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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 Aug 20. 2021

팝업 다이닝A to Z (2) 메뉴 정하기

요리사 부캐를 기르고 싶은 당신에게

2. 메뉴 정하기


메뉴는 콘셉트를 따라갑니다. 얼마나 디테일한 콘셉트를 만들었느냐에 따라 메뉴 구성의 난이도가 달라져요. 그래서 콘셉트는 가능하면 상세하고 명확한 편이 좋습니다. 제가 메뉴를 구성한 방법을 되짚어가면서 메뉴를 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볼게요.



메뉴를 짤 때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메뉴를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지입니다. 


(1) n개의 메뉴가 순차적으로 나오는 코스 형태

(2) n개의 메뉴를 한 상에 담아내는 한 상 차림 형태

(3)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는 단품 메뉴 형태 


각각의 장단점은 꽤 명확한 편인데, 코스형태는 인력과 기물이 정말 충!분히 필요하고, 한 상 차림은 운영하기는 편한데, 한 상 차림에 어울리는 메뉴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어요. 그리고 객단가(=평균적으로 1명의 손님이 소비하는 금액)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단품메뉴도 코스만큼은 아니지만 인력이 꽤 많이 필요해요. 하지만 객단가가 한 상 차림에 비해서 높아서 좋고요.  

담당자님과 나눴던 대화죠!

처음엔 기본 세트를 만들고, 추가 메뉴를 준비하려고 했었어요. 양식 위주의 메뉴를 만들 예정이라, 한 상 차림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코스메뉴는 현실적으로 무리였거든요. 하지만 기본 세트를 두는 것이 크게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나중에는 그냥 아예 단품으로만 즌비해 손님들이 메뉴를 스스로 구성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어요. 


팝업다이닝이지만 너무 평이한 메뉴만 있으면 아무래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어려워요. 명확하게 한 가지 메뉴가 돋보여야 합니다. 그 메뉴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거든요. 이 메뉴는 맛있는 동시에 인스타그래머블해야합니다. 팝업 다이닝의 목적 중에는 '나를 홍보한다'가 있잖아요? 그럼 맛도 맛이지만 바이럴을 탈 수 있도록 이미지를 잘 다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맛있더라도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은 음식은 키(key) 메뉴로 선정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기존에 제가 좋아하는 레시피를 사용하면 좋은데, 이번에는 사실 이렇다할 레시피가 없는 상황이라 유행하는 식재료와 레시피를 기반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막막했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내가 아는 레시피가 없다면, 세상의 레시피를 가져와 내것으로 만들면 되죠!


일단 콘셉트에 맞는 식재료를 먼저 찾아봅니다. 이 식재료를 기반으로 레시피를 찾아볼건데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은 핀터레스트입니다.

기본 검색 공식은 영문으로 식재료 이름 + recipe에요. 

검색을 하면 위의 사진처럼 다양한 레시피들이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서 party 나 dinner, easy를 검색 키워드에 넣어봅니다. 눈길을 끄는 레시피가 있다면 클릭해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요리인지, 내 콘셉트에 부합하는지 보면서 리스트업해봅니다. 아 이 단계에서 메뉴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콘셉트에 맞는 메뉴들을 최대한 많이 모은 다음에 다음 단계에서 현실 가능성을 보면서 최종 메뉴를 정해야 합니다.


구글도 잘 활용하는 편인데요, 구글의 검색 공식은 핀터레스트와 조금 다릅니다. 

다양한 레시피를 모아놓은 페이지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식재료(영문) + Best recipe 를 검색합니다.그럼 옆 사진처럼 최소 10개 이상의 레시피들을 모아놓은 페이지들이 등장하고, 그 페이지에 들어가서 타고 움직이면서 메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핀터레스트보다는 복잡하고,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사이트들이 보통 다른 레시피를 끼워팔고싶어하기 때문에 연관된 음료나 다른 메뉴들에 대한 아이디어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저는 둘 다 활용합니다.


마지막 방법은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갈 수록 검색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SNS라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은 아주 간단하게 식재료 이름만 검색하면 됩니다. 해시태그(#)로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포스트를 열어보면서 메뉴를 리스트업해보세요. 요즘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달려들어서 꽤 괜찮은 레시피들이 많더라고요. 국문보다는 영문으로 검색하는 것이 아무래도 콘텐츠의 질이 좋은 편입니다.


* 유튜브도 많이 활용하지만 저는 유튜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이렇게 광범위하게 레시피를 검색해야 할 때는 영상을 여러개 보고 있기에는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요. 일단 이미지/텍스트로 기본 틀을 짜고 메뉴 자체의 디테일을 더할 때 영상을 참고합니다.



저는 올해 유행하고 있는 초당옥수수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아무래도 여름이니까 차가운 메뉴가 좋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SNS에서 작년부터 유행한 '여름 파스타'에서 모티프를 가지고 왔습니다. 굉장히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는 냉파스타인데요, 저는 여기서 올리브오일과 레몬즙만 꺼내왔습니다. 중심을 잡아주는 두 가지 식재료죠. 레몬즙을 활용한 초당옥수수 콜드 파스타가 이번 행사의 키 아이템이 될 거예요. 


단품메뉴라고 해도 어느정도 메뉴 사이의 밸런스와 흐름을 고려해서 구성해야 합니다. 에피타이저가 될 가벼운 메뉴(수프나 샐러드 등)가 1~2개 있고, 단백질을 베이스로 하는 고기 메인 메뉴 0~1개, 탄수화물을 베이스로 하는 식사용 메뉴(파스타, 샌드위치 등) 1~2개가 적당하겠다고 생각했어요. 

* 다만 저는 여름 채소를 메인으로하는 팝업인 만큼 고기 메뉴를 과감히 배제했습니다.


여름이니까 아무래도 차가운 수프가 좋겠다고 생각했고, 가스파초, 비시스와즈 등 여러 냉수프를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샐러드도 1종정도 있어야겠죠? 계절 과일을 활용하고, 요즘 유행하는 식재료 중 하나이자 굉장히 인스타그래머블한 식재료인 부라타치즈를 함께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재료를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샐러드와 비슷한 조합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샌드위치 1종을 넣기로 했고요, 따뜻한 요리를 하나 넣으면 좋겠다는 공간 담당자님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하면 수프를 시키고, 샐러드를 먹은 다음 메인 메뉴 3개 중 1~2개를 고르는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손님들이 음식을 어떤 조합으로 시켰으면 좋겠는지 머리 속에 미리 생각해두세요. 그래야 메뉴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 아 물론 손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가 짠 메뉴 구성을 피해 가기는 합니다. 하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죠.


자 이제, 메뉴를 확정하고 레시피를 셋팅하는 중요한 순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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