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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시 Sep 09. 2022

스타트업 취업 전 '이것' 꼭 확인하라

스타트업 돌다리 두드리기

얼마 전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 식탁의 사업 중단 소식이 연일 입방아에 올랐다. 자금난과 핵심 인력 이탈로 더 이상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직원들은 권고사직을 통보받았고, 몇십 명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도산 이슈는 비단 오늘 식탁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스타트업의 파산 소식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공유 오피스의 시대를 연 '위워크'부터 얼마 전 중국판 우버로 불리던 '디디 추싱'까지 승승장구하던 기업들도 한순간 쪽박신세를 면치 못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오늘회 역시 작년 누적 170억 투자 유치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수혈받았음에도 생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2020년 이후 스타트업 붐이 더해지며 대기업, 중견기업 등이 아닌 스타트업으로 취업이나 이직을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각종 미디어와 기업 온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소개된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근무환경, 수백억의 투자 유치, 장밋빛 성장 비전 등은 특히나 자유를 추구하며 자신의 가치 발현을 중시하는 MZ 세대에게 매혹적인 취업 선택지로 다가왔다. 이에 더해 몇몇 스타트업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스톡옵션으로 경제적 부를 이루었다는 소식들도 간간이 들리자 대기업, 외국계 유명 컨설턴트사와 같은 소위 날다 긴다는 기업 경력자들의 스타트업 이직도 급 물살을 탔다.


나 역시 두 곳의 스타트업을 경험한 경력 이직자다. 잠시 프로젝트성으로 머물렀던 기업까지 더한다면 총 3곳의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처음 스타트업에 발을 내밀었을 땐 모든 것이 생경했다. 이전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중소, 중견 기업에 재직하며 느꼈던 직장 생태계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의사소통부터 업무처리 방식, 비즈니스 툴까지 신문물은 접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슬랙이나 노션이 너무 흔한 협업 툴이 되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상당히 신박하고 낯선 아이템이었다.

개인적으로 신입일 경우 스타트업 취업 시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업무역량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생각한다. 단, 자신을 잘 이끌어 줄 사수가 있고 본인이 배움에 적극적인 진취적인 성향일 경우에만이 다. 반면, 경력자의 경우 발을 잘 못 담글 경우 흔히 스타트업 씬에서 말하는 경력자의 무덤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 될 수 있다. 주변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경력자들 가운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빠르게 퇴사하거나 커리어가 망가지는 꼴도 심심치 않게 보기도 했다.


그리고, 몇 차례 스타트업을 경험해 보며 스타트업 취업 전 체크해 보면 유용할 몇 가지 사항들을 몸 소 터득할 수 있었다. 지인들 중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나 취업을 고민하며 상담을 신청한 이들에게 조언 차 나눴던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어느 기업이든 출근을 확정하기 전 체크해 보면 좋을 부분이라 생각한다.


첫째, 대표자의 가치관을 파악하라.

스타트업은 90% 이상 대표자의 성향과 가치관에 의해 모든 비즈니스와 조직문화가 설정된다. '기업=대표'라 할 수 있다. 특히 초창기 스타트업일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 강하다. 그렇기에 대표의 가치관은 비즈니스 성과와 조직의 성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미디어에 노출된 대표자의 인터뷰나 EO 등 스타트업 전문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영상은 스토리를 설계한 '홍보물' 임을 잊지 말라. 10여 년 홍보인으로 살아온 바에 따르면 그렇다. 대표와 직접 대화를 통해 상대의 됨됨이와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대표와 인터뷰 시 아래 4 가지 질문을 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에 따라 본인과 결이 맞는 기업=대표 인지를 파악하라.


1) "인생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 "왜 이 기업을 창업했는 가"

3) "롤 모델로 삼는 경영자는 누군가"

4) "회사 운영에 가장 중시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가"


둘째, 공간과 직원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파악하라.

요즘 많은 스타트업들이 인재 채용을 위해 인테리어에 열을 올린 덕분에 대다수 스타트업들의 공간은 멋지게 꾸며져 있다. 인터뷰로 회사에 방문 시 공간 인테리어에 심취하지 말고 아래 두 곳을 꼭 탐색해 보길 권한다.


2) 대표실 : 대표실이 별도로 있을 경우 공간에 어떠한 책이 꽂혀 있는지, 좋아하는 브랜드 스타일이 무엇인지 체크해 보라. 물건은 곧 개인의 취향과 성향이 담긴 증거자료다. 특히 책의 경우 그 책의 내용이 경영의 철학적 토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 화장실 : 집뿐만 아니라 회사 역시 깨끗한 화장실은 그곳에 머무는 이들의 생활방식을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화장실이 청결하지 못할 경우 업무 처리 방식 역시 깔끔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외, 회의실과 업무 공간의 청결 도도같이 체크해 보면 좋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움직이는 동물이다. 또, 공간을 둘러볼 때 직원들의 표정과 업무 분위기도 같이 체크해 보라.


셋째, 재무제표를 뜯어보라.

대다수 스타트업은 적자다. 언론에 노출된 기사를 보면 매출은 매해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허다하다.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도 투자금으로 기업을 연명하기 때문이다. 과거에야 스타트업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적자를 내도 괜찮다는 기조였다만, 결국 기업은 수익을 내고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존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회와 같은 사단이 난다. 적자이더라도 적자폭이 매해, 매 분기 줄어들고 있는지, 플랫폼 기업이라면 MAU, 거래액의 증감 추이를 체크해 보길 권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공시의무가 없기에 재무제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기업 신용 정보 사이트'나 '더 브이 씨' 등의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서도 모든 기업은 아니나 일부 기업의 재무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있다.


스타트업이든 일반 기업이든 100프로 내 맘에 드는 곳은 없다. 회사와 직원은 연인 관계와 같다 생각한다. 연애하듯 서로 맞춰가는 것이다. 가장 좋은 연인은 만나는 동안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고, 그런 회사를 잘 선택해야 한다. 다만, 스타트업의 경우 일반 기업들보다 파산의 위험성이 높은 만큼 잘못된 상대를 만나 심적, 물적 고생을 하느니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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