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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Jan 03. 2022

영원한 유산 - 심윤경

정답은 있다, 그런데...

육 개월 전쯤에 책을 읽었습니다. 내용과 함께 주인공 해동의 고민과 의문이 저의 것이 되었지요.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작가이신 심윤경 씨의 질문과 의문이 주인공을 빌려서 나온 것이라면 저 또한 오래도록 가졌던 질문이기에 얘기 한번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을 하다가,  진입하다가, 이제는 명실공히 선진국의 한 나라가 되었음은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수치상, 지표상으로는 명실공히 선진국의 일원입니다. 최근 언커크 UNCURK한국 통일 부흥 위원단) 창립 이후 처음으로 보조를 받던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되었다고 공식 발표도 했습니다.

이 책은 초기 언커크가 공식 사무실로 사용했던 벽수산장과 그 주변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친일파 윤덕영의 저택이었고 70년 초기에 화재로 철거되어 잊힌 건물이 되었습니다.


주인공 해동은 부친이 독립운동에 연루되어서 23세로 옥고를 치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혈육은 오직 고모 한 분인 천애고아로 성장했습니다. 선교사들을 통해서 영어를 배웠고, 그 덕에 해방과 육이오 이후 유엔 인사들의 통역관으로 일했습니다.

마침 그의 근무지가 언커크로 불렸던 벽수산장이었는데요, 문제는 윤덕영의 막내딸이 나타나면서 발생된 갈등과 고민이 소재입니다. 말도 안 되는 역사왜곡에 친일파였던 윤덕영을 아연 문화에 조예가 깊은 대단한 애국자처럼 꾸며대는 부분에서는 저도 화가 나더군요.


갖가지 소재가 있지만..., 당시에는 오늘날 우리가 한국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가 근대적인 법률과 제도가 시작되는 시기였는데요, 외국으로부터 특히 유엔 지휘의, 유엔에 의한, 유엔의 필요를 위한 시기였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렇기에 유엔 관계자들에게 우리 민초들이 가졌던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과 역사의식은 거추장스러웠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우리들의 주인공 해동은 그런 언커크의 설계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부흥이 과연 바르게 굴러갈 것인지, 그런 요구들을 뿌리친다면 자존은 지킬 수 있을는지, 그렇다면 당장의 의식주를 어떻게 등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의 삶에 자긍의 원천은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로 해서 고아였음에도 속 깊은 고모로부터 따뜻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홀홀 단신 외로운 생활을 견디는 힘이었던 그 자긍심도 심술궂은 고종사촌 형으로부터 이죽거림을 당하고는 회의를 겪던 차에 한분 남은 가족 고모께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이 덮쳤던 시기가 맞물립니다.  

 

이야기의 말미에 해동은 언커크를 그만두고 다른 무역회사에 취직해서 새 출발을 합니다. 생전의 고모가 연결해 주셨던 장차 장모와 손위 처남이 되실 이들로부터 아버지가 진짜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자, 한번 생각해 보십시다.

해방과 육이오 이후 우리의 현대는 청산하지 못한 친일과 반민족 세력이 주축이 되고 유엔에서 설계했던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덕분에 이제껏도 친일 오적의 후손들이 서울 근처 밤섬으로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그냥 보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검, 경,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어느 부분에서도 서로 자유롭지 못합니다.  


혹시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북한처럼 했다가 북한처럼 전 국민이 거지가 된다는 보수우익들의 발언이 사실일 수도 있을까요?

역사에는 혹시와 만약을 대입할 수 없기에 정답은 있을 수 없겠지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오늘과 내일을 바라보는 시야가 그 전과 같을 수는 없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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