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에
감기가 걸려서 콜록거린지가 5주째, 허리가 삐끗해서 복대에다 엉성한 걸음이 2주째이다. 몇 년 전에도 12월에 시작해서 1월을 넘긴 적이 있는데 올해도 또. 이러다가 연례 행사될라.
글 안 해도 기침이 콜록거리면 자동으로 집콕에다 꼼짝 못 하는데 코비드 이후에는 아예 갇혀 지내게 된다. 이럴 때면 리모컨에다 휴대폰을 양손에 쥐고서 눕거나 앉아서 살 수밖에 없다 보니 갑갑하기가 그지없다. 집콕이 취미이고 일상인 나 같은 집순이도 삶의 질이 떨어지면서 의기소침과 무기력이 습격을 한다.
형편이 이러해도 잘 묵고 잘 자는 형편이라 진행되는 노인 체형에 고민이 쌓이고, 생각거리가 몰려오는데 기중 스스로도 걱정되는 것이 스마트폰 중독이다.
작년에 홈스테이를 했던 꼬마로 해서 아연 심각하게 나 자신을 돌아봤다. 12살에 왔다가 13살이 되었는데 한시라도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를 못했다. 그 휴대폰질을 다 올리기가 입이 아프다.
식탁에 갖고 오지 말라고 했다가, 가져왔더라도 꺼놓으라고 했다가, 식탁에 올려놓더라도 뒤집어 놓으라 했다가.... 수위는 낮춰봐도 별무소득. 숨긴답시고 무릎이나 의자에 놓고는 열었다 닿았다, 한 손에 그걸 쥐지는 않고는 밥을 못 묵겠는 모양이었다.
다른 문제는 화장실인데 양치질에 화장실에 죽을 치면서 채근을 받고서야 기어 나오곤 했다. 남편은 화장실에는 세균이 많다, 화장실은 공동사용이다, 화장실에 갈 때는 방에서 들고 나오지 마라, 들고 나왔으면 그 앞에 서랍장에 올려놔라, 그것도 힘들면 화장실 문 앞에 둬라.... 이것도 저것도 백약이 무효였다.
차를 타면 즉시로 핸펀에 코를 박는 바람에 야단도 많이 했다. 휴대폰 호주머니 넣었냐고 시작해서 바깥의 예쁜 풍경 좀 보라고, 시력이 자꾸 더 나빠지고 싶냐고... 늘어난 잔소리에 짜증이 쌓이고 사이만 틀어졌다,
사람들 하고 같이 있더라도 손으로는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루종일 식음전폐하고 인터넷질에 게임질이었다, 그 녀석이 방학이라서 집에 가고 올해는 다른 키위 가정으로 옮길 것이라서 다시 볼 일은 없지만 요즘은 어짜고 있는고 모르겠다.
"엄마, 요즘 엄마가 저희들 어렸을 때 절대 못하게 했던 걸 다 하고 계시는 걸 아세요?"
"그래 짜식아, 참 훌륭한 엄마였제?"
"아니 엄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희들은 아직도 그게 걸려서 멈칫하는데 엄마는 더 당당하게 하세요?"
"짜식아, 그 덕분에 너거가 이렇게 잘 컸잖냐? 엄마도 다 좋아하던 것들이었어. 이제는 너거 클 대로 다 컸고 엄마가 뭘 더.... "
사실이다. 애들이 어려서는 나부터 많이 참고 억눌렀다. 식탁에서 읽을거리 갖고 느긋하게, 텔레비전 보면서 주전부리하고...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만.
티브이 방송도 7시 이전 어린이 방송이 끝나면 9시 뉴스를 같이 보는 것 외에는, 어머니가 계신 집이라서 아예 거실 티브이를 어머니방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 젊은 엄마의 패기와 투지, 만용과 극성이 힘을 잃은 자리에 슬그머니 핸펀 중독 현상이 들어섰다. 이건 초등학교 때 만화 중독보다 더하다. 2년 전에 핸펀은 바꾸고부터는 휴대폰 두 개가 손에서 떠나질 않는데 특히 올드폰이 더 심하다. 이-북 보고, 검색하고, 페북 하고, 로 밤낮을 지샌다.
이래저래 그 거이가 문제란 걸 모르지 않아서 새 폰을 갖고부터는 잠들 시간이면 꺼놨다가 아침 9시쯤이면 열기는 하지만 그 외 시간은 어찌하라고. 앞서 그 꼬마를 보면서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내 문제임을 알기에 무기력이 줄을 잇던 한 달 전쯤에 작은 시작을 했다.
첫째로 화장실에는 안 들고 간다, 로 했다. 하고 보니 우스운 말인데 이것 갖고 뭘 맘을 묵냐고 하겠지만 나로서는 큰 첫걸음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남편은 화장실에는 세균이 많다, 로 줄기차게 밀고 나왔지만 우이독경(아까 그 꼬마 얘기할 형편이 아니긴 하다).
고백하자면 집안 어딜가나 핸펀부터 찾았다. 양치질을 하면서도.... 2년 전에 아들애가 바꿔준 새 거 말고 올드펀이다.
또 하나는 부엌이다. 올드펀으로 하는 짓을 부엌으로 들고 가는 것인데 부엌 어디엔가는 올려놓을 걸 들고 가는 그 행위가 바로 중독의 증거였다.
시작하고 한 달쯤 되었다. 잘하고 있다. 훌륭한 엄마(?)였던 내가 이제 쪼까 훌륭한 나(?)가 된 것도 같아서 칭찬해주고 싶다, 덕분에 화장실 바닥과 그 주변의 머리카락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몇 번 습관으로 들고 갔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내다 놓고는 했다. 작게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오랫동안 시도한 것은 잠자리에 들어서 핸펀을 안 만진다였는데 일주일을 못 채우기를 몇 번 했다, 시간을 본다, 멜 확인한다, 어두울 때는 불빛 역할도 한다... 이거 죄다 변명인데 바로 일찍 잠이 못 드는 밤이면 특히 그렇다. 베개에 머리 닿는 기억이 안 나던 예전과는 달리 활동이 줄고 바쁘지 않은 요즘에는 잠을 쫓는 일까지 하기에 여전히 도전은 하고 있다
평생에 연말 연초라고 뭘 결심하고 계획해 본 적이 없던 사람이 감기가 갖다 준 선물로, 앞으로로 내 삶에 자리 잡은 중독으로부터 하나씩 작은 걸음을 내디딜 수도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