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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라 Sep 10. 2024

해고, 그 이후 우리는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3


돈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결국 우리 팀은 언제 '퇴직금과 남은 월급은 알아서 잘 챙겨주겠다'라는 미심쩍은 말을 끝으로 해고 날이 다가와 회사를 나왔다.

남은 정산이 끝나기 전까지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혹시 돈이 안 들어오면 어떡하지? 소송을 해야 하나?' '소송 비용은 얼마나 하지?' 등의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들어 뭐라도 하게 되었다.

닥치도록 뭔가를 배우거나, 자기 전에는 잠에 쉽게 들지 못해 유튜브 등을 보며 몸과 정신 모두가 지칠 때까지 보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해고를 당해 퇴사를 하게 되면 퇴사일 이후 14일 안에 퇴직금과 남은 월급 등 모든 정산을 끝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다니던 회사는 보험 등의 계산을 하려면 월말에 줘야 한다면서 꼭 월급을 기존 월급날처럼 월말에 준다고 했다.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아 자포자기한 것도 있었고, 회사 사정이 정말 좋지 않은 것도 이해하여 그러라고 했다.


퇴직금도 14일을 꽉 채워서 문제가 생기기 직전에 받아 우리 팀 전체 사람들을 피 말리게 했고, 남은 월급은 더 심했다.

기존 월급날이 매월 25일이었는데, 아무리 공휴일과 주말이 끼어있었다고 해도 26일 저녁이 됐는데도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팀은 서로 연락을 하여 모두 월급을 정산 받지 못한 걸 알게 되었고, 노동부에 보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노동부에 신청 글을 올리자마자 타이밍이 웃기게도 월급을 입금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우리를 괴롭히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왜 굳이 26일 자정이 되기 전에서야 월급이 들어온 걸까.

퇴직금과 월급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본 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나?

그래도 마지막 날에는 웃으면서 서로 잘 지내라고 말하며 나온 것 같은데 우리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나?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나?


아직도 본인의 미성숙함으로 다른 사람에게 앙심을 품는 사고 과정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더 정신 꽉 붙들고 살았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기억 끝에 남았다. 






해고, 그 이후 우리는


해고 이후 몇 달이 흐른 뒤에 우리 팀은 서로 연락이 닿아 한 번 만나기로 했다.

아직도 만난 카페 이름이 생각난다. 문래에 있는 After work club이었는데, 퇴사를 하고 나서 만난 우리와 찰떡인 이름인 것 같아서 장소가 더 마음에 들었다. 


서로 근황을 얘기하다 보니 새로운 곳에서 일하는 직원, 회사를 나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당시 새로운 회사를 다니다가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로 퇴사를 한 직후여서 그 얘기를 나눴다.

어떤 결과이든 모두 당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사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회사를 다니는 직원은 자신의 회사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이번 회사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또,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겠구나 하고 희망이 느껴지기도 했다. 


더 먼 미래에는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떤 종류의 길을 걸어갔던 한 번 깊은 마음의 상처를 얻은 우리 팀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는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든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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