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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03. 2020

3년 반의 연애를 통해 배운 4가지

 저는 2016년 10월 28일부터 만나기 시작한 멋진 남자와 3년하고도 6개월 동안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믿기지가 않아요. 3년 반이라니.. 저희보다 훨씬 더 길게 연애를 하고 계신 분들의 눈으로 보면 저희 커플은 아직 애기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벌써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연애했어? 비결이 뭐야?', '중간에 헤어질뻔한 적은 없었어?'입니다. 돌아보면 정말 전쟁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참 많이도 싸웠고, 헤어질뻔한 적도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배웠습니다. 이 남자와 투닥거리며 나라는 사람,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처음보다 참 많이 성장했구나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여러분에게 연애에 대한 조언이나 팁 같은 것을 드리려는게 아닙니다. 그럴만한 입장도 아니구요. 그저 나름 장기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시간의 저를 돌아볼겸 3년 반 동안의 연애를 통해 배운 4가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첫째, '너'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 멋진 남자는 저의 첫 남자친구입니다. 제가 첫 연애를 시작하며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너'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전제했다는 겁니다. 종종 인간관계의 핵심문제는 나와 상대방이 같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은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못다이룬 꿈을 자식에게 주입하는 실수를 범하고, 누군가는 나와 생각이 조금 안 맞다 싶으면 귀를 막아버립니다. 연인 사이에는 더합니다.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을 간섭하고, 통제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DNA를 가지고,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온 개별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니 절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제 남자친구와 저는 '세상에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른 부분이 참 많습니다. '짜장면'하면 '짬뽕', '고기'하면 '회'인 식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싫지 않습니다. 남자친구는 어떨지 몰라도 저는 정말 좋습니다. 표현방식, 행동방식, 가치관 등이 달라서 셀 수 없이 많이 부딪혔지만, 이를 통해 이 사람이 나와는 다른 별개의 고유한 인간이라는 겸손한 사고방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할까', '왜 저 사람은 저걸 싫어할까'라는 의문들이 '저 사람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잖아, 내가 좋아하는 걸 싫어할 수도 있지. 그럼 이걸 어떻게 풀어갈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우리'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둘째, 진짜 사랑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기주 작가님의 책 <언어의 온도>에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p.25

댕~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우리'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저는 한 때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습니다. 뭔가 나만의 색깔을 잃는 위험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제 원래 성격탓도 크지만, 또 미디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종 서점을 거닐거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 '상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헤어지세요! 자신의 인생이 가장 중요하잖아요!'라는 메시지를 접합니다. 만약 제가 이 메시지에 따랐다면, 저는 남자친구와 진작에 헤어졌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저희는 다른 점이 참 많거든요. 결과적으로 저는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를 잃기는 커녕 저라는 사람을 더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언어의 온도>를 읽고난 후 메모장을 켜 저도 한 번 써봤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논리없이 감정적으로만 이야기하는 것.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식으로 변화를 독촉하는 것.

집에서 지나치게 후리한 옷을 입는 것.

눈썹 앞머리를 너무 길게 그리는 것.

등등 


적은 리스트를 10분 정도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항목들 중 나의 행동을 변화시켰을 때 나라는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없더군요. 마지막 항목인 '눈썹 앞머리를 너무 길게 그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제가 눈썹 앞머리를 길게 그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것까지 일일이 상관하는건가 싶어 짜증을 많이 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래, 한번 짧게 그려보자'하고 조금 짧게 그려보았습니다. 괜찮더라구요. 저는 종종 사소한 것들에 저의 자존심을 내걸고, 만약 상대방이 이걸 건드린다 싶으면 엄청난 방어자세를 취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의 가치와 색깔은 이런 사소한 것들에 의해 결정되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남자친구가 제게 '난 너가 작가가 되는게 싫어. 작가는 돈을 못 벌잖아.'라고 했다면 일찍이 손절했을겁니다. 하지만 제 남자친구는 기본적으로 저의 선택과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위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남자친구도 저에 대한 존중의 표현으로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래 연애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셋째,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


 저는 제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입니다. 그런데 연애는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남자친구는 제게 항상 1순위였기 때문에 '나를 그닥 사랑하는 것 같지가 않아'라고 느껴지는 날에는 새벽 3시까지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저를 사랑하는지 하지 않는지에 따라 저의 가치를 평가했기 때문에 제 감정은 늘 수동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동적인 감정을 안고 살아가면 절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어 정작 내가 해야할 것들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연애는 물론 학업 혹은 커리어도 그야말로 '망해버리는' 것이죠. 만약 지금의 제가 불안 속에 살았던 예전의 저를 만난다면 꼭 이렇게 말해줄 겁니다.

"그렇게 늘 불안해하고, 의심하는게 진짜 사랑일까? 차라리 그 시간에 너 자신을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맛있는 걸 먹는게 어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중요한 가치로 두면 시끄러웠던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고, 그 시간에 책을 읽든, 공부를 하든, 음악을 듣든 혹은 명상을 하든 어쨋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충실히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스스로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한 뒤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남자친구가 약속에 늦으면 '왜 늦지? 나와의 약속이 중요하지 않은건가?'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화가 난 채로 데이트를 하니 데이트가 재미있을리가 없지요. 지금은 '10분 정도 늦는다구? 알겠어요.'라고 말하고,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 10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갑니다. 화가 날 이유가 없어요. 당연히 데이트도 더 즐겁습니다. (책이 너무 재미있을 때는 더 늦어도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제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뿐만 아니라 제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한 뒤로 남자친구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내가 오빠한테 왜 짜증을 냈지? 단순히 피곤해서인가? 아니면 오빠에게 가지고 있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서인가?' 

 나의 부정적인 행동이 어떤 감정에 의해 촉발되었는지 머릿 속으로 고민하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노트에 적었습니다. 이렇게 제 감정을 분석하다보니 부정적인 감정의 시발점이 보였습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남자친구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  그래서 이후에는 남자친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남자친구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이 사람의 표현방식이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라 '자주 연락한다'의 기준이 다른거구나..' 아직도 알아가야 할 것이 산더미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자신의 시간과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연습을 하다보면 나도, 우리의 관계도 모두 성장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넷째, 연애상담은 친구말고 연인과 해라.


 친구 혹은 직장 동료들과의 이야기에서 종종 연애가 화두가 되고는 합니다. 저는 연애를 하며 마주치는 갈등,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는 연애란 아직 미성숙한 두사람이 '우리'라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둘만의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고민에 대해 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너무 의존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진심을 다해 조언을 해준다고 할지라도, 그건 그 사람의 연애경험을 토대로 나온 해답입니다. 여러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연애를 하다보면 아주 미묘하고, 사소한 부분에서 오해와 갈등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이 순간에서 상대방이 하는 표현방식, 행동 등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는 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나 : "너무 힘드네.. 남자친구랑 잘 안 맞는거 같아.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고 해야하나?..암튼 그래"
친구 : "네 이야기 들으니까 너가 너무 힘들어보인다.. 그렇게 힘들어 할 바에는 그냥 헤어지는게 어때? 너 시간 버리는 일일 수도 있잖아"


친구의 연애관에서 바라보면 연애에 감정소비를 하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릅니다. 저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우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감정소비는 일종의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만나는 모든 시간들이 힘들고, 지치면 그건 바람직한 연애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힘든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힘든 시간들을 함께 극복하며 더 단단한 '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절친의 충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저와 제 남자친구는 일찍이 남남이 되었을테지요. 절친의 진심어린 위로는 제게 마음의 위안을 주었습니다. 또 덕분에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도 있었습니다. 다만 저의 연애가치관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충고의 일부는 받아들이고, 일부는 걸러냈습니다. 


'연락을 자주 안한다구? 흠.. 그거 좀 안 좋은 징조아니야?' 라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으면 당연히 누구든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그 불안은 또 다른 불안과 의심을 키워 연인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고민을 연인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자친구한테 하면 상처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권태를 느끼고 있다던가,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말이지요. 이런 주제들은 굉장히 무겁지만, 그래도 어쨋든 다른 사람이 아닌 너와 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오래 연애를 한 커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다는 것입니다. 민감한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런 이야기를 연인 사이에 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보통 하나의 문제가 여러 문제와 엮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해답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감정이 소모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제 경험상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면 문제를 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는 연인과의 관계가 더 끈끈해집니다. 



나의 소울메이트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부족한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고 아껴줘서 고마워요. 오빠가 내 남자친구여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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