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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Jun 07. 2023

베를린 디자이너, 독일에서 유럽영주권 신청부터 받기까지

독일 영주권 vs 유럽 영주권


독일로 이사온지 올 여름이면 벌써 일곱 해를 맞는다.


베를린에 이사와서 프리랜서 비자를 취득한 순간부터 당연히 영주권은 염두해두고 있었다. 특히 프리랜서는 수입이 불안정하니 빨리 영주권을 취득해서 비자의 압박에서 벗어나리라는 생각을 늘 하곤했었다. 그리고 영주권 신청의 자격은 연금납부 개월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KSK도 가입하고 적은 금액이나마 차곡차곡 연금을 냈었었다.


그러다가 직장을 얻고, 생활이 안정적이 되어가니 점점 게을러지기 시작하고- 어느 덧 영주권의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갔지만, 독일어를 향한 애정과 의지가 1도없는 나에게 영주권이라는 존재는 점점 잊혀져가고 있었다.


필요하면 언젠가는 따리라-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흐르고- 영주권은 내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 온라인에 존재하는 영주권에 대한 정보는 모조리 싹-다 찾아서 읽어보고 정보를 최대한 알아봤다. 특히 베를린 외국인청 (최근에 이민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은 불친절과 공무원 케바케의 끝판왕이기에 나는 모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염두해두고 준비를 했었야했다. 지금부터 이어질 이야기는 내가 알아본 정보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거라 모든 케이스가 다 나같다고는 할 수 없으니... 혹 영주권 정보를 얻기위해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그냥 또 하나의 케이스로써 참고만 해주시길.


(그리고 핑프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인터넷 검색하면 10분안에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은 묻지말고 직접 검색을...)



(C) 지구외계인



독일 영주권 vs 유럽 영주권


독일에서 취득할 수 있는 영주권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독일영주권과 유럽영주권. 


두 영주권에는 소소한 차이가 있지만, 사실 독일에서 일하며 쭉 살 예정이라면 그다지 큰 차이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두 영주권의 차이는 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 EU-영주권과 독일 영주권 차이 >

1. 조건과 권리는 비슷하며, EU-영주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독일 영주권 발급 조건에 더하여 조세납부의무 증명과 노후연금가입 증명 등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함.
2. EU-영주권 소지자는 다른 EU 국가로 이주하는데 추가 서류가 불필요한데 비해, 독일 영주권 소지자가 다른 EU 국가로 이주하려면 비자를 신청하여야 함.
(여기에 덧 하자면, 내가 이해한 바로는 유럽 영주권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유럽 국가에서 일 할 수 있는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을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유럽 영주권은 다른 유럽국가로 이주가 용이한 것이지, 그곳에서 정착하고 일을 하기위해선 그 국가의 허가가 필요하다.)
3. 또한 EU-영주권은 체류허가 취소 요건이 관대함.

< 독일영주권 >
- 체류허가 취소 : 6개월 이상(블루카드 소지자는 12개월 이상) 독일 비거주, 혹은 일시적이지 않은 이유로 출국
  ※ 예외 : 15년 이상 장기체류, 안정적인 거주비용 보장, 추방이유 부재, (혹은) 독일인과의 혼인공동체, 추방이유 부재
- 쉥겐 국가로의 이주는 불가

< EU-영주권 >
- 체류허가 취소 : 6년 이상 독일 비거주, 12개월 이상 EU(아일랜드, 덴마크 포함) 비거주, 블루카드-EU 소지자나 그 가족구성원의 경우, 24개월 이상 EU(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포함) 비거주
- 안정적인 체류비용이 보장되면 EU(쉥겐) 국가로 무비자 이주 가능


출처: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웹사이트



독일영주권 취득 조건과 제출해야할 서류

            5년간 거주허가 소지 (블루카드의 경우는 B1 어학증명 제출시 21개월, A1 제출시 33개월)          

            독일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 (보통은 잘 알려진 공인 독일어 시험의 B1 레벨 증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독일의 법률 및 사회 시스템과 생활 조건에 대한 기본 지식 (이전에는 이부분에 대해 특별히 강력한 증명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이 부분이 강화되어 intergration 코스 이수나 Leben in Deutschland라는 시험의 증명서를 요구한다고 한다.)          

            소득증빙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치의 급여명세서를 요구한다.)          

            고용주가 발행한 14일 이내의 증명서 (보통 영주권 인터뷰 날짜를 잡은 후에 회사에 요청한다.)          

            노후준비 (연금 가입과 60개월이상의 연금납부 증빙을 요구한다.)          

            건강보험 (보험사에 보험증빙서류를 요구하여 제출. TK의 경우 바로 보내주거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          

            범죄기록없음 (다른 주에서는 따로 서류를 제출하라는 글도 본 적이 있는데, 베를린은 이에 관련하여 아무 서류도 요구하지 않는다.)          

            거주지증빙 (이건 보통 집 계약서와 집세 납부 내역 등을 요구한다. 담당자와 주 마다 다름)          

            신청서 (종종 후기를 보면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분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신청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유효한 여권 (남은 여권의 유효 개월 수 만큼 영주권 기간도 같이 주어진다.)          

            증명사진 (35 x 45mm)          

            수수료 113유로          



유럽영주권 취득조건과 제출해야할 서류

            5년간 거주허가 소지 (블루카드 소지자 역시 5년간 거주를 증빙해아한다)          

            독일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 (보통은 독일어 시험의 B1 레벨 증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하지만 독일영주권과 달리 베를린 공식 홈페이지에는 충분한 지식이라고 적혀있을뿐, B1이라고 적혀있지는 않다.)          

            독일의 법률 및 사회 시스템과 생활 조건에 대한 기본 지식 (이 부분은 독일영주권과 비슷하다. 다만 나의 경우는 이에 관련한 어떠한 증빙서류도 요구하지 않았다.)          

            소득증빙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치의 급여명세서를 요구한다.)          

            고용주가 발행한 14일 이내의 증명서 (보통 영주권 인터뷰 날짜를 잡은 후에 회사에 요청한다.)          

            노후준비 (연금 가입과 60개월이상의 연금납부 증빙을 요구한다.)          

            건강보험 (보험사에 보험증빙서류를 요구하여 제출. TK의 경우 바로 보내주거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

            범죄기록없음 (다른 주에서는 따로 서류를 제출하라는 글도 본 적이 있는데, 베를린은 이에 관련하여 아무 서류도 요구하지 않는다.)          

            거주지증빙 (이건 보통 집 계약서와 집세 납부 내역 등을 요구한다. 담당자와 주 마다 다름)          

            신청서 (종종 후기를 보면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분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신청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유효한 여권 (남은 여권의 유효 개월 수 만큼 영주권 기간도 같이 주어진다.)          

            증명사진 (35 x 45mm)          

            수수료 109 유로 (독일영주권보다 조금 저렴하다.)          




사실상 독일에서 계속 일하고 거주할 것라면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나 역시 독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독일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길게 거주할 이유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럽 영주권을 선택한데에는 나만의 이유가 있었다.




영주권과 독일어의 상관관계

베를린 외, 다른 도시나 주의 영주권 신청 후기도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역시 케바케의 나라답게 주마다, 담당 공무원마다 케이스도 요구하는 서류도 천차만별이었다. (정말로-) 

어떤 주는 유럽영주권이 추가로 요구하는 서류가 더 많다고 적혀있었다. 베를린의 경우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유럽영주권의 서류조건이 더 간단했다.


베를린 공식 홈페이질 보면,



            독일 영주권은 "독일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 (유럽공통 프레임워크의 레벨 B1)"이라고 자세하게 명시가 되어있는 반면,          

            유럽 영주권의 경우 그냥 "독일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라고만 기재되어있다.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에는 별 스트레스가 없지만, "시험"은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제한적인 시간내에 무언가를 하는데에 매우 취약하다. 영국 석사를 위해 아이엘츠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언어 관련 시험은 두번다시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심정.


왠지 공식 홈페이지를 보아하니 어학에 대한 유럽영주권 조건이 조금 더 가벼워(?) 보였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ㅎㅎ), 금액도 더 저렴하고- 기왕 거주기간 5년넘긴거 유럽 영주권을 신청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 영주권에 관한 꽤 많은 후기를 찾아보았는데- 독일에서 공부를 하거나 꽤 오래 거주했음에도 담당자가 깐깐하게 어학증명서를 요구하는 케이스도 있었고, 어학증명서를 준비해갔지만 담당 공무원과의 대화를 통해 언어 능력이 증빙되었다며 굳이 증명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케이스도 있었다. 어떤 경우는 어학 시험 증명서 대신 어학수료증으로 대신 통과해주었다는 케이스도 있었다. 


역시 케바케의 나라...!


꽤 많은 후기들을 보고, 독일 영주권은 독일에서 살고자 하는 거주허가이니 아무래도 뭔가 독일어를 좀 더 확실히 요구 할 것같고- 유럽 영주권은 담당 공무원을 잘 만나면, 재량껏 시험보는 것만은 피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유럽 영주권 신청에 마음을 굳혔다. 





7년이 다되가는데, 왜 이제서야?

사실 영주권은 늘 취득하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였다. 독일에서 스스로 살아가려면 직업이 있어야하고, 직업이 있으면 비자가 당연히 있어야 함으로 영주권은 나에게 그다지 절박한 존재가 아니였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올해 결심을 한데에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 그리고 전쟁. 이로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좋아도 너무 안좋다! 크고 작은 회사들이 문을 닫고, 버짓을 줄이는 상황에서 대규모 감축과 해고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내 주변에 꽤 많은 친구들이 직업을 잃었다. 베를린 뿐만 아니라 스페인, 그리고 다른 유럽 회사와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소지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는 조건하에 비자를 받은 대부분의 친구들은 해고통보를 받은 후 정해진 제한된 기간안에 직업을 구해서 비자를 유지하거나 비자에 기재된 내용을 바꿔야만 했다 (취업 종속비자의 경우). 


물론 정말 절박하면 일을 구하고 회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테크 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일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적어도 베를린에서는. 문제는 정해진 기간안에 내가 원하는, 그리고 기왕 회사를 옮길거면 지금보다는 나은 혹은 비슷한 회사와 포지션을 찾는 것이 정말 절묘한 타이밍을 필요로하는 일임으로 절대 쉽다고 말할 수 없다. 운좋게 더 나은 조건의 포지션을 전화위복으로 찾은 친구들도 있지만, 본인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로 가야하는 경우도 있었고, 전 회사보다 조건이 더 낮은 회사에 가야만하는 경우도 있었다.


곁에서 이 모든 과정들을 지켜본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번째는, 나는 꽤 일을 잘하는 디자이너다. 항상 내 능력에 자신감이 있고, 한 번도 회사가 나를 해고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 내가 능력이 있다한들 회사가 망하는 것까지 내가 막을순 없으니 직업을 잃는 변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두번째, 이러한 변수가 발생했을때- 나는 제한된 시간안에 비자를 위해 직업을 구해야하는 상황에 빠지고 싶지 않다.


결론은 간단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영주권 신청을 준비해야하는. 





유럽 영주권 신청기

작년 11월부터 나는 다시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연말에는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니, 원래 계획은 올해 봄 쯤 독일어 시험을 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영주권을 신청하려고 했었다. 영주권을 준비하며 주변에 영주권을 취득한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었는데, 그 중 몇 친구가 독일에서 충분히 오래 거주했다면 간혹 영주권 약속 당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따로 어학 증빙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어 실력은 솔직히 B1까지는 아니지만, 간단한 대화정도를 할 정도의 독일어 실력은 갖추고 있기에 그럼 일단 한번 문의나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베를린 이민청 (구 외국인청)에 문의를 넣었다.



1. 이민청에 문의

베를린 홈페이지를 통해 담당 부서에 문의를 넣었다. 

https://www.berlin.de/einwanderung/ueber-uns/kontakt/


간단한 나에 대한 정보 (독일 거주기간, 현재 급여수준 등등)를 적고, 내가 유럽 영주권 신청자격에 부합하는지, 그렇다면 영주권 신청을 위한 이민청 약속을 잡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물론 모든 내용은 독일어로 작성했다.



2. 초스피드 답장

사실 나는 잘못된 부서에 문의를 보냈었다;;;; 그런데 보낸지 5일만에 제대로된 담당 부서에서 내 문의를 전달받아 초스피드로 답장이 왔다. 너의 신청을 검토해줄테니 아래의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라면서. 요청 받은 서류는 다음과 같다.


            고용 계약서          

            최근 6개월간 급여명세서          

            독일 연금공단의 연금보험기록 (60개월 이상의 연금납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임으로 생각된다.)          

            현재 월세 증명          

            가능한 경우 B1언어 증명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은 "가능한 경우" B1 언어증명. 마침 줌으로 회의중이던 독일동료에게 독일문장을 보여주며 "이거 옵셔널이라는 뉘앙스지?"라고 하니 그렇다고! (예이!)



3. 서류준비 - 파트1

고용계약서, 6개월 급여명세서는 이미 파일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월세 증명은 집계약서와 그동안 내가 집주인에게 계좌이체한 내역을 PDF 파일로 준비했다.


연금보험 기록은 신청을 따로 신청을 해야하는데, 이곳에서 신청가능하다.

(독어를 몰라도 최소한 구글번역기를 사용할줄 안다면 난이도 "하")


친구말로는 비자 받을때 함께 받은 핀번호로 디지털상으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면 있으면 (eID) 바로 온라인에서 출력할 수 있다고하는데 나의 경우 그냥 홈페이지에서 신청. 일주일이면 온다더니 중간에 우체국 파업하고 그러더니 거의 3주가 다되어서 왔다. 


연금서류를 받자마자 스캔해서 모든 서류를 첨부해 답장을 보냈다. 물론 답장도 독일어로 작성했다.




4. 또 한번의 초스피드 답장, 그리고 이민청 방문 약속

베를린 이민청 이렇지 않았는데, 코로나 이후로 정말 많이 변한 듯하다. 답장이 정말 초스피드.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던것 같다. 이메일에는 파일이 첨부되어있었고, 정식 이민청 방문 약속 공문과 함께 방문시 추가로 제출해야할 것들의 목록이 들어있었다. 방문 날짜는 이메일 받은 후로 2주반 정도 후였다.


방문시까지 준비해야할 서류는


            유효한 여권          

            지속적인 고용관계에 대한 고용주의 확인서 (14일 이내에 회사로부터 작성되야 함)          

            최근 6개월 순소득 증명 (월급명세서)          

            건강보험증명서          

            여권용사진          

            수수료 109 유로          



5. 서류준비 - 파트 2

여권, 사진, 월급명세서, 수수료는 이미 준비 완료.

참고로 사진의 경우 집에서 밝은 날 직접 흰벽에 촬영하여 대충 포토샵으로 사이즈 조정한뒤 DM가서 인화했다. 초간단. (촬영 혹은 포토샵 스킬이 없는 분들이 조금 큰 규모의 DM을 방문하면 촬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건강보험의 경우 TK 사이트에 접속해서 다운 받았다. 


고용주 확인서의 경우 꼭 약속 당일로 부터 14일내 발급된 문서이여야 하므로 HR에 문의하여 방문 약속 일주일전에 서류를 받아볼 수 있었다. 


*참고로 영주권은 회사 수습기간내에는 신청할 수 없고, 고용관계가 곧 종료 되어있기로 되어있다면 거절당하거나 추가 서류를 제공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주 확인서에는 보통 현재 고용이 되어있고, 근 미래에 고용 취소의 계획이 없다고 기술된 확인서 이기 때문이다.



6. 당장 시급한건 나의 독일어 

독일에서 생활한지 좀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나름 읽고 뜻을 이해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이다. 문제는 말하기.....!


친구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본인의 친구가 어학증빙없이 영주권을 받았는데, 이 경우 담당 공무원이 간단한 질문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물어본다고 한다.


질문들의 예는 다음과 같다.


            너 이름이 뭐니?          

            너 어느 나라에서 왔니          

            너 어디 사니?          

            너 독일에 산지 얼마나 됐니?          

            독일 총리가 누구니?          

            독일 어디 도시 방문해봤니?          

            등등 - 기본적인 독일에 관한 상식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질문들.          


질문은 꽤나 랜덤이었고, 같은 질문이어도 사용할 단어가 다를 수도 있으니... 정말 담당 공무원 마음.. 


예를 들어 같은 뜻이지만 "Wie viele Bundesländer hat Deutschland?"라고 물을 수도 있고, "Wie viele Bundesländer gibt es in Deutschland?"라고 물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때부터 나는 가능한 질문 리스트를 나름뽑아 미리 독일어로 답변 작성을 시작했고- 나의 절친 독일 친구가 기꺼이 나를 도와주겠다고 시간을 내어주었다. (참 착한 친구!) 

친구와 둘이 카페에 앉아 친구가 우선 내 어설픈 독일어 문장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바로 잡아주거나 문법을 고쳐주고, 다른 방식으로 이야할 수 있는 문장 등도 첨부해주었다.


그 다음, 나와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며 발음 교정도 해주고- 친구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7. 드디어 약속 당일

제출할 서류를 미리 싹 준비하여 전날 가방에 넣어두고, 나름 독일어에 익숙해져보겠다며 독일어 관련 동영상도 열심히 찾아보고 벼락치기 독일어 공부를 했다.


아침부터 눈이 오고 난리가 났던 아주 추운 날, 이민청 가는 길은 어찌나 멀고도 험하던지. 드디어 도착한 오랜만의 이민청. (프리랜서 비자이후로 6년만인가? 보통 회사와 관련된 비자 신청 및 연장은 BIS로 가기때문에 이민청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공문에 적혀있는대로 대기실 E4.1를 찾아가 착석. E4라고 적혀있지만 하우스 B 건물의 2층에 있다. 대기실에서 내 번호가 화면이 뜰때까지 대기. 


항상 관청에서는 내 약속시간보다 30분, 심하면 1시간도 기다리는 경우가 있었기에 어느 정도 기다릴 각오를 했으나- 내 시간이 되자마자 내 번호가 화면에 딱!

바로 담당자 방을 찾아갔다.


담당자가 중간에 바뀐건지, 아니면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과 방문을 담당하는 사람이 다른건지- 나에게 이메일을 보낸 담당자와 이름이 달랐다. 친절해보이는 젊은 독일 여자분이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뒤 나에게 먼저 여권과 증명사진, 그리고 제출해야할 서류를 달라고 했다. 서류를 건네주니 서류를 보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날렸다.


            너 일하는 회사가 어디야?           

            거기서 무슨 일 해?          

            베를린 어디에 살아?          

            키가 몇이야?           

            눈동자가 무슨 색이야?          

            오른쪽 왼쪽 검지손가락 지문 찍어줘          

            자, 이제 아래 내려가서 기계에서 영주권 비용만 계산하면 끝이야. 영주권은 우편으로 받을래? 직접와서 찾아갈래?          


응? 끝이라고? 


대답을 물론 다 하긴했지만, 엄청 유창하게 말한 것도 아니였고- 옆방 방문자가 꽤나 시끄러웠던 덕에 중간에 몇몇 단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버벅버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담당자분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흔치 않은 공무원이다!) 엄청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내가 사는 동네 지역을 이야기해주니 "오~ 그 지역 좋지?"라며 리액선도 좋고. 정말 지금까지 만났던 공무원 중에 역대급으로 친절했던 공무원님 (ㅠㅠ)


내가 "나 영주권 비용 계산하고 다시 너한테 와야돼?"라고 물으니 웃으며 "아니 다 끝났어"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Fertig?"라고 갸우뚱하며 물으니, 웃으면서 "응 다 끝났어. 영주권은 곧 우편으로 너에게 갈꺼야"라고 친절하게 마무리!


그 후 담당자분이 준 카드 (이 카드를 기계에 넣으면 지불할 금액이 뜬다)를 들고 아래 내려가 결제하고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해두었었는데,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너무나 친절한 공무원 분을 만났다. (앞으로도 이민청 갈때마다 쭉 이 분 만났으면 좋겠다. 하하! :D )





유럽영주권, 드디어 내 손안에!

보통 요즘은 비자 카드가 올때까지 8주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전에 먼저 핀번호가 적힌 종이를 먼저 받게되는데 이 종이에는 온라인 eID 등록할 수 있는 핀 번호와 puk번호가 적혀있다.


영주권 약속 이후로 한달 조금 안되는 시간안에 핀번호가 적힌 레터가 먼저 도착했고- 이 레터를 받은지 2주정도 지난후 드디어 영주권 카드가 도착했다! (잊혀질때쯤 도착하는 느린 관청 우편물 ㅎㅎ)


내손에 영주권이 들어오니 왠지 감회가 남다르다 하하!


영주권을 앱을 통해 핀번호와 함께 등록하면 eID로 사용할 수 있는데, 영주권 카드가 처음부터 active가 되있는게 아니므로 이민청에 방문하여 활성화 시키거나,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활성화 시킨 후 앱을 통해 등록하면 된다.







지난 8주간 카드를 기다리며 농담삼아 친구들에게 '나 이제 8주 동안은 아무 범죄도 일으키면 안돼 ㅋㅋㅋ'라고 말했었는데- 물론 영주권을 받았다고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하하.

영주권은 어디까지나 독일 혹은 유럽내에서 비자의 제한 없이 영구적으로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EU 시민이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외국에 살다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나쁘지 많은 않고, 나는 아주 해외에서 죽을 때까지 살 생각은 없는지라 시민권까지 딸 생각은 없다.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 독일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하는... (독일도 현재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데,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무튼, 아직까지는 영주권으로 충분하다. 이제 최소한 독일내에서는 마음대로 일하고, 쉬고, 공부하고, 거주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당분간은 이기쁨을 만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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