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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Jul 03. 2024

천지 스윙

[안기자 골프 12] 12번째 라운드 3

“잠깐만 이리 와봐.”


전반 홀 마치고 김차장을 불렀다. “어쩌지? 3 업(UP) 또 달라고 할까?” 그는 당연한 듯 말했다. “뭘 어째, 원래 그런 거 아니야?!” 너무나 당당한 우리의 요구에 파주팀은 당황했다. “형님 너무 잘 치시잖아요. 김사장도 올라오고 있고.” 그렇게 어영부영 우리는 세치 혀로 세 점을 확보하고, 김차장이 파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김차장과 안기자는 실실 웃었다.


지금껏 티샷은 항상 김프로가 먼저 쳤는데, 10번 홀은 남자 셋이 먼저 치게 되었다. 안기자의 티샷이 잘 맞아 200미터 벙커를 넘겼다. “형님, 긴장 좀 되시겠는데요?” 그동안 두 번째 티샷을 한 사람, 즉 김프로 다음에 치면 쫄려서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그도 부담 좀 느껴보라고 회심의 구찌를 날렸다. 하지만 이게 웬걸, 김프로는 압도적 비거리로 나의 구찌를 눌러버렸다.


경기남북연합(김차장-안기자) 팀은 꾸역꾸역 리드를 잃지 않고 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세 홀. 3개월 전, 나에게 재앙 같은 일이 벌어졌던 홀들이라,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파 3 7번 홀에서 피칭을 드는데 김차장이 말했다. “9번 어때?” “좋아!” 바꾼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홀컵 옆에 떨어졌다. 소심한 퍼팅 덕에 파로 마무리 했지만, 지난번에 양파 했던 홀이라, 만족한다.


남은 건 두 홀, 4점 차이. 넉넉히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17홀에서 김프로가 버디를 하고, 김사장이 안기자를 압도한 덕에 마지막 홀에 단 1점 차이로 진입했다. 파인코스 9번 홀, 지난번에 티샷이 산으로 들어가 억지로 빼내려다가 양파를 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홀. 안 좋은 기억을 잊고자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소리가 들린다. 티샷이 페어웨이 중앙으로 갔다.


오늘 아이언이 잘 맞은 게 여러 번 있었다. 그렇게 맞으면 해저드 너머 온 그린 시킬 수 있다, 만, 아이코, 하필이면 공 머리를 쳐 20미터나 갔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찰나, 머리를 흔들어 새 바람을 넣었다. 김프로 말대로, 크게 뒤로 올렸다가, 천천히 탁! 150미터를 날아 그린 위 프린지에 떨어졌다. 경사가 무시무시하여 홀인에 애를 먹었지만, 만족스러운 마무리다.


흥미진진한 경기는 경기남북연합의 억지 승리로 끝났다. 네 남자가 그린에 모였을 때,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승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완전 러키”를 외쳤다. 무척 더운 날들이었는데, 이날은 우리에게 오아시스 같은 하루였다. 무엇보다 안기자에게 의미 있는 것은, 클럽을 하늘로 들어 올려, 땅으로 내려찍는 천지(天地) 스윙을 시작한 날이라는 것. 재밌다, 골프!


아, 우리를 위해 예약을 해준 게 아니라, 본인이 예약한 것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신 해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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