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돌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19.06.16. @CGV평촌
개봉 이후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처참한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영 걱정스러웠던 그 영화 <맨 인 블랙 : 인터내셔널>을,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 <엑스맨 : 다크 피닉스>까지 본 마당에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관람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굳이 챙겨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생각만 들게 만들 뿐 뚜렷한 장점도, 개성도 찾을 수 없는 졸작으로 다가왔다.
영화는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외계 종족에 대해 연구해 온 몰리가 에이전트 M이라는 직위를 부여받고 MIB 런던지부에서 최고의 요원이라고 불리는 에이전트 H와 함께 작전을 수행해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 종족에 맞서 임무를 수행하는 M과 H의 여정은 '인터내셔널'이라는 부제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이나믹하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토미 리 존스와 윌 스미스의 콤비 플레이가 펼쳐졌던 이전 <맨 인 블랙> 3부작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영화는 그래도 이전 3부작은 나름대로 굉장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들이었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만들었다. 특히 2편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맨 인 블랙 3>가 시리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로부터 7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온 이 시리즈의 이상한 리부트는 굳이 나올 필요가 없었던 심심한 아류작처럼만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 런던, 뉴욕, 마라케시, 파리, 나폴리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도시를 오가며 한 편의 모험극이 펼쳐지지만 그 과정이 단 한 순간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다가온다. 몰리를 에이전트 M으로 맞이하는 초반 전개부터 당황스러울 정도로 일사천리로 펼쳐지는 스토리가 그저 가볍게만 느껴지더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비롯 <미션 임파서블>, <아쿠아맨> 등을 연상케 하는 이후의 전개는 식상한 기시감만을 자아낸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화려한 볼거리가 연이어 펼쳐지지만 마음을 확 사로잡는 클라이맥스가 없다는 것도 아쉽기만 하다. 하이라이트의 한 방 없이 무난한 과정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는 마치 숨겨 온 무기를 꺼내듯이 펼쳐지는 마지막 비장의 카드 또한 뚜렷한 인상을 자아내지 못한다.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수 있는 후반부의 설정은 이미 이와 관련된 대사가 언급되는 중반부터 너무나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마치 제작진들만 미처 알지 못한 것 같기도..
이전 <맨 인 블랙> 시리즈가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그럼에도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 결국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혹은 조슈 브롤린)가 연기한 두 캐릭터의 상반된 성격에서 오는 익살스러우면서도 능청스러운 호흡이었다면, 이 영화에서 콤비를 이루는 두 캐릭터 간 호흡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영화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토르 : 라그나로크>나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본 이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의 호흡이 마블 시리즈에서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결국 이렇게 캐스팅을 해야만 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남길 뿐이다.
정리하자면, 전체 스토리라인은 수많은 블록버스터에서 봐 온 것을 그대로 답습할 뿐인 상황에서 각양 각색 외계 종족의 활약이나 두 콤비의 조합은 이전 시리즈에 한참을 못 미치니, 확실한 특색이나 강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가볍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중간중간 툭툭 던지는 실없는 농담도 조금의 실소조차 유발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대체 왜 레베카 퍼거슨이 '그런' 역할로 '그렇게' 소모되어버린 것인지도 안타까울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