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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Aug 29. 2022

어서, 숨을 쉬어

밤은 나의 공허한 마음에

깊은 호수를 만들어


늪의 노래도

나의 가장 밑바닥까지

닿지는 못해


외로움과 절망은

서로 정다운 모양이야


너랑 있을 땐 안 그런데

네가 안아주면 괜찮던데

나 혼자니까 그래


모두 네 탓을 하면

 미련 없이 수긍하겠지


내 미움을 덤터기 쓰곤

그대로 떠나겠지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 밤이야

가까운 천정은 아무 말도 건네주지 않아


내가 만든

깊은 호수에 몸을 담가

찰랑이는 물과 입을 맞춰

가쁜 숨을 잠시 멈춰


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줄

미지의 손길을 기다려 보지만

깊은 외로움까지 닿을 수 없어


그럴 바엔

조금 더 밑으로 가라 앉는 게 낫겠어

어차피 닿을 수 없다면

손길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게

이득이지


몸이 가벼워져

이토록 가벼운데

나는 왜 가라앉았을까


억울해

물갈퀴를 허우적대며

둥근 아가미를 뻐끔거렸어


조금씩 수면 위로 상승하려 해


외로워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수많은 산소를 삼켜


사랑해

세상이 주는 숨


내 의지 없인

어떤 공기도

숨이 될 수 없어


어서 숨을 쉬어 봐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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