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
수요일 오후 1시, 약속 장소에 나갔다.
솔네 옆에 제임스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형식적이고 짧은 인사를 나눴고, 이내 솔레는 의자 옆에 세워둔 가방과 널찍한 상자에서 사진을 하나 둘 꺼냈다.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 사진이에요."
네모난 사진에는 셀린이와 제임스뿐이었다.
"처음 책 <EVERYONE>은 결혼 전에 제임스와 함께 했던 시간을 남긴 거고, <EVERYONE SELENA>는 셀린이 네 살 생일에 맞춰 나온 책이에요." 셀린이는 포토그래퍼 솔네의 딸이고, 제임스는 솔네의 남편이다. 솔네는 테이블에 펼쳐 놓은 사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내게 설명했다. 사진 속 셀린이는 몇 살이었고, 왜 이렇게 짜장면을 입 주변에 잔뜩 묻히고 울고 있는지. 그녀는 웃고 있었다. 소리 내어 웃는 건 아니었는데, 얼굴이 웃고 있었다.
사진을 보는 내내 솔네의 웃음이 내게 옮겨왔다. 셀린이의 눈과 입에 나의 시선이 머물렀을 때 절로 미소가 나왔다. 내 딸도 아닌데...
사진을 보고 있는 당신도 미소 짓고 있을 거다.
이 작은 네모 안에 솔네의 우주가 있다.
이 아이가 솔네의 우주다.
사진 속에 솔네는 없지만 모든 순간에 그녀가 있다.
나는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지만 언젠가 내 아이가 생긴다면 이렇게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 사진을 이 벽에 붙이는 순간에도 솔네에게 말했다.
"저도 나중에 이렇게 애기 사진 찍을 거예요."
사진은 미화된 기억의 실체다.
그래서 특별할 것 없어도 더없이 아름답고 의미 있다.
"FAMILY IS EVERYTHING"
가족의 사진을 찍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대단한 일이다.
어려운 이유는 일상 속에서 '남기고 싶은 순간'을 찍기 위해 늘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고, 대단한 이유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눈도 제대로 못 뜬 딸아이의 아침을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와 아빠 말고 누가 있을까.
여러분의 핸드폰 속에는 몇 장의 가족사진이 있나요?
글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