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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04. 2020

저는 이렇게 책에 빠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준 건

 저는 한 달 평균 6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일 년에 80권 정도의 책을 읽는 셈인데요, 사실 3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를 위해 책을 읽거나 공부에 지쳐 힘을 얻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위주로 간간히 책을 읽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학년 1학기까지는 그저 과제용 독서를 할 뿐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커피는 최강의 조합입니다


 17년 여름즈음 저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밝은 척 하지만 혼자가 되면 늘 우울하고, 불안하고, 자꾸만 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답답하고 숨이 가쁘고..머릿 속은 마치 2주일 간 비워내지 않은 쓰레기통처럼 꽉 차버렸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나고나서 돌아보니 우울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패만 거듭하는 제 모습이 한심해 '그냥 꿈을 포기하고 취업이나 할까...'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는 소설책을 읽는 행위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책을 읽을 바에야 그 시간에 내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영, 경제 혹은 자기계발서를 읽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날 도서관에 갔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발견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갑자기 그 책에 손이 가더라구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빌려온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만 읽기 좀 심심해서 멜론으로 재즈를 틀어놓고 읽었습니다. 솔직히 소설 초반까지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흥미가 떨어지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계속 읽었습니다. 머릿 속을 어지럽게 하는 생각들, 특히나 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생각들을 하지 않게 되어 좋았습니다. 창 틈 사이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자기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 소설과 잘 어울리는 재즈.. 정말 오랜만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책을 읽고 있을 뿐인데 마음 속 더러운 부산물들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느낌이 너무 좋아서 3일에 걸쳐 1Q84 전권을 다 읽어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내리 읽었습니다. 신기한게 그 사이에 습관이 조금 들었는지 책 읽기가 익숙해지더라구요. 처음엔 머릿 속의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서, 그 다음엔 책 읽는 분위기가 좋아서 책을 읽다보니 이제는 책 자체가 좋아졌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고, 점심 시간에는 밥을 사들고 야외 벤치로 가 또 다른 책을 읽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그 시간들이 저를 책으로 인도했고, 책이 저를 구원해준 것 같습니다.




점심에 햇살 쬐며 책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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