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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Oct 10. 2022

손석희, 성공한 언론인이자 직장인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 <장면들>, 손석희

# 손석희, 그 논쟁적 인물?


손석희는 유명인이다. 사람들은 100분토론, 시선집중을 손석희의 프로그램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른다. 나는 2010년이 되어서야 성인이 됐다. 그때부터 조금이나마 사회와 언론을 알아갔다. 손석희가 그 전에 어땠는지는, 잘 모른다.


나는 손석희를 JTBC의 앵커로 기억한다. 내 기억속의 그는 세월호, 삼성 비리, 대통령 탄핵, 미투 사건, 조국 사건 등 큼직한 사건을 꼿꼿이 보도한 앵커다.


서점에서 그가 저술한 <장면들>이라는 책을 만났다. 부제는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다. 이 책은 2개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삼성 비리, 세월호, 탄핵 등 각 사건의 보도 과정과 느낀 점을 다룬다. 2장은 그가 겪었던 앵커 역할, 그리고 자신의 철학을 말한다.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특히 나는 두 가지를 인상 깊다고 느꼈다.


[1] 언론의 역할, [2] 성공한 직업인으로서 손석희의 태도다. 이걸 정리해본다.




# 장면들


* 박스 안은 인용구


[1] 언론의 역할이란?


언론은 뭘까. 부당한 사회의 진실 수호자? 아니면 기득권 체제에 붙어 콩고물을 받아먹는 기생충?


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다며 욕한다. 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욕한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처럼 욕 많이 먹는 직종도 없다.


항상 궁금했다. 언론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많은 언론은 기득권의 시각을 갈등없이 흡수한다. 그러나 때때로 비판도 거침없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조선일보가 보수 정권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이게 뭐지?


손석희는 현장 경험과 학문적 이론을 토대로 언론의 역할을 설명한다. 그는 '경비견으로서의 언론'을 말한다.


좀 길지만, 인용한다.


1. 전체 사회가 아니라, 기득권과 영향력있는 집단을 위해 경비견 노릇을 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시스템을 지켜내도록 하는 것.

2. 그 시스템에 대한 모든 잠재적 침입자를 감시하고, 지배세력이 미처 알지 못한 침입자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는 존재.

3. 그런데 그런 상황은 때로는 지배그룹 내의 부조화에 의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

4. 경비견으로서의 언론은 지배세력에 의존하긴 하지만 복종하지는 않으며, 지배세력 간의 불화가 일어날 경우 그 갈등을 정치화하기도 한다.

5. 이 과정에서 언론은 권력 엘리트들에게 문제 해결자를 자임하면서 권력의 현상 유지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6. 결론적으로 경비견으로서 언론의 목적은 특정한 지배집단을 위해 경비를 서는 것이 아니라 지배 시스템을 지켜내는 것이며, 이 시스템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향해 짖는 것이다. 기득권화된 언론 자체가 생존하려면 그 시스템이 지켜져야만 하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다.


이해했다.


저자에 따르면, 사회 시스템에서 언론은 대개 기득권에 속한다. 따라서 언론의 생존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영속이 필수적이다. 언론이 보수 편향적인 이유다. 그러나 때때로 기득권이 시스템의 영속을 흔들경우 언론은 거침없이 비판한다.


진보 언론이 왜 혁명까지 말하지는 않는지 궁금해 했었다. 이제 조금 이해가 됐다. 시스템이 있어야 그들이 있다. 혁명은 시스템의 전복을 의미하는 두려운 사건이다.


반대로 보수 언론도, 지배 집단이 시스템을 흔들 때는 막는다. 미국 (때때로 극우라고 평가받는) 폭스뉴스 조차도, 트럼프가 독재를 하려 한다면 지지하지는 않을 거다.


[2] 성공한 직업인


앞서 말했듯, 손석희는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 성공한 직업인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거다. 그는 본인의 간판 프로그램을 공고히 했다. 100분 토론, 시선집중, 그의 색깔과 철학을 입힌 대표 시사프로그램이다.


그는 신생 방송국인 JTBC를 '정론지'로 격상시켰다. 종편에 대한 여러 우려와 비판이 난무했을 시기다. 그러나 JTBC는 신뢰받는 언론이 됐다.


그는 정론지 JTBC를 만들기 위해 도전했다.


'앵커브리핑' '팩트체크' '비하인드 뉴스' '문화초대석'. 이들 코너들을 돌면 새로운 저널리즘이 보였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문화 초대석'을 빼고는 모두 매일 제작할 것을 고집했다. 찔끔찔끔 나가서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기 어렵다고 봤다.


앵커브리핑, 팩트체크 같은 기존 뉴스에서 하지 않았던 걸 시도했다. 많은 이들이 뉴스의 쇠락을 말하던 시기다. 그는 시대에 역행했다. 전통적인 뉴스의 역할을 강조했다.


시민들은 2시간 짜리 뉴스를 좋아할까? 앵커의 논평을 듣고자 할까? 꼼꼼하게 사실을 점검하는 걸 좋아할까? 그는 도전했다. 시민들은 높은 시청률로 화답했다.


쉽지 않았다. 그는 그의 일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뉴스를 진행한 이래,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1분도 여유가 없었던 날들이었다.

편집회의 두번에, 그날 나가는 모든 뉴스를 사전 체크해야 하고, '앵커브리핑' 원고에 매달리는 동시에 '팩트체크'와 '비하인드 뉴스'의 아이템과 원고까지 검수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그날의 '엔딩곡'은 뭐냐고 재촉해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1분도 여유가 없는 날이 지속됐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세월호 사태부터 조국 사태까지 '정론지 JTBC'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손석희 그 스스로가 언론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다. 사회를 끌고가당당하고 강한 언론, 이런 건 그의 언론상이 아니었다.


시장경제 속에 있는 언론사가 어떻게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수익구조가 시장에 있는 한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신문의 초창기부터, 특히 대중신문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그 '장사'의 '도구'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도구'였기를 바란다.


그에게 언론이란 외부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간섭받고 영향받는 존재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생각하는 '정론'이라는 철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계를 인식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태도랄까.


체 게바라가 했다는 말이 생각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


그는 50대의 나이임에도,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직업 윤리와 사회적 성공을 모두 쟁취한 멋진 사회인이다.




# 기레기?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했다. 좋은 사회를 위해서는 좋은 언론이 필수적이다.


진정한 언론은 작고 소외된 목소리를 전달한다. 제멋대로인 권력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때때로 시민들에게 옳은 길을 제시하고, 용기를 준다.


제대로 된 언론이 없다면, 힘 세고 돈 많은 사람들이 다 해먹는다. 대기업이, 정권이 불러주는 보도자료만 편하게 받아 쓰는 확성기만 남는다.


우리나라도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같이 다른 나라 사람도 주목하는 '정론지'가 생겼으면 좋겠다.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똑하고 날카롭다. 앞으로 '정론'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거다. 가짜뉴스, 왜곡뉴스 등 소음이 너무 많다.


언론인을 꿈꾼다면 일독을 권한다.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장인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잘 읽었다. 어쨌든 참 멋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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