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작가님이 운영하는 라라크루에서 주 2회 글쓰기를 하고 있다. 언제부터 함께 라라크루가 되어 글을 썼는지 보니 2022년 8월 중순이다. 라라크루 1기, 2기, 3기, 4기, 7기 이렇게 5번을 같이 달렸다. 매일 쓰는 건 힘들고, 그래도 주 1,2회는 쓸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달리는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모임에 들어갔다.
7기에 참여하면서 퇴고를 앞두고 있었다. 퇴고를 하면서 새 글을 쓰고 싶어도, 손이 퇴고로 가서 이번 7기는 완주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긴 한 건 계속 달리다 보니 힘이 들어갔던 내 글에 힘을 빼고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결 더 가볍게 글을 쓰게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라라크루 합평회에 참석했다.
남편에게 "나 서울에 합평회 가고 싶어!"라고 말을 하니, "그래. 당신이 가고 싶으면 다녀와."
와우! 역시 우리 남편은 YES 맨이다! 오예! 라라크루 하면서 쓴 글을 카페에 올리고, 합평회 글도 올렸다.
합평회가 있는 토요일. 아기가 6시쯤 기상했다. 아기 얼굴도 못 보고 가면 어쩌나 못 안아 주면 어쩌나 했는데, 용케 일찍 일어나서 나를 반겼다. 아기와 같이 놀고, 걸음마 연습도 하고 놀았다. 그리곤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남편을 깨웠다. 남편에게 아기를 부탁하며 가방을 둘러 맺다. 아기가 왠지 내가 나갈 걸 알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한번 꼭 안아주고 남편에게 안겨주었는데 찡얼거리며 떨어지기 싫어한다. 어머나! 이제 내가 가는 걸 알고, 자기를 두고 가지 말라는 걸까? 하며 심쿵했다.
이제껏 손을 흔들고 "잘 다녀올게~" 해도 감흥이 없던 아이였는데, 이제 엄마 아빠를 인지하고 낯가림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이제 뭔가 아는 눈치였다. 남편이 아기를 안고 잘 다녀 오라며 배웅해주었다. 연신 여러 번 빠이빠이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 느낌이 이상하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기를 두고 온 엄마의 마음이랄까. 남편에게 이틀 동안 아기를 부탁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난 가방을 둘러메고 씩씩하게 걸어 나왔다.
서울에 오면서도 남편에게 3번이나 전화를 했다. 아기 잘 있는지, 남편이 밥을 못 먹을까 봐 무얼 시켜줄까 괜스레 더 연락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남편과 내가 같이 붙어 있을 땐 당연히 카톡과 전화를 할 일이 없었는데, 내가 나와있을 땐 꼭 남편에게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했다. 좋을걸 봐도 맛있는 걸 먹어도 남편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신사역 근처에 일찍 도착해 초밥집에 들렀다. 점심 특선으로 모둠초밥과 냉메밀, 튀김 세트를 시켰다. 왜일까? 남편이랑 먹던 초밥 보다 맛이 덜했다. 순간. 아 맞아 여긴 서울이지. 부산과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서빙하시는 사장님께서 "아이고~ 예쁘다. 앉아서 책 읽는 모습이 예뻐요."라고 하셨다. 젊은 게 좋다고 하셔서, "저 집에 아기도 있어요."라고 했더니, "어디 가서 애기 있다고 말하지 마요. 말 안 하는 게 더 낫지. "라고 하셨다. 사장님은 음식이 입에 맞는지, 잘 먹었는지 재차 확인하셨다. 이렇게 다정하게 말하고 챙겨주시는 분은 오랜만이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밤에 손님들이 바글 바글한 음식점이었다.)
2시 합평회 장소인 예술가방에 도착했다. 10분의 작가님이 모였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의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멀리서 온 사람부터 해보자고 하셔서, 아침부터 SRT를 타고 온 내가 먼저 운을 띄었다.
이번 합평회 글의 제목은 '나 오늘, 나랑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이다. 돌아기를 키우면서 막바지 퇴고를 하며 내가 나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글이었다. 물론 남편의 배려와 희생도 있었지만, 난 내가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남편에게 부탁했다. 나는 아기를 출산하고부터 늘 이 고민에 빠져있다.
나는 나로서 꿈을 펼치고 싶은 마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해!라는 마음.
나는 엄마이니까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
아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도 엄마의 꿈을 이루어가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난 참 결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나서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내 곁에 소중한 한 존재가 있어서 더 행복하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잘할 수 있는 법.
나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그전에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늘 내가 뒷전이었던 사람이기에. 이제는 내가 나를 손님 대하듯, 약속을 잘 지키고 싶었다. 이 글을 쓰고 나서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했다. 내 일 중 가장 중요한 걸 해내고 몰입했던 순간의 기록이다. 지금 시점으로 퇴고를 마치고, 곧 투고 예정이다.
나는 주책맞게도 합평회에 가서 내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이 났다. 그건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었던 것, 힘들었던 순간을 잘 헤쳐나갔다는 후련함, 남편과 아이를 두고 온 엄마의 짠 한 마음.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합평회에 참여할 수 있게 자유부인을 시켜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아마도 앞으로의 여정도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정이 반복되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하는 마음도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내 남편이 겪어야 하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ㅎㅎ)
다른 작가님들께선 아기가 어릴 땐 이렇게 글을 쓰고 뭔가 해보려고 못했다고 하시며, 잘하고 있다는 응원을 해주셨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글 벗, 말 벗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예술가방 장소도 제공해 주시고 자신의 일에 있어서도 열정적인 분이셨다. 지금은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일태기와 외로움이 작가님 곁에 있다고 하셨다. 현재 맡아야 할 기획 부분이 '외로움'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외로움이라는 게 지금 이 순간 작가님에게 다가온 동시성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외로움을 담담히 마주하는 작가님을 응원한다.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에세이 저자인 안희정 작가님. 라라크루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 따스함의 대명사. 작가님께 책에 친필 사인도 받았다! 토요일인데도 일을 마치고 비 오는 날 합평회에 달려오셨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에도 좋은 부분과 격려의 말씀도 해주셨다.
작가님은 아이와의 일상에서 느낀 점을 적어주셨다. 덕분에 아이유의 Love is All 노래도 들었다.
글을 쓰면서 글동무 말동무를 만난다는 건 참 행운이다.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작가님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지만, 심적 거리가 가까우니 이렇게 합평회까지 오게 되는 것 같다. 합평회의 늦은 후기지만, 한분 한분 생각하며 후기를 쓰고 싶었다. 그때의 그 느낌. 그 감정. 일이 생겨서 합평회에 못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계속해서 끈끈해지는 연대감이 있으니 계속해서 라라크루에 머물며 글을 써 나가셨으면 좋겠다. 라이트 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