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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Apr 05. 2023

모뚜 모여라 여기 붙어라

일 년 동안 마흔여섯 개의 글이 모였습니다

지난 주말, 주간 글쓰기 한 배를 탄 친구들을 만났고, 우리의 글쓰기 1주년 소식을 들었다. 자유 주제라는 좋기도 어렵기도 한 탈을 쓴, 글쓰기와 사계절을 보냈다니. 새삼 놀랍고 의미가 깊었다. 일 년 전 이 활동을 제안해 준 친구도, 같이 따라온 모두에게도.  

여유 시간이 있을 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글감이 팡팡 잘도 떠올랐는데, 최근에 몸도 마음도 바삐 지내니 주간 글쓰기는 이주간 글쓰기로 변모했다. 일주년을 계기로 지금 상황에서 습관을 유지하는 방법을 다시 고민해 봐야지 @.ㅠ


주말에 우연히 본 유튜브도 생각이 난다. “인생이 잘 풀리는 아이들, 부모의 이 행동 때문이다”라는 어그로 제목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다. 당장의 관심사는 아니라 금방 정지 버튼을 누를 거란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분당에서 입시로 유명한 강쌤이란 분이 나와서 하는 말이 입시 전략이 아닌 생활습관에 대한 얘기라 금세 집중력이 솟았다. 좋은 학교를 가는 게 좋은 인생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확신에 찬 이야기와 선행 보단 현행 교육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뼈 때리기. 어릴 땐 선행학습 보단 정서적 생활습관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야한다는 가르췸까지..


그 중 어릴 땐 공부보단 생활 습관 들이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 10대 보다 30대에 보낸 습관 만들기의 무수한 시간이 떠올랐다. 집안일에 주간 글쓰기에 출퇴근에 운동까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조상 오브 조상님의 말씀은 틀림이 없다. 어릴 땐 몰랐다. 습관을 오래도록 유지한다는 건 성실함을, 성실함은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과 유혹을 이기는 대단한 힘을 가졌다는 걸. (일 년 동안 습관에 대한 글감도 서너 번 정도 다뤘다.) 전엔 특정 습관에 대해 남겼다면, 이번엔  살면서 꼭 필요하고 요긴한 기질이라 짚어주고 싶다.

내년부터 초딩 소리를 듣게 될 내 조카도 학원 가기보단 (누군가 잔소리 하기 전에) 스스로 밥 잘 먹기, 스스로 이 잘 닦기, 인터넷 배송 늦어도 기다려보기 등만 배워도 훗날 잘 먹고 잘 살 것 같은데 말이다.


뭔가를 꾸준히 해 온다는 건 시간과 비례해서 남는 것이 분명 있고,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 보다 했을 때가 (당연히) 의미가 있다. 습관은 변화를 가져오고, 변화는 또 성장을 데려오기 때문에 얻는 것이 더 많다. (이쯤 되면 플로우가 약간 사이비 교주 같지만..)

일 년 동안의 주간글쓰기는 주마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일깨워주고, 일단 쓰고 본다는 습관과, 일단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표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변화를 남겼다. 어느 날은 또 미루게 되는 경험도 종종 하는데, 한 번 미루기 시작하면 계속 되기 쉽다는 걸 몸과 마음이 조금 괴로워지며 직격타로 느꼈고, 글쓰기와 우리의 약속에 귀여운 힘이 있다는 걸 확인받았다. 쓰기 싫은 날도 일단 쓴다. 쓰고 문장을 조금씩 다듬거나 다른 표현들로 고민하다 보면 하고 싶은 얘기가 명확해지는 날도 많았다.


이 시작과 과정이 1년이란 시간을 묶어주었으니 가볍게 기념하는 날을 올 해는 만들어보리다. 마음 속으로의문점이 남던 것들을 표현하고 정리하던 사계절을 이번 글로서 먼저 기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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