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쓰기 특강(생각 정리의 기술)/김민영/북바이북
책을 두 번씩은 읽어야, 아니 몇 번 읽어야 정리가 될까. 책을 읽고 그냥 넘기고, 잊어버리는 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때 알게 된 책이다. 아직도 서평이라는 거창한 말이 어색하긴 하지만 이 책 이후로 책을 읽고 독후감 비슷한 서평을 써보려고 노력했다. 각종 온라인 서평 특강도 듣고. 지금도 처음은 속독으로 그냥 훑어보고, 그리고 두 번째 읽어야 그나마 정리가 되는데 그 두 번째 읽기가 어렵다.
서평을 쉽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매뉴얼 책이다. 이 책의 작가 말처럼 나도 서평을 써 보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읽은 책을 기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쓰기 욕망, 흔적 남기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리고 글을 좀 더 잘 써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서평은 혼자만 간직하는 독후감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을 들여 서평을 쓰는 이유는 내가 느낀 감동과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기 위함이다. 글쓰기 공부에 더 열중하고 즐겨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평 쓰기 로드맵은 이와 같다. 발췌-> 메모-> 개요-> 초고-> 퇴고
첫째, 발췌는 인상 깊은 부분을 옮겨오는 글쓰기입니다. 책 읽는 스타일에 따라 밑줄, 접기, 메모를 할 수도 있고, 깨끗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평을 쓰려면 표시를 하는 게 좋습니다. 발췌는 주관적 발췌(내가 감동적으로 느낀 부분,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 내가 유익하다고 느낀 부분, 내가 의문점이 드는 부분)와 객관적 발췌(작품의 주제가 드러난 부분, 작가가 강조하는 메시지, 작가 고유의 색이 드러난 부분, 작가의 다른 책과 비교하며 찾기) 독자나,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부분)을 균형을 맞춰 써야 합니다.
둘째, 메모는 생각 기록장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단상부터 밑줄 그은 부분에 대한 생각, 저자에게 묻고 싶은 것들 등 무엇이든 기록합니다. 포스트잇 붙이기를 권합니다. 책과 분리된 수첩에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되도록, 책 안에 기록의 흔적이 있어야 다시 볼 수 있고, 글 재료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1차 메모는 위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하고, 2차 메모에서는 글감을 정리합니다. 서평의 소재를 찾아 분류하고 구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즉 주제선정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담을 것인가도 확인해야 하니까요. 이때 색이 다른 포스트잇을 활용하면 보다 쉽게 정리됩니다.
셋째, 개요란 일종의 틀을 말합니다. 어떤 틀과 설계도로 글을 써나갈 것인지 방향과 모양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서평의 틀은 그리 다양하지 않아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A타입
1 문단 - 작가 및 작품 소개
2 문단 - 줄거리/주요 내용 요약
3 문단 - 발췌 및 해석
4 문단 - 전체 느낌 / 추천 대상 / 추천 이유
D타입
1 문단 - 읽게 된 배경, 단상
2 문단 - 줄거리/ 주요 내용 요약
3 문단 - 발췌 및 해석
4 문단 - 전체 느낌/ 추천 대상/ 추천 이유
E타입
1 문단 - 전체 느낌 또는 평, 간단한 작가 및 작품 소개
2 문단 - 줄거리/ 주요 내용 요약
3 문단 - 발췌 및 해석
4 분단 - 추천 대상 / 추천 이유 / 마무리
이 중 개인적으로 D타입이 마음에 든다. 읽게 된 배경과 짧은 생각을 서평과는 조금 멀어지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펼치고 시작하는 게 부담이 덜하다.
넷째, 초고 쓰기는 본격적인 서평 쓰기입니다. 서평 본문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 여기서 나누어지는구나. 첫째, 요약(문학/비문학), 둘째 소개(책의 특징, 작가 소개 등), 셋째, 관점(추천 이유, 비추천 이유)입니다. 문학은 여러 인물이 나오면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는 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주변 인물 2-4인을 소개하면 됩니다. 이때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인공과 해당 인물과의 '관계'를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인물 관계도가 명확해야 줄거리를 따라가기 쉽습니다. 몇 명을 소개할 것인지, 누구를 소개할 것인지 결정하고, 이 관계를 풀어가면서 자연스레 책 속 상황을 설명합니다. 비문학 요약은 조금 더 쉽습니다. 목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목차에는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중심 키를 찾고, 그것을 연결하면 알찬 요약이 됩니다. 비문학도 마찬가지로 모든 내용을 다 담으려 하지 말고 핵심만 간추려 쓰면 됩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관점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추천하는 이유만 구체적으로 쓰면 됩니다. 초고를 쓸 때 주의할 점은 첫째, 잘 쓰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욕은 만병의 원인입니다. 멋진 문장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길 바랍니다. 둘째, 쓰면서 고치지 말고, 다 쓰고 고치는 겁니다. 셋째, 자기 생각을 충분히 씁니다. 초고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최종고보다 분량이 많으면 좋습니다. 넷째, 서평 쓰기는 퇴고가 8할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반드시 퇴고 습관이 필요합니다. 버티고, 다시 보고, 고쳐 쓰다 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글쓰기의 보편 진리에 눈 뜨게 될 것입니다.
- 출처 : 본문 내용 중
막고 품는다는 식으로 서평 모범(안)을 필사해 보았다. 틀과 느낌을 알기 위해서. 단 번에 되지 않겠지만 도움이 되겠지. 작가가 분석한 내용을 발췌해 본다.
소설 서평분석 - 고령화 가족
지지리 궁상 가족의 좌충우돌 부활 프로젝트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문학동네, 2010
1) 지지리 궁상, 책의 인물들은 설명할 때 이만큼 딱 붙은 말도 없지 싶다. 약속이나 한 듯이 인생에 실패한
중년의 3남매는 70대 홀어머니의 집으로 꾸역 구역 차례로 돌아온다.
24평 좁디좁은 연립주택에서 평균연령 49세의 고령화 가족이 탄생한다. 도를 넘은 가족 간 불화는 계속되고,
몰랐던 출생의 비밀까지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막장을 치닫는다. 정말 지지리 궁상이 따로 없다.
- 이 제목을 설명하면서 소설의 설정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지지리 궁상 가족'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2) 고령화 가족은 유쾌한 작가. 천명관이 <고래> 이후 두 번째로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천명관에 열광하는 1인으로서 그의 거침없이 유려한 문체를 대하는 것은 항상 즐겁다. 해악과 풍자, 그리고 특유의 촌스럽지 않은 막장 이야기까지 그의 건재함이 반갑다. 그러나 이번 소설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전작 <고래>와는 달리 직설적인 묘사와 사실적인 사건이 중심이다. 때문에 녹록지 않은 조건과 계속되는 불행 속에 갇힌 루저들의 피곤한 삶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 잠시 뜸을 들이며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유쾌한 작가, 거침없이 유려한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 해악과 풍자, 촌스럽지 않은 막장이야기' 등 작가의 특징을 얘기하면서 작가의 팬임을 드러낸다.
3)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 구십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 동안 도망 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
- 발췌문을 인용하고 있다.
4) 한때 영화감독이었지만 철저히 인생을 말아먹은 '나' , 전과 5범에 먹을 것과 '그것'만 밝히는 120킬로그램 거구 형, 두 번의 이혼에도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동생, 그리고 문제아인 여동생의 딸, 게다가 믿었던 엄마마저 추잡한 불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밝혀지면서 헤어날 수 없는 낭떠러지로 가족은 추락을 거듭한다.
5) 그러나 소설은 긍정의 이야기이다. 그 모든 불운과 궁상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나름의 희망과 탈출을 조심히 꿈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엄마가 있다. 늙은 자식들의 끼니를 군말 없이 챙기면서 엄마는 '이보다 더 안 좋은 때도 있었다'며 자신과 가족들의 상처를 보듬는다. 몰랐던 서로 간의 의리와 끈끈한 정은 조카의 가출 사건을 통해 새삼 발견되고 서로의 부활을 묵묵히 응원한다. 종말의 끝에서 오히려 희망을 건져낸 '나'는 부활의 원천이 바로 희생이었음을 깨닫는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소설 속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간략하게 인물의 특징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행해 보이는 루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필자의 시선, 즉 관점이 이어지고 있다.
6) "헌신적으로 나를 보살피는 캐서린을 지켜보며 나는 한 인간의 삶은 오로지 이타적인 행동 속에서만 완성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돌보고 자신을 희생하며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삶...... 거기에 비추어 보면 나의 삶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삶이었던지."
- 필자는 자신의 관점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로 '나'의 깨달음을
6)에서 발췌문으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7) 어는 소설에서 읽은 구절인데, 역사랑 승자나 패자의 것이 아닌 살아 있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그 궁색함과 초라함에도 이 책이 흡입력을 갖는 건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초라하고 지질한 대로 자신에게 허용된 삶을 있는 힘껏 살고자 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깨달음이 깊은 여운을 준다.
- 마무리 멘트로 삶에서 승자와 패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 그 자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8)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
- 인물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위 서평처럼 책 속 글을 발췌만 하지 않고 내 의견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계속 서평을 쓰다 보면 서평다운 서평이 되겠지. 그것이 곧 나의 서평 삶이고 서평 역사이니까. 서평을 너무 딱딱하지 않고 객관적이며 누구나 공감이 가는 따뜻한 서평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