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왜곡?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2008년 출간, 저자: 리자베스 로프터스, 캐서린 케첨)
기억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이 질문을 바꿔서 말해보기 위해서 어려운 표현을 잠깐 가져다 썼을 뿐이다.
다시 돌아가서,
"우리가 하는 기획은 진짜 기획일까?"
아니,
"내가 하는 기획은 진짜 기획일까?"
지난 수년동안, 이런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다 스스로 믿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한편으로,
기획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딱 이게 기획이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글을 통해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기획이란 업무를 하면서
과연 우리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그 한 범주 내에서 기획이란 작업을 바르게 진행하고 있는지,
당초 계획과 달리 다르게 진행되는 부분 즉, 왜곡이 일어나진 않는지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얘기해볼까 한다.
새로운 어떤 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전 조사 혹은 배경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설문조사 결과지를 볼 수도 있고, 조사 통계 그래프 등을 통해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곤 한다.
과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획의 첫 시작은 늘 이런 자문(自問)으로 시작한다.
때론 자답(自答)으로 해결책을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조사활동으로 하나의 니즈를 파악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열심히 그것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고를 통해서 필요(Needs)에 대해서 두 단계, 세 단계 혹은 그 이상으로 내려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요구사항을 끌어내기 위해서 오랜 시간 고민과 연구를 거듭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무언가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 보면, 본래의 목적이 무엇인지 혼동되는 시점이 온다.
"아 뭐였지? 원래 하려던 게 뭐였지?"
지금부터 기획의 왜곡이 출동할 시간이다.
앞의 글에서 선이 없는 무선이어폰을 개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무선이어폰의 기획 목적(Unmet Needs)은 "선이 없어도 고품질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이어폰" 일 것이다.
1) 선이 없어야 한다.
2) 고품질 음원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야 한다.
3) 귀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4) 디자인이 예뻐야 한다.
5) 한 번 충전으로 충분한 시간 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등등 이런 요구사항을 도출해 낼 것이다. 이런 요구사항들은 기획배경, 사전조사, 업계현황 및 소비자 트렌드 등을 통해서 도출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연 '선이 없는 고품질 음원 감상 가능한 것' 일 것이다.
그러나...
일을 진행하다 보면, 여기저기 태클이 들어오고 잡음이 섞이고, 마구잡이식으로 숟가락이 놓이게 되다 보면, 본래의 기획 목적은 온 데 간데 없어지고 이상한 기획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사실 이것은 기억의 왜곡이라기 보단 기획의 왜곡이다.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방면의 숟가락들이 끼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기획이 왜곡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원래는 그런 용도가 아니었어요."
"애초에 기획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어요."
물론 성공한 경우도 많다. 이것을 부인하려는 게 아니다.
이 상품은 자신 또는 우리 팀의 의도가 명확하고 충실하게 그리고 온전히 반영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책의 내용을 빌어 좀 더 살펴보자면,
저자의 주장은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이 왜곡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것을 기획의 관점을 바꿔서 써보면,
"기억해야 할 것은 기획은 왜곡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무엇이 기획을 왜곡하고 조작하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숟가락을 얹는 이유는 뭔가 허술해 보이거나 완벽하지 않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필자는 이럴 때 항상 이 질문으로 마지막 답을 찾곤 한다.
"소비자에게 주려고 하는 가치가 정말로 이게 맞는가?"
발산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펼치지만 수렴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가치중심적 사고로 귀결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본래 기획의 의도 즉, 주려던 가치는 부합할 수 있는 기획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치 중심적 사고, 반드시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