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2
우리 팀의 리더이셨던 이사님이 우리들을 위해 회사를 먼저 나가신 후, 우리를 대하는 임원진의 태도는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이사님이 우리의 부모님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울타리가 없다고 느껴져서 였을까.
‘퇴직금은 언제 받을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회사 생각은 안 하고 본인들 돈만 밝히는 천하의 비열한 놈이 되었다.
우리 팀 직원들은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아니 퇴직금은 해고당한 직원들의 권리 아닌가?
왜 그걸 회사 마음대로 언제 줄지 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또한, 이미 몇 개월 전부터 회사의 금전 상황에 대해 이사님을 통해 공유 받았기 때문에, 임원진의 잘못된 운영 방식으로 인해 자금난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사님이 알고 계셨던 것보다 더 많은 빚이 있었던걸 보면 최측근들만 아는 어떤 다른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더 어이없게 만들었던 일이 또 하나 있었는데, 해고를 당하고 약 2주가 지난 때 였던 것 같다. 회사 측에서 우리보고 프리랜서로 일해줄 수 있냐는 제의를 받았다.
제의를 받자마자 ‘이게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회사를 위해 같이 힘내보자고 얘기한 후 몇 주 뒤에 갑작스런 해고 통보에 모자라 이제 다시 일해달라고?
아무리 우리가 계약 관계로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해도, 대표의 말이라면 감정까지 지워가면서 하라는대로 해야하는 부품이 아닌데 말이다.
이 제의를 받았을 땐 이미 해고 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다가 지칠대로 지쳐서 좀 쉬자고 판단한 때였다.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병원에 가니 특별한 원인은 없고 스트레스 때문일테니 휴식하라는 말을 들었다.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더라도 프리랜서 제의를 받을지 말지 고민했을 판국에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제의는 거절했다.
해고를 당하며 수습하는 동안 미성숙한 어른의 민낯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팀 직원들은 임원진의 ‘내가 제일 불쌍해’라는 태도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본인이 몇 년째 운영하던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건 큰일이다.
하지만 겨우 월급이나 받는 너희는 다른 곳을 찾으면 되지만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내가 더 큰 문제다라는 말은 사실 임원이 아닌 직원들에게 크게 와닿기 어렵다.
우리도 회사 사정을 아예 몰랐던 것도 아니고, 회사를 몇 년 동안 다니며 쌓아온 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매몰차게 회사를 대할 마음이 없었다.
그랬다면 자금난이 생겼다고 했을 때 모두 이직하고 퇴사했을 것이다.
이 회사를 잘 살려보고 싶은 마음에 다들 서로 격려하면서 더 버텼던 건데, 해고까지 당하는 마당에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얘기하지도 못하게 하니 마음속에 울분이 쌓였다.
우리가 바랬던 건 회사가 망하여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내보낸다는 미안함의 표시, 현재 상황이 어려워 퇴직금을 제때에 못 줄 수도 있지만 최대한 이날까지는 주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이었다.
또,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그들의 태도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바로 프리랜서 제의를 거절한 우리에게 엄청난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었다.
앞뒤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제의를 거절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를 적으로 선포한 그 마음이 간장 종지만 해서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우리에게 사정이 있었다고 상황을 풀어보려 해도 본인의 상한 감정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니 울분을 토하고 싶었다.
대체 우리 사이가 뭐라고 애인처럼 사소한 속상함까지 풀어줘야 하는 것인가.
그럼 우리의 속상함은 누가 풀어주려나? 풀어줄 마음은 있는 걸까?
내가 해고를 당한 후 우리 팀 직원들에 대해 한 가지 더 안타까웠던 점은 그들이 외국인이라는 것이었다.
모두 심성도 착하고 본인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었어서 나도 일을 하며 자극을 받을 때가 많았다.
나야 해고를 당해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서 당분간은 준비하는 기간을 가져도 됐지만, 그들은 회사를 나오게 되면 당장 비자 유형이 바뀌어 한국 밖으로 쫓겨날 신세였다.
나도 외국에서 살며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사정이 더욱 안타까웠고, 그래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회사는 외국인이라고 얕본 건지, 한 직원의 남은 연차 일수가 퇴사 일 전에 쓰더라도 며칠 남았었는데 그걸 돈으로 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노무사의 도움을 받는 임원진에 비해 한낱 직원이었던 우리들은 법적 자문을 받기 위해 다 같이 변호사 상담도 받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이때는 거의 하루에 한 번은 멍하게 있거나 눈물이 나거나 그랬던 것 같다.
아마 우리끼리라도 서로 으쌰 으쌰 하지 못했다면 벌써 최소 한 명은 화병과 스트레스로 인한 이유 모를 염증 악화로 입원해 있었을 것이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