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3 : 파라벨룸>

세계관이 커지면서 시리즈만의 매력은 줄어들다.

19.06.23. @CGV평촌

유료 시사라는 이름의 꼼수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영화제 일정이 빽빽한 차주 개봉작을 한 편이라도 일찍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어느새 세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존 윅 3 : 파라벨룸>을 미리 관람하였다. 2편 관람 후 리뷰에도 썼지만 국내외 호평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영 매력을 못 느끼는 시리즈인터라 이번에도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던 이 영화는, 여전히 마냥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앞선 전작들보다는 인상적인 지점들이 많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편이 끝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는, 컨티넨탈 호텔 내에선 어떤 이유에든 살인을 금하다는 룰을 어기며 거액의 배상금이 걸린 수배자 신세가 된 존 윅이 그를 향한 수많은 킬러들의 공격에 맞서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더이상 숨을 곳조차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존 윅은 기지를 발휘해 킬러들에게 맞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

이전 두 편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는 줄거리는 단 몇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상황에서 영화는 언제나처럼 각종 액션 시퀀스에 모든 사활을 건다. 오프닝부터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각종 액션들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한 재미만큼은 확실히 선사하며 시리즈의 개성을 톡톡히 살려낸다.

개인적으로 1편과 2편이 큰 감흥을 선사하지 못한 이유는 영화가 철저히 액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액션 시퀀스 중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안겨주는 장면은 극히 적었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 3편 <존 윅 3 : 파라벨룸>은 조금 더 진한 인상을 남기는 액션들이 보다 화려하고 현란하게 펼쳐진다. 특히 말을 동원한 액션이나 소피아의 충견들과 함께 하는 액션, <악녀>를 오마쥬했다고 밝히기도 한 카체이싱 액션 등은 그 기상천외한 액션 연출과 촬영 방식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만, 그 외 다른 부분들은 이전 영화들만큼이나 아쉽기만 하다. 먼저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것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여느 때보다 스케일이 커진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화려해진 로케이션은 오히려 득보다는 독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뉴욕을 주요 배경으로 하면서도 중반부엔 모로코로 배경을 옮기는 영화의 설정은 되려 <존 윅> 시리즈가 갖고 있는 투박한 맛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더불어 시리즈 중 가장 길기도 한 12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중간중간 펼쳐지는 장황하고 루즈한 전개 탓에 그 길이가 고스란히 체감된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으로 최소한 가볍게 즐길 만한 재미만은 제대로 선사하던 영화가 모로코 시퀀스 이후 급격히 재미가 반감되더니,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박감을 떨어뜨리는 킬러 제로의 활약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후반부도 클라이맥스의 액션이 가장 이렇다 할 임팩트를 자아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어쨌든 대놓고 4편을 암시하며 끝을 맺은데다 북미에서 시리즈 최초로 1억 불을 돌파한 만큼 뜻밖의 변수가 없다면 4편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리고 이 시리즈를 마냥 애정하진 않아도 계속해서 관람은 할 것 같은 상황에서, 이후에는 제작비를 크게 투입해 스케일을 벌리는 것보다 <존 윅> 시리즈만의 거칠고 투박한 맛을 유지하는 데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음 좋겠다는 자그마한 바람을 남긴다. 왜 액션 영화에 나오는 동양인 단역배우들의 액션 연기는 어딘가 오버스럽게만 느껴질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