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머 Sep 19. 2022

동네 책방 행사에 다녀왔다

우리동네 책방에서 놀다


 용인 용담저수지에서 동네 책방 축제가 열렸다. 용인의 책방들 말고도 대전, 파주 등 여러 책방에서 책방 사장님들이 책을 가지고 나와 팔았다. 책뿐만 아니라 물레, 자개 만들기, 행운 돌 그리기 등 여러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용인 책방 생각을 담는  사장님의 블로그에서 행사 소식을 보고  가고 싶었다. 원래는 혼자  계획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별로 없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를 억지로  축제에 데려간다 해도 친구를 신경 쓰느라 즐기지 못할 게 뻔했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다 동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서울 국제도서전에 혼자 가서 쭈뼛대던  전적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혼자 가서 쭈뼛쭈뼛 한번  훑어보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올  같아 전날 급하게 동생을 섭외했다. 마침 좋다고 했다. 동생이 나만큼 책을 좋아하는  아니지만 재미없어해도 그냥 데리고 다니면 되니까. 동생은 귀차니즘이 심하지만 막상 가면 온순하게 잘 따라다니고 잘 논다.


 아빠 차를 빌려 동생의 집으로 향했다. 동생을 태우고 행사지로 가면서 챙겨 온 샌드위치 두 개와 참치김밥을 먹었다. 주차장이 가득 차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행사장으로 갔다. 아침까지만 해도 날이 흐리고 비도 조금 왔었는데 점심에 가니 해가 쨍쨍했다.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는 용담저수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많은 책방이 참여했는데 신기하게도 다 다른 책을 가지고 나오셨다. 겹치는 책도 몇 권 있었지만 대부분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방 사장님은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으시구나. 이 사장님은 동화책중에서도 일본 작가들의 책을 좋아하시는구나. 특히 이 작가의 책을 모으시나 봐.


 가져온 책들의 좋은 점과 대단한 점을 열렬히 말씀하시고는 책방 명함과 함께 대전에서 서점 꾸리는 이야기와 이동식 책방에 대해 반짝반짝 말씀하시는 버찌책방 사장님에게 반해, 그리고 영업에 넘어가(ㅎㅎ) 책을 세 권 샀다. 옆 부스에서 타로를 봐주신다 하여 동생과 함께 봤다. 결과가 너무 정확해서 깜짝 놀랐다.


 그 옆 부스, 옆 부스 차례차례 구경하면서 사장님들의 취향을 엿보고 귀여운 명함도 받고 좋은 책에 대한 설명에 또 홀린 듯 휴대폰을 꺼내 책값을 치르고... 가방은 금세 가득 차 양팔에 책을 한가득 들었다. 낮이 되면서 무지 더워져 땀이 삐질삐질 났다. 


 한바탕 책을 사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가 잠깐 책을 읽었다. 방금 막 사온 따끈따끈한 책을 채광 좋은 카페에서 읽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나의 비루한 표현력에 잠깐 묵념... 좋은 건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동네 서점은 돈이 안 된다고들 한다. 몇 년 유지하는 것만도 힘들다고. 그런 얘기만 들으면 사장님들이 죽상이겠거니 싶은데 오늘 행사에 가서 본 사장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일로 이은 모습이 멋있었다. 사장님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없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작가 또는 책방 주인을 꿈꾸지 않나. 나도 그렇다. 그러나 꿈일 뿐이다. 나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휘청이면 멘탈이 쉽게 나가기 때문에, 서점이란 언젠가 돈이 많아진다면 한 번 해보고 싶은 환상에 불과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여러 고됨에도 불구하고 해 나가는 사람들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책을 파는 것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다.


 찬양은 이만 마치고 다시 행사 이야기로 돌아가서, 행사 마지막에는 추첨권을 뽑아 선물을 주는 시간이 있었고 비록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오늘 나들이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시골 책방입니다>를 샀으니까. 책방 생각을담는집 부스를 지키던 분들이 사장님(작가님)은 책방으로 가셨다고, 가서 사인받으라고 하셔서 차를 타고 책방에 갔다. 사인을 받고 왠지 부자가 된 기분으로 돌아왔다. 부자라니. 책 사느라 돈 쓰기만 했는데. 오히려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책 사는 게 너무 좋으니까. 


 서울 국제도서전 같은 큰 행사는 가봤지만 이런 동네 책방 행사는 처음이다. 큰 행사와 다르게 한 부스씩 꼼꼼히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다음 행사에도 꼭 꼭 꼭 갈 거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자식 낳길 잘했다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