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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Apr 30. 2024

괴롭고 힘든 마음을 세탁할 수 있다면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북로망스, 2023

  사람은 어울려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사람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믿었던 친구의 배신, 직장에서 상사와의 불화 등 다양한 관계의 불협화음으로 가슴이 찢어질 정도의 아픔을 경험한다. 이때 지치고 쓰라린 마음을 치유해 줄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정은 장편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슬픔과 아픔으로 얼룩진 마음을 세탁해 주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저자 윤정은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프렌치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마음 세탁소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고 행복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이 책에서 주려는 것 같다.     

  

  메리골드는 언덕 위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세탁소의 주인인 ‘지은’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걸 치유하는 능력과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은은 계속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백만 번째 태어난 곳이 메리골드이다. 여기에 지은은 ‘마음 세탁소’를 열게 된다. “마음의 얼룩을 지우고 아픈 기억을 지워드려요. 당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구겨진 마음의 주름을 다려줄 수도 얼룩을 빼줄 수도 있어요. 모든 얼룩 지워드립니다. 오세요. 마음 세탁소로.” 마음 세탁소의 공고 문구이다. 마음 세탁소는 얼룩진 마음을 세탁해주는 장소이다.     


  총 6명이 마음 세탁소을 문을 연다. 엄마와 단둘이 살았던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재하, 재하와 어릴 적부터 친구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아픔이 있는 연희가 마음 세탁소를 찾아 마음의 얼룩을 지운다. 뒤이어 인스타 인플루언서로 화려한 삶을 살지만 가족의 모든 짐을 지고 살아야 했던 은별, 그녀는 친구가 액정 밖에 없고, 좋아요 숫자에만 온 신경을 쏟는 폰 안의 세상에 갇혀 있다. 그런 자신이 싫어 자살을 몇 번이다 시도하기도 했다. 그녀 역시 마음 세탁소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교수 아버지에 변호사 어머니, 전교 1등인 형이 있지만 정작 자신은 가족들에 비해 형평없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택배기사 김영희. 그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시달림을 받다 결국 자퇴를 하고 메리골드로 들어와 택배기사를 한다. 그런 그가 마음 세탁소에 와서 마음을 세탁하고 이제는 택배 일을 하면서 시를 쓰기도 한다. 이외에도 재하 엄마인 연자, 사진작가 엄마와 건반 치던 아빠가 동시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경험을 하게 된 해인이 등장한다.     


  이들 모두는 마음 세탁소에 와서 마음을 세탁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마. 그날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마. 미리 걱정하지 마.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오늘 하루 잘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을 사는 거야. 그러면 돼.” 그렇다.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서 마음의 얼룩도 지워지는 것이다. 살아가는 태도도 중요하다. “오늘부터 난 웃는 걸 선택하기로 했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선택할 수 없지만 울거나 웃는 건 유일하게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거잖아.” 이 두 구절은 지금의 나에게 해 주는 말인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했다. 오지 않은 미래의 일들에 대해 미리 걱정하면서 오만상으로 살아온 나에게 지금부터 웃으면서 오늘을 살아가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내가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곳까지 떨어진 내 자존감을 느끼고 있을 때, 책에서는 나에게 이런 말로 위안을 주기도 했다. “기억해. 네가 무엇이건, 화려한 옷을 입자 않아도, 지금 입은 얼룩덜룩한 옷을 입이도 이미 존재만으로 별처럼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분명 존재만으로 세상을 빛내고 있다. 중요한 건, 내가 품는 마음이다. “분명 어제와 같은 하루인데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산다. 마음의 변화 만으로.” 내 마음이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을 결정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애야 한다.     


  나에게 닥친 시련이나 아픔도 내 마음에 따라 상처로 남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어쩌면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이고, 내 선택이 옳은 것이라 잘될 것이라 믿는다면 결국 그렇게 될 거야. 말하는 대로, 믿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능력이 이미 메 안에 있어. 그냥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봐.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어봐. 그리고 기억해.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물을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준대.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선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거지.”     


  하지만, 나는 마음의 얼룩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메리골드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의 아픈 흔적을 지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계속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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