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이별이 Aug 23. 2019

'신입연수 때가 좋은거야. 즐겨'

취업과 신입사원 연수

취업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2학년이 끝날 때쯤 되자 물밀듯이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서류, 1차 시험(전공, 한국사, 영어), 2차 시험(NCS, 인성검사), 면접(직무, NCS, 토론)을 거쳐 하나의 회사 입사절차가 끝이 났다.  그리고 또 비슷한 채용절차를 가진 회사의 자소서를 준비했다. 나의 함께 원서를 넣었던 친구들 중에 1차 시험이 끝나고는 8명쯤 남았고, 2차 시험이 끝나고는 5명이 남았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고는 3명이 남았다. 


처음 결과를 확인하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 6시가 예정 시간이였으나 정각에 발표가 되지 않았었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새로고침을 해가며 결과를 기다렸다. 나의 결과는 합격이었다.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모와 엄마한테 말했다.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빠한테도 말했다. 아빠는 '해냈구나'라며 나를 안았다. 나의 지난 시간들이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처음 입학해서 학교에 적응하느라 고생한 것부터 시작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것들.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서울을 오가며 시험과 면접을 준비한 것들. 나의 힘으로, 그리고 모두의 도움으로 결국 해냈다.


종종 이 때를 떠올려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기뻐하던 엄마, 칭찬에 인색하지만 나보고 해냈다고 해주는 아빠. 그리고 전화해서 축하해주는 친구들. 아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인생에서 '행복하다'라고 할만한 순간이 아닐까 한다.




3월 말에 입사식을 한 뒤로 늘 설렘을 안고 지냈던 것 같다.

새로운 강의, 새로운 지역, 새로운 인간관계. 어느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낯설기만 했다.

낯설기에 설레었던 하루하루였고, 그렇기에 매일매일이 재밌었던 하루였다. 


계절도 봄이라 따사로운 햇빛과 적당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고, 밤엔 공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나자 벚꽃도 피어 금상첨화였다.


3월의 끝자락에 만나 어색했던 우리들의 거리는 4월 벚꽃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벚꽃이 질 때쯤 경주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교육을 받으러 충청도로 갔다.


좋았다. 나이와 관계없이 어울려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던 시간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교육이 끝나면 게임 한판 하는 시간들. 그리고 밤이 되면 야식을 시켜 하하호호 떠들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내게 많은 귀감이 됐다. 쓸데없는 얘기든 값진 얘기든, 사소한 얘기부터 무거운 얘기까지, 서로의 삶을 꺼내어 보여주는 그 시간들은 나의 우물을 넓혀 주었다. 


아마 이 때의 추억들이 '동기'라는 이름 아래 우리를 강하게 당겨주는 것 같다. 힘들 때면 속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존재. 나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을 사귄 것만으로 너무나 값진 순간들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 난 호주에 갈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