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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Jun 04. 2020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아웃사이더 파타고니아, 팬을 만들다

2011년 11월 25일, 《뉴욕타임스》에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가 실렸습니다. 미국의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가 진행한 이 광고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고 물건을 재활용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에서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파타고니아의 블랙 프라이데이 판매액은 이전 해 대비 30퍼센트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런 반소비주의 광고에 열광했던 걸까요?

파타고니아의 성공 뒤에는 친환경에 대한 타협 없는 철학이 존재합니다. 애플의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자주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한때 월스트리트의 고액연봉자들의 ‘교복’으로 불릴 만큼 월가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월스트리트에 캐주얼 복장 붐이 일면서 금융 기업들이 회사 이름이 박힌 파타고니아 조끼를 주문해 입었던 것이죠.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2019년 “이제부터는 환경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에 판매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돈을 최대한 불리는 것이 목적인 금융 기업들과 파타고니아의 가치관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할 뿐 아니라 고객 또한 브랜드의 철학과 부합해야 한다는 자신감과 진정성은 수많은 고객을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급진적인 환경주의자 에드워드 애비(Edward Abbey)는 “성장을 위한 성장은 암세포의 이데올로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멈춰선 지금, 더 멀리, 잘 나아가기 위한 힌트를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철학에서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 〈The Long Read〉는 단편 소설 분량의 기사로, 깊이 있는 정보와 풍성한 내러티브를 전합니다. 정치, 경제부터 패션,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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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의 진정성


27년 이상 파타고니아에서 근무한 질 두메인(Jill Dumain) 환경 전략 책임자는 회사가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 모든 방법을 열거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유기농 순면만 사용하기로 했다거나, 2013년에 학대받지 않은 거위 털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들입니다. 또 재활용 지퍼나 단추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합성 물질을 가능한 한 재활용품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협력 관계인 직물 공장과 봉제 공장 같은 공급 체인의 공정 무역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이런 변화를 원하지 않거나, 수행할 능력이 없는 공급 업체와는 결별했습니다. 거의 강박적인 수준으로 검수하기로 하면서 생긴 문제들이죠.  ‘투명한’ 기업이라는 개념은 너무 많은 기업에 쓰이고 있지만, 파타고니아에는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동시에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현재 파타고니아에서 대중 소통 부문 부사장인 릭 리지웨이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전입니다. 릭 리지웨이는 말합니다. “우리의 첫째 미션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본질적으로 덜 나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한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상품을 만들겠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습니다.”

파타고니아를 개인 소유의 회사로 유지했기에 쉬나드는 그의 가치에 따라 회사를 경영할 수 있었습니다(파타고니아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만 부여되는 B-Corp 인증 기업입니다). 쉬나드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회사가 살찐 송아지가 되면 이익을 위해 팔리고, 자원과 자산은 황폐화되고 산산조각이 나며, 이로 인해 가족 관계가 무너지고, 지역 경제의 장기적인 건강이 악화된다. 회사가 최단 기간에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미래를 위한 모든 의사 결정이 달라진다.”







27년 이상 파타고니아에서 근무한 질 두메인(Jill Dumain) 환경 전략 책임자는 회사가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 모든 방법을 열거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유기농 순면만 사용하기로 했다거나, 2013년에 학대받지 않은 거위 털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들입니다. 또 재활용 지퍼나 단추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합성 물질을 가능한 한 재활용품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협력 관계인 직물 공장과 봉제 공장 같은 공급 체인의 공정 무역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이런 변화를 원하지 않거나, 수행할 능력이 없는 공급 업체와는 결별했습니다. 거의 강박적인 수준으로 검수하기로 하면서 생긴 문제들이죠.  ‘투명한’ 기업이라는 개념은 너무 많은 기업에 쓰이고 있지만, 파타고니아에는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동시에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현재 파타고니아에서 대중 소통 부문 부사장인 릭 리지웨이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전입니다. 릭 리지웨이는 말합니다. “우리의 첫째 미션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본질적으로 덜 나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한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상품을 만들겠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습니다.”

파타고니아를 개인 소유의 회사로 유지했기에 쉬나드는 그의 가치에 따라 회사를 경영할 수 있었습니다(파타고니아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만 부여되는 B-Corp 인증 기업입니다). 쉬나드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회사가 살찐 송아지가 되면 이익을 위해 팔리고, 자원과 자산은 황폐화되고 산산조각이 나며, 이로 인해 가족 관계가 무너지고, 지역 경제의 장기적인 건강이 악화된다. 회사가 최단 기간에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미래를 위한 모든 의사 결정이 달라진다.”




비즈니스맨이 된 탐험가, 이본 쉬나드


이본 쉬나드는 대자연에 빠진, 일종의 낙오된 청소년이었습니다.  20세기 중반 미국 서부에서 클라이밍과 서핑에 심취했습니다. 유명 등반가이자 탐험가인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에 따르면 1950~1960년대에 클라이밍은 ‘사회 부적응자 같은 소수의 별종들이나 하는 별난 스포츠’였습니다. 파타고니아는 가이드북이 없는 외딴 곳을 탐험하는 데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요, 그 시절 부패하지 않은 자연으로 돌아가 캠프파이어 옆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책을 읽는 것은 초기 대항문화와 잘 어울렸습니다. 쉬나드는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암벽이나 빙하를 오르는 것이 사회에서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사실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졌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요세미티 등반의 황금기’를 이끈 선구자 중 한 명인 쉬나드는 1950년대 후반에 자신의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바위 표면에 망치로 박은 뒤 뽑아서 재사용이 가능한 피톤(piton, 암벽 등반에 쓰이는 쇠못)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등반로 훼손을 막기 위해 피톤 대신 암벽 틈 사이에 손으로 끼워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알루미늄 초크를 고안했습니다. 
당시 그의 열망은 가능한 한 적은 손상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암벽 등반가인 더그 로빈슨(Doug Robinson)은 이를 ‘자연인을 위한 오가닉 클라이밍’이라 불렀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의 서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거의 60년 동안 비즈니스맨이었다. 그 말을 입에 담는 것이 알코올 중독자나 변호사임을 인정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웠다.” 쉬나드는 오염되지 않은 황무지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알리면서, 하이킹이나 클라이밍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대중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 활동이 이어지면 자연이 조금 덜 훼손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동반자이자 라이벌,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와 노스페이스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소비자에게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판매한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두 회사는 꽤 많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노스페이스의 공동 창업자 더그 톰킨스(Doug Tompkins)와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탐험에 있어 평생의 친구이자 형제였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초창기 직원 중 한 명인 크리스 맥디비트(Kris McDivitt)는 활강 스키 선수였는데 파타고니아의 총괄 매니저를 거쳐 CEO에 올랐습니다. 이후 이혼한 톰킨스를 만나 1993년 결혼했습니다. 파타고니아와 노스페이스 두 회사의 결합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다른 조(兆) 단위 스포츠 브랜드들과 달리, 두 회사는 공이나 배트를 팔지 않습니다. 팀 스포츠를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대자연의 매력을 판매하며, 한두 명의 친구와 함께 야생을 탐험할 때 필요한 기술적으로 진보된 장비들을 제공합니다.

두 회사 모두 주 고객이 북극 탐험을 떠나는 탐험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진짜 돈은 상대적으로 모험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도시인들에게 하드코어 아웃도어용 제품을 파는 데에서 나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의 장비를 착용합니다. “백팩을 메고 학교에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스페이스라는 이유만으로 요세미티에 와 있는 느낌이 들 거예요.” 딘 카르나제스가 내게 말했습니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요소가 정말 큰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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