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승인을 기다리며
핸드폰만 바라보는 요즘, 그러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인사이동과 브런치 작가 신청. 공교롭게도 두 가지의 시기가 맞물렸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2016년 친구 K 양 때문에 알게 되었다. 나의 오랜 친구이자 책을 좋아하고 글을 제법 잘 쓰는 그녀가 이 곳에 글을 남겼으니 읽으러 오라는 포스팅이 나를 처음 브런치로 이끌게 되었다. 구독자 수도 제법, 아니 상당히 많은 그녀의 글은 흡입력이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글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글에는 상당한 호감이 생겼지만, 브런치라는 앱의 매력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했고, 브런치 작가 선정이 이렇게나 검증된 일인지 몰랐던 것도 한몫을 했던 것 같다.
2018-2019년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거의 공간이든, 생각의 공간이든. 블로그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플랫폼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3년 전 K양을 통해서 알게 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다시 찾았다. 글을 쓰고 발행을 누르려는데,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단다. 작가 신청? 그게 뭐야. 그냥 사진이랑 개인적인 저널이 적고 싶었던 건데, 내가 쓴 글이 브런치에 적합한지 확인하고 글을 올려준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작가 신청을 눌러버렸다.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사적인 일기는 보기 좋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사실 내가 작가로 전향할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플랫폼이야 여기 말고도 많기 때문에 큰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브런치 앱을 탈락 메일을 받은 동시에 지워버렸다. 그렇게 첫 번째 브런치의 강렬한 기억은 그렇게 잊히는 듯했다.
2020년 코로나로 정말 한 것 없이 허무한 해가 지나고 2021년이, 나는 32살이 되었다. 친한 언니의 결혼식장에 가서 오랜만에 친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새해 목표가 뭐예요?" 별거 아닌 이 질문에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표? 목표.. 그렇지. 새해에는 신년 목표를 세우지. 그런데 나는 목표를 하나도 안 세웠는데.. 서른두 살인데 목표는 세워서 뭐한담.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거고 목표를 세운다 한들 이제 와서 뭐 대단한 사람이 되겠어? 하는 마음이 컸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없는 무료한 평범한 30대 직장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나에게 새로운 고찰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올 한 해 뭐가 하고 싶은 거며 이번 달에는 무엇을 해야 하며, 오늘은 뭘 하고 싶을까? 애써서 뭘 하겠다는 목표를 찾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우선 기록이 하고 싶었다. 지나간 나의 하루들을, 내 고찰들을 언젠가 열어보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는 기록이 하고 싶었다.
공유가 하고 싶었다. 이른바 '인생 노잼 시기'를 겪는 나, 서른두 살의 성장통을 겪는 나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공감을 느끼고 싶었다.
일상 브이로그 형식의 유튜브도 두어 번 만들려고 도전해보았지만 직업 특성상 업무 하는 공간을 영상으로 담으면 안 되기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였다. 다이어리도 적어보았지만 글씨체가 예쁘지 않아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브런치를 찾았다.
불현듯 책이라는 매체가 떠올랐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그중에서도 에세이 류를 가장 좋아한다. 시간이 날 때는 하루에 두세 권의 에세이를 읽으며 내 삶에 적용해볼 부분은 없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기도 하며 에세이에 재미를 느꼈다.
단순히 일기를 써서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기록과 공유를 하는 것은 어떨까?
작가가 된다는 것.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브런치를 다시 떠올렸다.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작가'라는 호칭을 주고 글을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 이토록 매력적인 플랫폼이 또 있을까? 대단한 책을 낸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차근차근 이 곳에 나만의 에세이를 올려보자는 목표가 생겼고, 그렇게 '브런치 작가 등단'이라는 한 해의 목표가 생겼다. 글이 차곡차곡 쌓이고 여러 도전들을 이뤄내다 보면 나도 언젠가 내 이름의 저서인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