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중국정치사상사』서평
중국의 전제군주 정치체제는 진·한에서 시작하여 그후 별로 크게 변한 것이 없다. … 전제천하의 정치사상은 진·한에서 명·청 사이의 정치제도를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 선진시대의 제가는 역사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에 따라서 그 종파의 성쇠가 결정되었다. 적응력은 유가의 그것이 가장 강하여서 도통이 가장 길었고, 그 실제의 영향력도 가장 컸다.
이학의 무리들은 남쪽으로 건너간 뒤의 위망한 세상에서도 오히려 성명과 의리를 고담하면서 정심과 성의로써 구국의 방책으로 삼고자 했다. 시무에 통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 이학가들의 철학사상은 … 간추리자면 모두가 인도(人道)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고, 치술에 앞서 ‘정심 성의’를 강조했다. … 절세의 철학적 천재로 나타났을 뿐, 실제의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공헌이 없었다. … 송의 유자들은 이치를 몰랐다. 그래서 강을 막아 다른 곳으로 흐르게 하듯이 억지로 전제정체가 완성된 때에 요, 순의 마음이 전수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것이 실용에 맞지 않는 고담이라는 것은 깊이 따질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