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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산 Jan 11. 2023

#14인수인계와 아전인수

구체적인 것은 없다. 마을 사람을 잇고 연결하는 게 임무다. 

2022년 2월 말. 드디어 마을교육공동체 파견교사 인수인계 자리를 마련했다. 파견은 00 교육청이지만 근무지는 00 교육미래교육재단이다. 일명 중간지원조직. 특수임무의 그다음은 조직이란 낱말까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인수인계를  좀 더 일찍 했으면 했으나 전임 파견선생님 2년동안 열정을 불태운 눈빛과 얼굴빛을 보니 차마 독촉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며 지내는 모습이 찐했다. 그리고 학교현장으로 복귀하려는 분주함 때문에 여유롭게 재촉할 수 없었다.

  

  지난 2021년 교사미래교육과정 학습연구년제 할 때 방문한 적이 있고 연구주제가 마을교육공동체라 관심은 많았다. 이곳에 와서 연수도 들었기에 조금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할까 구체적인 내용이 알고 싶었으나 전임 선생님은 준비하신 피피티 내용을 바탕으로 활동내용과 철학을 이야기했다. 오전 내내 준비했다고 하신다. 업무내용의 낱말들은 다들 낯선 내용이었다. 학교용어가 아닌 군지자체 용어를 접할 때 당황스러웠다.  회의실의 밀폐된 공간 탓일지는 몰라도 팀원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처음이었고. 그래서였을까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말은 구체적인 사항은 만들어가면 된다. 큰 역할인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여는 것. 앞부분인 사람을 연결하고 잇는 역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행정일은 그다음입니다."라고 매번 강조했다.  


그래도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자 공문내용을 참고해 본다. 

2022년 미래형 교육자치 협력지구 운영계획에서 근거를 국정과제 50-4-2 <혁신학교 확대>, 공약사항, 혁신교육지구 운영 조례 제4831호와 관련 있다. 운영 목적 및 필요성까지 기록해 보자면 "미래형 교육자치협력지구 운영을 통한 풀뿌리교육자치 실현, 학교와 마을의 동반 성장을 위한 네트워크 지원, 민, 관, 학 교육주체들의 소통과 협의를 위한 시, 군 교육거버넌스 구축, 학교혁신과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지역교육생태계 회복이다. 어려운 용어와 외래어가 많다. 관의 용어라서일까 딱딱하고 지향점만 있는 듯한 목적이다. 단 철학과 방향은 풀뿌리, 즉 민의 성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단 이 필요성과 목적이 수장이 바뀐다고 해서 순식간에 바뀌지 않길 바랄 뿐이다. 파견기간은 1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하여 연장 가능하다. 근무형태는 중간지원조직 상시 근무이다. 그 상시는 법정 근무시간이겠지. 근무 형태는 이후에 다시 논할까 한다. 

 도에서는 세 곳에 파견교사를 보냈다. 원래 미래형 교육자치협력지구는 도의 네 곳이었으나 한 군은 희망자가 없어 세 곳만 지정했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인 역할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영역에서 민관학 협의체를 통한 거버넌스 체제구축, 중간지원 운영, 기초단위 마을교육공동체 지원조례 제정 지원, 학교연계 마을학교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원, 마을방과후학교 운영 지원, 마을 돌봄 지원, 농산어촌 유학 지원, 마을교육력 회복지원, 교육협동조합 운영 지원, 교육민회 구축 및 운영 지원, 마을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지원, 마을교육공동체 청년 활동가 발굴 및 육성지원, 마을교육공동체 홍보 강화"이다. 13개 항목이다. 이외에도 찾아본다면 더 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2년이라는 중간지원조직 구축 단계를 지나서 일이 줄어들 수도 있다. 아무튼 여기도 어려운 용어는 계속 등장한다. 파견임무가 끝날때 위 13개 항목은 체크리스트해보야겠다. 임무수행을 완벽하게 했는지. 하지만 이 임무는 당사자인 나와 상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는게 조금 아쉽지만. 


"거버넌스"라는 말의 용어는 꼭 짚어보고 싶었다. 어학사전에 따르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하에서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이다. 군대나 직장의 상하계급 같은 수직적인 논의구조가 아닌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고 책임지는 협의구조를 거버넌스로 이해했다. 일 년 동안 생활한 후 어떻게 이 단어를 다시 이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거버넌스"가 화두 같다. 이번 파견임무에서. 


정성껏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철학과 방향은 잘 이해되었으나 좁은 회의실 빕화면이 상단 위에 있어서 목의 방향이 오랜 시간 고정되어서였을까. 목이 아팠다. 결렸다. 한 곳을 오래 응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긴다. 아닌 듣는 사람은 집중해서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으로 혼자 정립해 보려 한다. 자신의 갖고 있는 배경과 지식으로. 자기중심적으로.  그래서 질문과 답변이 필요하겠구나 싶다. 인수인계가 아전인수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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