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eg 작필 동화 초급반/1회기
에세이를 쓰다가 보니 무언가를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이것저것 챙길게 많다. 이런 말들이 혹시 그들에게 상처는 되지 않을까. 개인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개인 검열이 자주 들어온다. 그래서 비문학적인 글로, 에세이로는 마음껏 표현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때 생각난 게 소설이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페르소나(가면, 탈)처럼 대변인을 만들면 표현하는데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신청한 이 연수가 처음부터 진심으로 다가오는 강사분의 열정에 관심을 갖고 다음회기가 기다려진다.
단 원격연수인 줌이긴 하지만 주말 토요일 12시라는 점이 안타깝다. 주말에 일이 있으면 녹화영상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라이브 연수다. 예전 국어교육과 문학개론처럼 이론을 배우니 새삼 스무 살 이십 대 풋풋함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소설 구성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입니다. 인사배로 외웠던 기억이. 이 글 eg는 출판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현대인의 자아실현적 삶을 돕는 회사다. 자아실현적 삶이라. 꿈꾸는 이들에게 바람이, 떠밀려가는 바람이 아닌 실제 본인 날개를 이용해 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처럼 돈을 지불한 모든 것에는 뽕을 뽑는 게 중요하다. 갑자기 뽕을 뽑는다는 말이 낯설고 점잖은 작가님 입에서 나오니 당황스럽긴 했다. 하지만 작가님의 가치관이 고맙고 열정을 담고 강의하겠구나라는 안심이 되었다. 아무튼 이 연수는 동화를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강연이다. 중간에 각자 왜 이 연수를 듣게 되었는지 일방적인 질문이 있었다. 역시 준비되지 않는 이에는 당황한다.
"저는 에세이 등 비문학적인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보다 창의적인 글인 문학적인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동화를 시작하게 되었죠. 최근 유은실 작가의 순례주택이라는 청소년소설처럼 가르치려 드는 소설이 아닌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하는 재밌는 동화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라고 노트에 짧게 메모한 것을 보며 말했지만 역시 두서없이 말했다.
작가는 강사분이 동화작가이니 작가라고 하겠다. 작가는 우선 4회기로 이뤄지는 수업의 흐름을 말해줬다. 첫날은 이론적인 동화개론, 또는 역사적 배경 등을 아는 시간이고, 그 이후는 서사요소의 3요소인 주제, 구성, 문체 순으로 진행된다. 오늘은 아동문학에 대한 정의부터 이야기했다. 아동을 위해 창작된 모든 문학작품. 어린이와 동심을 향유하려는 어른을 위하여 창작된 문학양식의 그림책, 동시, 동화를 말한다. 협의(어떤 말의 개념을 정의할 때에, 좁은 의미)의 독자는 어린이만 해당되지만 광의의 독자는 어린이와 동심적인 성인 모두 해당된다는 말에 난 동심적인 성인일까. 동심적인 성인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 본다.
아동문학의 사회적 가치는 아동이 인간으로 형성되는 과정(?)에 동행하는 도구이며, 미적의식 제고(어렵다 이 단어 쉽게 말하면 돋워 올림, 쳐들어 높임이라는 말, 이게 더 어렵나)와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을 배우는 이유, 소설을 읽는 이유가 쓴 약을 미리 먹는 거라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쁜 세상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한 약. 그 약이 마냥 쓰고 괴롭지만 않고 즐겁다는 것.
서사의 3요소 첫 번째 주제는 글쓴이의 인생관 세계관의 표현이다. 즉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물을 통해서 말하는 구체적인 이야기다. 사랑, 죽음, 행복은 소재이지 주제는 아니다. 착하게 살자가 아닌 어떤 장면에서 독자가 느꼈으면 좋은 것이다. 주제가 더 어렵게 느껴지네.
두 번째 구성은 앞에서 이야기했든 인물, 사건, 배경이다. 누가-등장인물, 왜-인물의 생각, 욕망 등, 사건은 무엇을, 어떻게, 배경은 언제, 어디서다. 이렇게 육하원칙이 구성이다. 마지막 문체는 글쓴이 글 또는 문장의 스타일이다. 대화, 지문, 묘사와 진술, 장문과 단문, 리듬과 템포를 말한다고 한다.
작품의 창작과정은 동기부여에서 발상으로 다음 착상으로, 다음이 창작, 마지막은 퇴고다. 단 이 과정에서 어린이의 언어를 통해 완성되는 게 동화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게 내포독자인 대상독자인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난 이 독자들인 어린이를 존중하고 있을까. 오늘도 조용히 해라를 몇 번이나 외쳐 되었는지. 그래도 존중하자.
마지막 가장 감명 있게 들었던 내용은 동화를 쓸 때 작가의 마음가짐이다. 위가 아닌 아래로부터 바라보기를 해야 한다는 말. 어린이를 우리 사회의 온전한 오롯이라는 말을 이때 쓰지 않을까. 오롯이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우리와 같은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준비단계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온전한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어른들은 미래를 담보로 항상 현재를 부지런하게 미래를 준비하기를 원한다. 보이지 않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자유로운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어른의 시선을 숨긴 채 살며시 내려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중요한 가치를 현재에 두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르치는 것이 아닌 가르치려 들면 모든 ㅏ람들은 방어기제를 펼친다고. 착하게 사는 건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해님과 나그네 이야기처럼 가르치듯 쌩쌩부는 바람으로 옷을 벗게 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훈풍으로 스스로 옷을 벗게 하는 게 소설이고 동화라고. 주체성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게 진정한 동화의 힘이라고. 내가 읽었던 순례주택이 그랬던 것처럼. 따뜻한 진심을 담은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온전히 그 마음이 전해질 거라고. 나를 찾아서, 나를 돌아보고, 나의 이야기를 먼저 천천히 찾아보자. 그다음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다. 나의 어릴 적 이야기를 찾아 떠나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