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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Sep 29. 2022

나는 왜 시키지도 않은 적금 홍보를 하고 있나

공유하게 되는 서비스의 매력

 사이버 월드를 떠돌던 나는 토스에서 적금을 들면 귀여운 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냉큼 적금을 들고 동생과 남자친구에게도 가입하라고 했다. 왜냐? 친구랑 같이 하면 친구의 동물도 볼 수 있기 때문.


 이건 내가 키우고 있는 문어다. (유령 아니고 문어임)


 정말로 적금을 홍보하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니 이게 어떤 적금이고 이율이 얼마라는 그런 얘기는 안 할 거다. 글을 쓰려면 내 일상을 파먹어야 하는데 파고 파다 보니 내가 요즘 집착했던 이 적금이 떠올라서 그냥 쓰는 거다.


 나는 좋은 게 생겨도 주변에 공유를 잘 안 한다. 왜냐면 사람마다 취향도 다 다르고, 내가 좋다고 했는데 남들은 안 좋다고 하면 괜히 심술 나기 때문이다. 왜 이게 안 좋아? 이렇게 좋은데?? 당연히 좋아야 하는 거 아냐??? 더 강렬히 좋아해 봐!!!!


 그런데 이 키워봐요 적금은 알게 되자마자 바로 동생과 남자친구에게 공유했다. 공유가 아니라 강요일지도 모른다. 둘의 공통점: 내 최측근이고 만만하다. 어찌어찌 잘 얘기하면 가입해줄 것 같다. 둘의 차이점: 공통점 빼고 전부.


 동생은 일단 알려주면 가입할 것 같아서 하라고 했다. 남자친구한테는 가입하면 이렇게 귀여운 동물들을 키울 수 있으니 가입하라고 했고 그는 하나도 안 귀엽다며 싫다고 했지만 만났을 때 핸드폰을 뺏어 강제로 가입해버렸다. 그렇게 내 키워봐요 적금 친구는 두 명이 되었다. 


 그렇게 두 명의 친구를 얻어낸 나... 정말 멋져. 내 토스 앱에 들어가면 동생의 거북이와 남자친구의 망아지도 볼 수 있다. 


(사실 내 캐릭터도 망아지였는데 안 귀여워서 친구 초대하면 주는 변신권을 써 문어로 바꿨다. 남자친구가 자기는 안 귀여운 애가 나왔다며 동물을 바꾸고 싶다고 하길래 너도 친구 초대해서 변경권 받아 바꾸라고 했다.)


 여기서 더 귀여운 점은... 친구의 동물을 누르면...


 이렇게 '친구 몰래 쓰담'을 할 수도 있다는 거!!!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내가 금융 앱에서 이런 귀여움을 느낄 줄이야.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토스에서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나서서 가입하라고 외치고 다닌 이유는 뭘까. 주변에 마구 퍼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매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이걸 주변 사람들에게 전단지 쥐어주듯 공유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1. 일단 너무 귀엽다. 난 귀여운 게 좋다. 귀여우면 지갑이 열린다. 

 2. 내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였어서. 게다가 적금은 거의 무조건 긍정적인 결과를 주지 않나. 

 3. 믿고 쓰는 토스라서. 이 사람들은 진짜 집착이 어마어마하다. 안 편리해? 그럼 이렇게 다 바꿔줄게. 자 이래도 안 편해? 이래도 안 쓰고 배겨??

 4. 같이 쓸 때 더 즐거워지니까. 혼자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친구랑 같이 하면 친구 캐릭터도 볼 수 있는데..? 그럼 안 할 이유가 없잖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1. 일단 그냥 귀여움

 처음 다른 사람이 올린 이 키워봐요 적금의 문어를 봤을 때 문어의 비주얼이 나를 강타했다. 한도 초과 귀여움이었다. 귀여움이 한도 초과되면 그냥 귀엽다고 생각하는 걸 넘어 (소유가 가능할 경우) 소유하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문어의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곧장 문어에게로 직진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도 귀여운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보내주면 분명 좋아할 것 같았다. 귀여운 걸 나만 볼 순 없지. '얘도 좋아하겠지?' 하는 마음이 드니까 공유하는 게 귀찮지 않더라.


2. 안 그래도 필요했음

 최근에 남자친구랑 그런 얘길 했다. 한 달에 한 10만 원씩 적금 들어서 여행 갈 때 쓰자고.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면 부담스럽지만 그걸 매월 쪼개면 왠지 부담이 적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았다. 작은 돈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큰돈이 되었을 때의 희열을 그도 느껴봤으면 했다. 


 그런데 마침 이렇게 귀여운 상품이 나왔고... 안 가입할 이유가 없었다. 돈 모으는 즐거움과 동시에 내 캐릭터가 커가는 기쁨도 느낄 수 있으니.


3. 믿고 쓰는 서비스였음

 처음 토스에서 송금서비스만 할 때는 굳이 쓸 필요를 못 느꼈다. 어차피 ATM 송금도 무료였고 카카오 송금하기가 훨씬 편했다. 그런 상태로 구린 기존 은행 앱을 쓰다가 한창 주식에 빠졌을 때 토스에서도 주식 서비스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써보니까 신세계였다. 투자 앱 다 갖다 버리고 토스에 정착했다. 토스 주식을 해야 하니까 토스뱅크 통장을 만들었고 이것 역시 너무너무 편하고 빠르고 힙했다. 은행 앱 다 갖다 버려. 통장 잔고 빼고 다 바꿔.


 인터넷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토스 직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서비스에 진심인지도 알게 됐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넘어 거의 집착 수준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짜 믿고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 서비스도 거부감 없이 막 써보게 된다. 원래 뭐 하기 전에 구글 검색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들여다보는 난데 후기 하나 안 찾아보고 바로 가입했으니 말 다 했지.


4. 같이 쓰면 더 즐거움

 그래, 좋으면 좋은 건데 굳이 공유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거다. 나 혼자 하면 귀여운 캐릭터를 딱 하나 볼 수 있지만 친구를 모으면 모을수록 귀여운 애들이 늘어난다. 내 화면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바글바글할 걸 생각하니까 안 알릴 수가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가입해서 내 친구 창을 채워 줘... 



 흠 이유를 정리해봤는데 어쩌면 그냥 귀여운 거에 미친 사람일지도...? 어쨌든 너무 귀엽고 신선하다. 이런 거 더 많이 많이 해 주었으면... 귀여움으로 나를 홀려 내 지갑을 더 두툼하게 만들어주세요. 나는 열심히 몇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퍼 나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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