집중해서 더욱 매력적인 영화.
19.06.05. @CGV대학로
신작 관람으론 꽤나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오늘의 첫 영화로 엘튼 존의 생애를 다룬 <로켓맨>을 관람했다. 오늘 개봉한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영화의 규모에 비해 상영관이 적어도 너무 적은 이 영화는, 뮤지컬 형식의 독특한 연출 속에 천재적인 뮤지션 엘튼 존의 우여곡절을 매력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어딘가 심심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지만.
화려한 복장을 한 엘튼 존이 약물 치료 모임에서 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자연스럽게 엘튼 존이 레지널드 드와이트라는 본명으로 살아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의 생애를 조명한다. 한 번 들은 음악을 그대로 피아노로 따라칠 정도로 음악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그가 영국을 넘어 미국의,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이러한 전개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자아냄에도 불구하고 제법 흥미롭게 펼쳐진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것부터 무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외로움을 느꼈다는 것, 그 외로움을 술과 약물로 해소하고자 했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은 동성애자라는 것까지 이 영화에서 그러지는 엘튼 존의 생애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 만큼 자칫 비슷한 소재를 다룬 또 한 편의 영화에 머물 수도 있을 상황에서, 이 영화 <로켓맨>은 차별화되는 개성으로 러닝타임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오프닝부터 뮤지컬 장르를 접목시키면서 시선을 잡아끄는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는 점이다. 덱스터 플레쳐 감독이 그의 2013년작 <선사인 온 리스>에서도 활용한 바 있는 뮤지컬 형식은 때때로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이 영화만의 개성을 갖추는 데엔 성공하는데, 극 중 배우들이 다양한 목소리와 화려한 안무로 재현해내는 음악이 특정 뮤지션의 음악들이라는 점에선 자연스레 <맘마미아>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더불어 보다 '음악' 영화 아닌 '전기' 영화에 초점을 맞춘 점 역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그렇게 초반부터 엘튼 존의 다양한 노래들이 뮤지컬 형식으로 펼쳐지면서도 무대 위의 화려한 엘튼 존의 모습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이 안겨주는 고독함 등으로 괴로워하는 무대 아래의 한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함으로써 더욱 진중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전개를 지켜보게 만든다. 이는 전개 과정 자체는 아쉽게 느껴졌던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하면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한편, 엘튼 존을 연기한 태런 에저튼의 연기는 가히 놀랍다. 전작들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번 영화에서 실제 전성기 시절의 엘튼 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안겨줄 만큼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더불어 엘튼 존만의 독특하고 화려한 의상이나 그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해 낸 것도 영화의 몰입을 더해주는 포인트이자 태런 에저튼의 엘튼 존에 더욱 이입하게 만드는 포인트처럼 보인다.
전기 영화라는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춘 듯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독특한 편집과 그래픽으로 재현해 낸 뮤지컬 시퀀스는 강한 인상을 선사한다. 특히 강렬한 임팩트를 안겨주는 'Crocodile Rock' 이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Rocketman', 그리고 후반부를 장식하는 'I'm Still Standing' 시퀀스는 자연스럽게 그 장면 장면들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진한 매력을 자아낸다.
한편, 이렇게 뮤지컬 장르를 통해 음악을 듣는 재미를, 그리고 실존 인물의 생애를 다룬 전기 영화로써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간접 체험하게 되는 재미를 선사하는 것과 별개로 전반적으로 영화 자체가 조금은 평이하게 느껴진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비교적 익숙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고 있을 뿐, 결국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성공가도를 달리던 누군가가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이미 수도 없이 접한 상황에서 특별한 한 방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