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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Sep 21. 2024

넌 무슨 재미로 살아?

별 거 안 한고 산다.

 난 모임이 있다. 두 달마다 친구들을 만난다. 맛집을 간다. 술은 가볍게 마신다. 오락실을 간다. 보드게임을 한다. 커피 마시러 간다. 그 사이사이 수다로 꽉 채운다. 이보다 더 건전할 수 없다.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최근 근황부터 시작한다. 각자 사는 이야기 한다. 결국 과거 추억으로 끝난다. 옛날이야기는 항상 즐겁다. 신기하게 지겹지 않다. 과거에 머물길 좋아한다. 나이 먹었나 보다.

 대화하면 서로 다른 게 보인다. 어떤 친구는 밖으로 열심히 활동한다. 다른 친구는 주로 집에 있는다. 중간인 친구도 있다. 겹치지 않는다. 조금씩 다 다르다.

 나가 놀아야 힘나는 친구가 있다. 열정적이다. 지치지 않는다. 올해 캠핑과 여행 스케줄이 꽉 차있다. 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집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회복된다.

 그 친구는 날 이해 못 한다. 반대로 나도 그렇다. 친구는 무슨 재미로 사는지 항상 물어본다. 집에서 뭐 하는지 궁금해한다. 내 대답은 늘 같다. 별 거 안 한다고 한다. 그래도 잘 산다고 한다.

 집에서 할 일이 많다. 청소하고 빨래해야 한다. 설거지를 한다. 쓰레기 치워야 한다. 아이 숙제 봐줘야 한다. 가족 일상을 듣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면 금방 하루가 간다.

  정신없이 월화수목금을 보낸다.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수요일쯤 이미 진이 빠져있다. 주말 되면 집에서 쉴 수밖에 없다. 주변 자극을 끊어야 한다. 가만히 있어야 채워진다. 외부 활동은 내게 자극을 준다. 밖에서는 휴식이 안된다. 안이어야 한다.

 금요일 저녁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배달 음식을 먹는다. 좋아하는 예능 프로를 본다. 와이프와 시원한 맥주 한잔 한다. 아이는 음료수를 먹는다. 자주 이렇게 보낸다. 한주를 마무리하는 느낌이다.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가족들 다 만족한다.

 주말을 밖에서 보내면 월요일이 힘들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회사에서 꾸벅꾸벅 존다. 월요일은 회의가 없어야 한다. 자리에 있으면 한숨 돌린다. 아이스 아메를 마신다. 많이 지칠 땐 샷추가한다. 빠르게 에너지가 축적된다. 임시방편이다. 오후엔 텐션이 떨어진다. 결국 집에서 채워야 한다.

 에너지 많은 친구가 부러울 때가 있다. 많이 피곤하면 그렇다.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안 하는 건가 싶다. 정체된 느낌이 든다. 밖에서 다이내믹하게 보내야 할 거 같다. 뭐라도 해야 할 거 같다.

 그 친구는 그게 재밌으니 한다. 난 그렇진 않다. 뭘 하냐 보다 내가 어땠는지 중요하다. 만족스럽게 보냈으면 그걸로 됐다. 꼭 남들 따라갈 필요 없다. 내가 좋은 걸 하면 된다. 부담감을 내려놓는다.

 나도 가끔 여행 간다. 이땐 모처럼 활동적이다. 올해 푸껫에 갔다. 섬투어 하며 스노클링 했다. 니모와 바다 거북이를 만났다. 코끼리 목욕도 시켰다. 아이와 수영장 미끄럼틀 100번 탔다. 매일 물속에 몸을 담갔다. 작년 제주도에서 서핑도 배웠다. 뭔가 하긴 한다.

  내 안으로 에너지가 흘러 들어가야 산다. 그래야 충만해진다. 어쩔 수 없다. 밖으로 내 보내면 맥 빠진다. 내보낸 만큼 힘이 빠진다.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모은 에너지는 적재적소에 쓴다. 원래 많지 않다. 자연스럽게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모든 일에 쏟으면 금방 바닥을 보인다. 어떤 일에 집중할지가 관건이다. 잘 선택해야 한다. 고르는 능력이 날로 늘어간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보통 가족 일에 먼저 쓴다. 여기에만도 신경 많이 쓴다. 그다음은 회사일 정도이다.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힘이 남아있지 않다.

 불필요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한두 가지만 집중한다.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하루가 단순해진다. 많이 애쓰지 않아도 만족스럽다. 최대 80프로만 쓰려한다. 내일을 살 힘을 남긴다. 한주가 흡족해진다.

 친구는 내게 또 물어본다. 무슨 즐거움으로 사는지. 대답은 그 전과 다르지 않다. 별 거 안 한다고 한다. 매일이 모자람이 없다. 그게 즐겁고 행복하다. 그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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