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모든 것을 드리리
2019.0924
매일처럼 저녁이 되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나는 광주광역시에 계시는 친정 엄마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나는 갑작스럽게 사망한 남편을 뒤로하고 나는 생계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아직 유치원도 다니기 전인 아이들 둘을 친정집으로 보냈다. 그 뒤로 매 주말마다 거의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일년에 한번 정도 가지 않은 것 같다. 아마 그 주에 명절이 있어서 주중에 광주에 다녀왔던 때로 기억한다.) 광주에서 아이들과 지내다가 오고, 매일 저녁이면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한다.
일주일 7일 중에 2일 에서 3일을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그렇지 않은 4일 -5일 중에도 매일매일 얼굴을 보고 영상통화를 하므로, 아이들은 광주에, 나는 서울에서 지내도 실상은 그리 멀지 않게 보낸다. 어제도 어김없이 나는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를 찾았다. 보통은 전화를 받자 마자 아이 얼굴이 나타나는데, 어제는 엄마가 받았다.
“응, 빈이 가야, 어린이집에서 와가지고는 계 ~속 할아버지만 붙들고 있응께,
할아버지가 힘들어가지고,
그래서 할아버지가 공원 간다고 나갔거든.
근데 빈이가 또 할아버지 따라 간다고 나갔어.
근데 그러고 나서 내가 바로 나갔는데, 둘다 없드라.”
“응? 그럼 빈이가 할아버지랑 같이 나간게 아니고, 뒤따라 나갔다고?
그리고 그 뒤에 엄마가 나가봤는데 둘다 없었다고?”
“응. 그렇기는 한디, 근디. 빈이는 나가서 할아버지 없으믄 바로 들어온 게.
안 들어온거 보니까 지 할아버지 만난 거다.”
“.. 알았어 끊어.”
어쨌든 결국은 아이가 할아버지랑 같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지는 않은 것 아닌가? 난 갑자기 혹시나 아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확 밀려왔다. 바로 아빠(할아버지) 전화로 전화했다. 근데 아빠 전화가 울리고 그전화를 엄마가 받는 것이다. 아빠가 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갔다는 것이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 빈이 들어오면 바로 전화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고 흘러간 몇 분 동안 나는 미친 듯이 가슴이 콩닥콩닥 댔다. 별일 없겠지. 별일 없겠지.
전화가 왔다. 빈이가 들어왔다고 했다. 바로 음성통화를 끊고 영상통화로 다시 했다.
“빈아.”
하고 부르는데 눈물이 주르르 나올 것만 같았다. 아이 앞에서 울면 안되니까, 나는 꾹 참았다.
“빈아, 나가서 할아버지 바로 만났어?”
“응. 근데 엄마 왜 그래?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 그리고 어제 주일에 엄마가 빈이 한테 화낸 거 미안해서. 그거 사과하려고.
엄마가 이번에 네 밤 자고 빈이랑 유니랑 보러 가서는 꼭 장난감 정리 먼저 할게.
알았지?
어제 화내서 미안해.
빈아.”
“응. 알았어. 괜찮아 엄마.”
일요일에 아이랑 교회에 다녀오고 나서, 사실 내가 몸이 너무 피곤했는데, 그래서 아이랑 장난감 정리를 하자고 했던 것을 좀 미루고 싶었다. 다시 보니, 그렇게 딱 정리가 필요한 상황도 아닌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래서 다음에 장난감 정리를 하자고 했더니 아이가 막 울기 시작하는 거다. 알고 보니, 아이가 조그만 장난감 부속품을 잃어버렸는데, 장난감 상자들을 정리하다 보면 그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게 장난감 정리를 같이 하자고 한 것이었다. 나는 피곤한 상태에서 다짜고짜 울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제발 그만 울라”면서 화를 냈다. (요즈음 아이가 내 앞에서 자꾸 울고 한적이 조금 많기는 했다.) 어쨌든 아이는 별로 잘못한 것도 없이 화내는 엄마를 그대로 받아줘야 했고, 나는 월요일 새벽에 광주에서 서울로 출근하던 길에 내내 아이 생각이 났다. 오늘 저녁에 전화하면 아이에게 사과해야겠다. 하고.
그래서 월요일 저녁에 전화하면 아이에게 사과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아이가 혹시나 없어졌을까 걱정했었고 보니, 아이 얼굴을 보자마자 우선 눈물이 나왔다. 아이 앞에서 더 울기 전에 서둘러 사과하고 끊었다. 그리고 아이랑 전화를 끊고 나서 마음껏 울었다. 소리를 내서 울었다.
혹시나 아이가 없어졌을까, 아이를 잃어버린 것을 아닐까, 걱정했던 마음이 아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폭풍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소리를 내어서 혼자 울고 나니, 내가 남편이 사망했을 때도 이런 마음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편과 나는 사이가 아주 좋았었으므로, (남편 장례를 치르고 나서, 남편이 마지막에 일했던 병원의 원장님께서 전화하셔서는, 자기에게 얼마나 부인이랑 애기들을 자랑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면서 당혹해 하셨었다.)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은 내가 그때까지 겪었던 그 어떤 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고통이었다.
남편의 죽음 이후 나는 근 몇 개월 동안을 길을 걸으면서도 울고 다녔었으니까. 또 그때는 내가 전업주부로 있었던 만큼 남편의 죽음은, 통계적으로 인생을 통틀어 겪는 인간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하는 배우자의 죽음 그 자체를 넘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내가 생계를 의지하는 존재가 아님에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마음 어느 한구석이 아닌, 마음 전체가 모두 내려앉는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이 내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놀라웠다. 별것 아닌 몇 분 동안의 두려움에도 나는 이렇게나 큰 소리를 담은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구나.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 인생 전부를 아이들을 위해서만 산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없어진다는 것이, 내 마음 전체가 가라앉아 없어지는 것과 같은 슬픔이므로, 아이들을 안전하고 무사하게 지키는 것이 또한 내 마음 전체를 위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내 마음은 이미 충족되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것이 오늘 그 짧은 에피소드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인 것이구나 하고 알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하나님께 기도하는 데, 아까보다 더한 눈물이 났다. 나는 기도했다. 아이들을 모두 당신께 맡기겠노라고. 당신의 자식들이니 당신께서 거두시라고. 나는 당신의 종으로 당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하겠으니, 당신께서 내 아이들을, 당신의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다만, 그 와중에 발생하는 일들, 그것에 담긴 당신의 뜻이 무엇이든, 혹여나 그것이 내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주는 일일 지라도, 나는 그 안에 당신의 깊은 뜻이 있음을 믿고, 하등의 인간인 종의 몸으로 당신의 큰 뜻을 헤아리려고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당신의 뜻을 무조건 적으로 따르겠다고 말이다.
당신께서는 어제 그 짧은 시간을 통해 내게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하신 것이다. 또한 그렇게 내 모든 인생을 걸고 살아갈 정도의 존재인 아이들 조차, 당신의 뜻 안에서 당신께 그 모든 것을 맡겨야 함을, 그리고 그 결과가 어찌되든 나는 그저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는 당신의 종임을 다시 한번 알게 하셨다.
아픔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정말 맞는 말 같다.
나는 사별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쉽게 내 곁에서 떠나갈 수 있는 것인지.
비우고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란 존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인간이 왜 겸손해야 하는 것인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애기들이 잠깐 연락이 안되던날.
그 잠깐 동안. 나는 수십 번을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내 모든 것을 비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거 같다.
정말 욥기의 욥 처럼.
그리고 저 외에 모든 분들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의 경옥이는 2017년의 경옥이를 돕고 싶습니다.
그때의 나는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이었으나,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때의 경옥이를 돕겠습니다.
사별맘 성공의 모든 것, 사모로 오세요
사별 후 더 성공하는 인생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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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극복하는 노하우, 2023.08.08 (화) 오후 10시 온라인.
갑자기 사별한 엄마들을 위한 세미나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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